본문 바로가기

All47

재건축 국면의 상가임차인, 보증금은 누구에게 받아야 하는가 — 대법원 2023다307116 판결 I. 들어가며 — 재건축 국면에 들어간 상가 임대차가. 재건축단지 내 상가 임차인 구제서울 시내 대형 아파트단지가 재건축 궤도에 올랐다고 가정해 보자. 단지 상가에서 커피숍을 운영하는 임차인의 일상은 어느 순간부터 여러 법적 단계와 맞물리기 시작한다. 조합설립인가, 사업시행계획인가,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 이주공고, 이주기간 도과, 인도청구 소송, 강제집행, 철거. 이 일련의 단계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시정비법')이 규율하는 사업 진행의 표준적 절차로, 이와 동시에 임차인의 법적 지위가 단계별로 침식되는 과정이기도 하다.그 가운데 가장 결정적인 분기점은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다. 도시정비법 제81조 제1항에 따르면 관리처분계획이 인가·고시되면 종전 건축물의 소유자·지상권자·전세권자·임차권자.. Law/민사법 2026. 4. 21.
가야타마 모리히데, 『미완의 파시즘』(2012): '갖지 못한 나라'의 교의 1. "천황폐하 만세"의 기원에 대하여 애투 섬, 1943년 5월. 2,600여명의 일본군 수비대는 압도적인 미군 병력에 맞서 만세 돌격까지 감행한 끝에 거의 전멸한다. 미군 종군기자는 이 장면을 "영원한 생명을 믿는 충성의 화신"이라 기록했다. 같은 해 육군대신 도조 히데키의 이름으로 간행된 『전진훈』에는 이런 문장이 있다."살아서 포로의 치욕을 당하지 말라." 이 광기를 설명하는 가장 손쉬운 방식은 일본 군국주의의 비합리성, 천황 신앙의 광신, 동양적 정신주의의 잔재 같은 어구를 동원하는 것이다. 말하자면 "저들은 미쳐 있었다"로 요약하는 것. 가타야마 모리히데(片山杜秀)의 《미완의 파시즘》(2012)은 오히려 그것이 가능했던 사상적 기원을 탐구한다. 저자는 '천황폐하 만세'의 광기가 광신자들의 .. Readings 2026. 4. 21.
사기업 경영성과급의 임금성: 삼성전자·SK하이닉스 퇴직금 판결로 본 임금성의 기준(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1다248299·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1다219994) I. 들어가며 — 성과연동 보상체계의 확산과 퇴직금 소송 1994년 삼성전자가 목표 인센티브(TAI)를 도입한 이래, IMF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SK하이닉스가 생산성 격려금(PI)과 초과이익 분배금(PS)을 도입하였고, 2000년대에 들어 LG디스플레이·현대해상화재보험·서울보증보험·한국유리공업·한화오션 등 상당수의 대기업들이 재무지표에 연동된 성과급 제도를 운영하게 되었다. 성과급은 대체로 당기순이익·영업이익·경제적 부가가치(EVA) 등을 지급 재원으로 삼고, 그 구간별 달성도에 따라 지급률을 차등화하는 제도를 공유한다. 임금체계에 성과급제 도입 이후, 총보상에서 성과급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커졌다. 대기업·금융권에서는 성과급이 연봉의 20-50%에 이르는 경우가 일반적이며, 최근 반도체 .. Law/노동법 2026. 4. 18.
상법개정의 구조적 기원과 입법적 해소 (3): 개정상법 분석과 함의 I. 서론 이 글은 「상법 개정의 구조적 기원」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제1편은 1962년 상법 제정 이후 60여 년간의 개정 연혁을 추적하면서, 경제위기가 개정의 동력이 되어 온 점, 주주보호 장치가 도입된 뒤 사문화되어 온 점, 그리고 기업자율과 주주보호 사이의 진자운동이 반복되어 온 점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패턴을 도출하였다. 제2편은 2025~2026년 상법 개정이 왜 '지금' 이루어졌는지를 묻고, 지배주주의 지분 희석에 따른 소유·지배 괴리의 심화, 자본시장 참여자의 질적 변화, 소액주주 운동의 제도적 성숙, 대법원 판례가 드러내 온 보호 공백, 그리고 거시경제 불안이라는 다섯 가지 구조적 배경을 분석하였다. 제1편과 제2편이 '왜 이 개정이 필요하였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였다면, 이번 제 .. Law/회사법 2026. 4. 15.
상법개정의 구조적 기원과 입법적 해소 (2): 2025-2026 상법개정의 구조적 원인과 계기 앞선 글에서 1962년 상법 제정부터 2020년 개정까지의 연혁을 추적하며, 경제위기가 회사법 개정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었고, 주주보호장치 도입이 점차 확대되어 왔으며, 한국 상법의 태생적 혼종성으로 기업 자율 확대와 주주보호 강화 사이의 긴장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그 연혁적 맥락 위에서, 2025~2026년 상법 개정을 촉발한 구조적 조건들을 분석한다. 정치적 계기가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계기가 작동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자본주의의 내부에서 기업 지배구조의 모순이 더 이상 봉합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였기 때문이다. 지배주주의 지분 희석과 우회적 지배구조의 심화, 자본시장 참여자의 질적 변화, 소액주주 운동의 제도적 성숙, 그리고 대법원 판례가 드러내 온 보호 공백.. Law/회사법 2026. 4. 14.
상법개정의 구조적 기원과 입법적 해소 (1): 상법 개정의 연혁적 기원 I. 서론: 2025~2026년 상법 개정의 구조적 원인 2025년 7월부터 2026년 2월까지 국회에서 상법을 세 차례에 걸쳐 개정했다.[1] 1차 개정(2025.7.3. 국회 통과, 7.22. 공포)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하고, 상장회사에 전자주주총회 제도를 도입하며 일부에 대해서는 병행 개최를 의무화하고, '사외이사' 명칭을 '독립이사'로 전환하고 그 의무선임비율을 상향 조정하였다.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 선임 시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의 적용 범위도 일원화하였다. 2차 개정(2025.8.25. 국회 통과, 9.9. 공포)은 자산총액 2조 원 이상 대규모 상장회사에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고, 감사위원 분리선임 대상.. Law/회사법 2026. 4. 13.
Claude Code 사용기(2): 기존 웹서비스 개인화 - 마크다운 스타일 각주 링크 변환 Chrome 확장프로그램 개발기 대학생 때나 연구개발 엔지니어 시절, python이나 tcl로 짠 코드는 문법은 정말 손에 잘 붙지 않았다. 매뉴얼을 뒤지고, READ.ME와 웹문서를 찾고, 비슷한 증상을 다룬 블로그 글을 뒤지는 과정이 전체 작업시간의 절반은 잡아먹은 것 같았다. 디버깅을 해도 에러 코드가 떠도 무엇이 문제인지 파악하는 데는 한참이 걸렸다. 그러다 Perplexity를 구독하고 처음으로 에러 메시지와 코드를 통째로 붙여 넣어봤을 때, 생산성을 위해 코드를 짜는 사람들의 노동 생산성이 획기적으로 달라지고 있다는 걸 처음 느꼈다. 원인 분석과 수정 제안이 몇 초도 안 되어 나왔다. 이제는 너무 당연하지만, 직접 겪었을 때 내 지난 시간들의 가치가 한 순간에 0으로 수렴함과 동시에, 이제 그 지난한 과정에서의 해방감이 함.. Technology&Science/AI 2026. 4. 11.
이사 보수한도 주주총회 결의와 특별이해관계인의 의결권 제한: 대법원 2026. 4. 2. 선고 2025다219931 판결 I. '셀프 보수 승인 결의'의 종언 2023년 남양유업 정기주주총회에서, 당시 최대주주이자 사내이사는 이사 보수한도를 50억 원으로 정하는 안건에 직접 찬성표를 행사하였다. 의결권 있는 주식 679,712주 중 약 54.7%(372,107주)를 보유한 지배주주가 자신의 보수 상한 안건에 대하여 스스로 결정한 셈이다.[1] 상근감사가 주주총회 결의 취소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른바 ’셀프 보수 승인’이 공개적으로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한국앤컴퍼니에서도 반복되었다. 상근 사내이사이자 최대주주(42.03%)가 2024년 정기주총에서 이사 보수한도 70억 원 결의에 찬성표를 던졌고, 구속 수감 기간 중에도 이사 보수 총액의 대부분인 약 47억 원을 수령한 것이 문제가 되어 2026년 1월 결의 취소 판결을 받.. Law/회사법 2026. 4. 10.
전자기록에서 '위작'의 범위: 대법원 2026. 2. 12. 선고 2024도9475 판결 I. 전자기록 범죄1. 전자기록 범죄의 입법 연혁과 불분명한 '위작'의 개념 1995년 형법 개정은 '산업화·정보화의 추세에 따른 컴퓨터범죄에 효율적으로 대처'한다는 기치 아래 전자기록 관련 범죄를 일괄 신설하였다. 공·사전자기록의 위작·변작(형법 제227조의 2, 제232조의 2), 그 행사(제229조, 제234조), 컴퓨터 등 사용사기(제347조의 2), 전자기록 손괴를 포함한 업무방해(제314조 제2항) 등이 같은 해에 도입되었다.[1] 컴퓨터와 네트워크의 확산이 종이 문서의 기능을 대체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에 기반하여, 기존 문서죄를 전자기록으로 확장하는 방식을 택하여 입법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확장에는 기존 문서죄와 신설 전자기록 관련 범죄를 보호법익의 문제를 고려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대응.. Law/형사법 2026. 4. 10.
상법 제399조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관련 법리: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4다276295 판결, 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1다256696, 256702 판결 I. 상법 제399조 제1항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상법 제399조 제1항은 이사가 고의 또는 과실로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조문은 단순하지만 오랫동안 다투어진 해석 쟁점들이 있다. ’법령위반행위’의 범위, 법령 위반 사안에서의 경영판단원칙 적용 가능성, 위반 행위로 회사에 이득이 발생한 경우 손익상계 가부가 그 쟁점들이다. 아래 두 판결은 이 세 물음에 각각 답하면서, 이사가 법령을 위반한 이상 책임의 성립과 범위 양면에서 감경이 제한되어있다는 기존 판시를 재확인한다. II.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4다276295 판결1. 사실관계 원고(주식회사 ○○○)는 수학 교육 관.. Law/회사법 2026. 4. 7.
고려아연–영풍•MBK 상호주 분쟁과 대법원 2025마6793 결정 — 상법 제369조 제3항의 해석 확장과 그 의의 I. 분쟁의 배경 세계 최대 비철제련기업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최윤범 회장 측의 분쟁은, 2024년 하반기 공개매수 대결로 본격화된 이후 법정 공방의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그 과정에서 고려아연 측이 꺼내든 핵심 카드가 상법 제369조 제3항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다. 고려아연 측의 전략은 두 단계로 전개되었다. 1단계에서는 호주 손자회사 SMC(Pty Ltd)를 통해 영풍 지분 10.33%를 취득한 뒤, 2025년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였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SMC가 상법상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에 가깝다는 이유로 의결권 제한을 위법으로 판단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25. 3. 7. 자 2025카합20144 결정). 이에 고려아연 측은 2단계.. Law/회사법 2026. 4. 6.
Claude Code 사용기(1): 판례번호 추출기 개발 — 생성형 LLM의 시대에도 여전히 유념해야할 것 Claude Code의 가장 강력한 점은, 이제 기초적인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어도 자신이 필요로 하는 애플리케이션의 코드를 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코드가 항상 내 의도대로 돌아가는 코드라는 건 장담할 수 없다. 코딩 공부를 시작한 건 개발자 열풍 불기 이전인 2013년, 3차 산업혁명에 대한 믿음 때문이었다. '닷컴버블'이 환기해주듯, 정보통신기술은 2010년대에만 하여도 '신사업'이고 직장생활의 모습이나 우리 일상만 조금 바꿨을 뿐, 인류가 누리는 부의 증가와는 연관관계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bit로 저장한 정보가 축적되고, 그 정보가 저장되고 정보를 처리하는 반도체 기술의 발달로 컴퓨팅 퍼포먼스 향상, 전력소비와 면적 감소로 생산성 향상이 예상되고 있었다. 내게는 초등학교 때 배우던.. Technology&Science/AI 2026. 4.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