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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s8

Can Computers Think?: 모리타 마사오, 『계산하는 생명』(2022) 학부 시절 matplotlib로 그래프를 그리는 건 꽤 즐거운 일이었다. 엑셀로 그린 그래프는 묘하게 안 예뻤다. R로 할 때도 있었지만, 실험 데이터와 ideal case를 비교할 때 matplotlib만큼 그림이 예쁘게 나오는 tool이 없었다. 직장생활을 할 때엔 수치보단 패턴들을 많이 보는 일을 했기 때문에, 안 쓴 지 거의 7~8년 정도 된 것 같다.과거에 취업 준비하면서 정리한 반도체 소자·공정 자료를 Claude에게 정리하게 하면서, .svg가 아닌 .png로 그림을 뽑아달라고 했더니, Claude는 matplotlib을 꺼내서 그렸다. LLM 서비스를 가장 투명하다고 느끼는 이유 중 하나는 문제 해결과정을 하나 하나 보여줄 때가 있다는 것인데, 내 피드백을 함수화해서 조건식으로 만들고, 미.. Readings 2026. 6. 3.
김지원, 『지금도 책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 지금도 책 읽기가 취미인 까닭 “What is your hobby?” 어린 시절 영어 교과서에 만난 이 가벼운 질문은, 한국말로 던져지는 순간 피하고 싶은 질문이 된다. 남들에게 이야기하는 취미는 흥미로우면서도, ‘잘’해야 하는 취미여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악기, 요리, 헬스 같은 것을 생각해 봐도 취미로 만들기까지 부단한 노력이 필요하다. 다행히 이 취미들은 잘하는 취미라는 걸 보여주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지도 모른다. 악기는 연주를 들려주면, 요리는 음식을 맛보게 해주면, 헬스는 옷으로 감추고 있어도 눈에는 다 보인다. 책 읽기는 취미일까? 아무래도 면접에서 말할만한 취미는 아닐지도 모르겠다. 직장을 구하는 면접이든, 아니면 소개팅이라는 애인을 구하는 면접에서든, 어쩌면 흥미로운 정보를 얻는데, 보다 재미있고 노력도 덜 드는 .. Readings 2025. 7. 15.
박준영, 『반도체를 사랑한 남자』: 기술과 노동 유연화에 대한 다른 상상 반도체를 사랑한 남자이 책은 문화인류학자의 시선으로 엮은 삼성전자 반도체의 혁신·성장의 과정이자 그 현장에서 땀 흘렸던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다. 삼성전자 반도체는 반도체 불모지이자 국민소득 2천 달러 수준이던 1980년대 초 ‘경영진의 결단’으로 선진국에서나 가능하다는 반도체 사업에 뛰어들었다. 삼성은 세계 일류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아 본격적인 사업 시작 10여 년 만에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를 달성했다. 그 과정에 1988년 삼성반도체통신에 입사해 2023저자박준영출판북루덴스출판일2023.09.05 『반도체를 사랑한 남자』는 내가 잠시 몸담았던 산업군의 옛날 이야기고 현재의 이야기 때문에 중간중간 킥킥대면서, 때로는 생각나는 사람들이 있어서 안쓰럽다는 생각도 하면서 읽었다. 저자는.. Readings 2025. 4. 5.
박형서, 『낭만주의』: 투명하게 표현되는 SF 소설 낭만주의현실보다 정교한 설정, 우주만큼 무한한 상상력 소설 실험가 박형서가 생에 바치는 기발하고 애잔한 세레나데 기상천외한 상상력과 날렵한 유머 감각으로 삶의 비극을 흥미롭게 이야기하는 ‘농담의 악마’ 박형서의 다섯번째 소설집 『낭만주의』가 출간되었다. 소설쓰기라는 행위에 어떤 한계도 설정하기를 거부하면서 ‘비슷한 가짜’가 아닌 ‘진짜’ 소설을 쓰기 위해 실험을 거듭해온 작가는 2014년 여름부터 2017년 봄 사이에 발표한 이 6편의 중단편으로 자신 저자박형서출판문학동네출판일2018.07.11   문학은 잘 모르는 분야라 박형서의 단편소설을 모은 『낭만주의』는 비평을 먼저 읽고 나서 폈다. SF의 계보를 추적하면, SF는 과학적 요소가 ‘인지적 낯설게하기’를 수단으로 쓰이는 SF와 과학적 ‘인지의 확장.. Readings 2025. 3. 1.
김영란, 『판결 너머 자유』: 우리 사회는 분열사회에서 공존사회로 이행하고 있는가 판결 너머 자유  롤스가 꿈꾸던 다원주의의 토대: 중첩적 합의와 기본적 자유들  극단적인 대결 사회는 어떻게 극복될 수 있는가? 우리는 정의로운 다원주의 사회로 어떻게 이행할 수 있는가? 김영란 전 대법관은 이 물음에 답하기 위해 롤스의 『정의론』과 『정치적 자유주의』를 가져온다. 『정의론』은 선험적(transcendental)이면서도 이성적인 사회계약의 내용을 구축하기 위한 시도다. 그가 ‘무지의 베일’에서 합의될 수 정의의 내용의 원칙은 위계 없는 기본적 자유(들)의 체계를 모두가 평등하게 누려야 한다는 것, 사회적∙경제적 불평등의 원칙이 되는 공정하고 균등한 기회균등과 최소 수혜자의 최대 이익이다.   『정치적 자유주의』는 어떻게 사회계약을 존속시키면서도 안정적인 다원주의 사회를 구축할 수 있는가의.. Readings 2025. 1. 4.
알랭 쉬피오, 『숫자에 의한 협치』: 수치의 객관성이라는 허상 근대성의 범주에 ‘계산적 합리성’을 넣지 않는 경우는 드물지만, 통치체제에서 계산적 합리성의 중요성은 내가 들어왔던 많은 비판이론들의 범주에서 과소평가되어 왔다.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관료제 유토피아』에서 관리 기술에 있어 계산적 합리성의 과잉이 기술혁신을 오히려 저해하는 역설을 소개하는데 그쳤다면, 알랭 쉬피오는 근대 통치성의 발전을 ‘수치’의 발전의 맥락에서 파악한다. 즉, 계산적 합리성이 ‘수에 의한 조화’라는 이념으로, 근대적 통치 수단인 법이 왕의 자의적 권력행사를 대체하는 권력으로 자리잡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인치를 막는 법의 기능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법에 의한 통치가 숫자에 의한 협치로 대체 되고 있다는 주장은, 법이 효력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효용계산에 따라 법의.. Readings 2022. 9. 18.
폴 몰런드, <인구의 힘>: 인구 구조변화에 대한 두려움 2021년 마지막 책은 뭔가 20대를 마무리하는 느낌의 책이었으면 했는데, 결국 30대에 내가 고민해야 하는 주제를 여는 책이 되어버렸다. 『인구의 힘』은 인구 관점에서의 근대사다. 인구 성장의 물결에 따른 국가의 흥망에 관한 이야기와 사회 변동을 다룬다.이 책의 미덕이 있다면, 문제로서 ‘인구의 위력’을 다룬다는 점이다. 즉, 그 옛날 멜서스 신부가 두려워했던 인구의 성장이 위협했던 풍요처럼 인구의 성장과 감소가 정치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쳐왔는지 그 역사들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예컨대 멜서시안 트랩을 뚫고 인구가 성장했던 국가들은 늘 근대 제국으로 성장해왔다. 그 처음은 영국이고 독일, 러시아, 미국이 그러한 경로를 밟아왔고, 인구의 성장은 주변국에 굉장히 위협적이었다. 근대 자본주의 체제를 성공적으로.. Readings 2022. 1. 3.
앨프리즈 W. 크로스비, <수량화 혁명>: 측정가능하다는 믿음의 기원 근대에 이르러 서구문명이 전 세계를 지배하게 된 원인은 자연과학과 기술, 그리고 무기다. 그러한 배경에는 종교나, 철학 등 서구 근대문화가 달성한 업적들도 있었겠지만, 아시아와 남아메리카의 중앙집권제 국가들보다 월등한 생산력과 파괴력, 그리고 지배력을 갖출 수 있었던 까닭은 ‘정량적 사고’다. 앨프리드 W. 크로스비의 은 서구문명에서 ‘양적’ 실재가 ‘질적’ 실재를 대체하고, 나아가 양적인 변형을 일으키기 위한 기술을 발전시켜온 역사를 다룬다. 책은 결론 격인 3부를 제외하고, 수량화와 시각화 두 부로 나뉘는데, 1부에서는 측량과 표준화 등을 통해 수량적 사고가 자리잡아 근대 ‘수량화 혁명’의 기초가 쌓이는 필요조건들을 다루는 한편 2부에서는 그러한 사고들이 구체적으로 ‘시각화’라는 방법을 통해 ‘과학’.. Readings 2021. 10.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