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vies11 글로벌 테크노 자본주의의 상상력이 보여주는 “어쩔수가없”는 세계: <어쩔수가없다>의 개연성과 모순 우선 영화는 너무 재밌었다. 을 심각한 사회 고발극이 아닌 블랙코미디로 즐겼다면, 를 보면서도 씁쓸한 웃음을 터뜨릴 수 있을 것이다. 도덕적으로 공감할 수 없는 주인공과 거리설정에 있어 주제의식을 드러내기에 만족스럽지 않은 부분은 있으나, 블랙코미디만으로도 충분히 즐길 수는 있다.(만수는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운 캐릭터임은 분명한데 관객이 떨어져서 보기 어렵게 화면 구도가 잡혀서 공감 안 된다는 평이 많은 것 같다. 에서 통념에 도전하는 도발적인 메시지를 던지기 위한 화면구성은 효과적이었는데 어쩔 수가 없다에서는 조금 미진한 부분이 있지 않았나 아쉬움이 좀 있다) 이 영화가 표현하는 세계는 ‘글로벌 테크노 자본주의의 상상력이 빚어낸 어쩔 수가 없는 세계’다.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기 위해선, 이 영화가 구조적.. Movies 2026. 2. 6. <나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 여전히 좋은 어른으로 남을 수 있길 보편적으로 좋은 영화라고 호평 받는 영화는 아닐지라도, 그냥 편안하고 익숙함에 보는 나만의 단골 ‘영화’가 있다. 를 볼 때마다 느끼는 감정도 비슷한데, 인터넷에 평이 많지 않아 객관적인 평가는 몰라도, 시청각 예술이라는 영화적 양식과 서사의 합일이라는 관점에서 영화적 성취가 눈에 띄게 보이진 않는다. 물론 , 와 같은 영화들은 예외적으로 양식과 서사의 합일을 일정부분 성취해냈지만, 대부분의 로맨틱 코미디 영화에 대해서 동일한 기준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가치는 디테일에 있다고 생각한다. 통속극 중에 통속극인 장르 특성상 그 양식과 기본적인 서사가 정형화되어 있기에, 영화 평가기준은 시대상이 구체적으로 드러나면서도 정서적으로 공감 가능한 인물에 둬야 한다. 막 개봉한 로.. Movies 2024. 9. 2.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불가해한 재앙을 대하는 자세 근대성은 자기 자신을 준거로 삼는 합리성이다. 근대인은 도덕적 정당화도 자기 자신으로부터 그 근거를 찾으며, 따라서 자신의 행동에는 스스로 책임을 져야만 한다. 이러한 논리는 세계에 대한 이해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근대과학은 초자연적인 힘에 기대어 세계를 설명하지 않는다. 우연히 일어난 일은 없고 분명 이 계(system) 안에 필연이 존재한다. 과학이 발견한 변수들과 함수로부터 우리는 계에 관한 새로운 예측모델을 만들고, 그에 기초해서 미래를 대비한다. 그리고 그 대상이 복잡한 시스템일 때 우리는 아주 자주 변수를 놓친다.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이 벌어지고, 일어날 일은 예상치 못하게 찾아온다. 근대인의 숙명은 언제나 무너진 인과적 설명의 모래성을 다시 쌓는 일이다.근대, 재앙, 통치 코엔 형제의 는.. Movies 2024. 7. 28. <블링 링>: 너무나 당혹스러운 뻔뻔함 때로는 상업적으로도 실패하고, 영화 그 자체의 재미로서도 실패하는데도 의미가 있는 영화가 있다. 오래 전에 봤던 도 사실 꽤 깊은 인상을 받았는데, 다른 영화 리뷰를 쓰다 짧게 남긴다. 2015년 겨울이었을까? 병역 복무 중이던 친구와 휴가를 맞춰서 나와 유명 예술 평론가인 교수님과 함께하는 영화 감상회에서 을 본 적이 있다. 소피아 코폴라가 감독하고 엠마 왓슨이 출연하는 영화로, 미국 청소년들이 할리우드 스타 집에서 ‘장난 삼아’ 각종 명품을 훔치고 SNS에 자랑하고 결국은 잡혀서 처벌받는 후일담을 담았다. 줄거리만 들어도 할리우드의 하이틴 영화적 상상력의 빈약함이 느껴지고, 왜 선생님이 이 영화를 보자고 하신 걸까 고민도 들 정도였다. 그런데 이 영화는 실화다. 실화여서 문제작이다. 그 어떤 도덕적 .. Movies 2024. 7. 28. <킬링 디어>: 복수극의 이면, 사적 제재의 잔혹성 복수극에서 느끼는 쾌감 뒤의 사법제도 불신복수극의 묘미는 통쾌함에 있을지도 모른다. 억울하게 피해를 입었지만, 사법제도는 피해자 혹은 그 가족들의 억울함을 구제해주지 않는다. 오히려 가해자가 법의 비호를 받고 피해자는 비참해진다. 결국 피해자는 그 응징을 법 대신 직접 해낸다. 이에 대한 가해자의 뉘우침이나 공포 또는 후회는 주로 인과응보를 피하려는 발악으로만 묘사된다. 그러나 좋은 말로 해야 복수극이지, 근대적 의미에서는 엄밀히 말해 사적 제재다.사법권력이 지배의 일축을 맡는 근대 사회에서 폭력은 국가가 독점한다. 국가가 행하는 폭력도 적법하지 않으면 위법하고, 사인의 폭력은 당연 불법이다. 그럼에도 사적 제재의 복수극에서 오는 쾌감은 아마 법 감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사법제도의 무능에서 오는 쾌감이다... Movies 2024. 6. 30. <존 오브 인터레스트>: 너무나 강렬한 계몽적 성취 110만명. 자극의 홍수 속에 사는 시대에, 숫자로 들어서는 아우슈비츠에서의 학살의 잔혹성이든, 왜 우리가 이 사건을 잊지 말아야 하는지 체감하기 어렵다. 그러나 는 이 둘을 감각하게 해주는 너무나 강력한 계몽적 성취를 이뤄냈다.단 수십 초를 위한 105분 카메라는 시종일관 루돌프 회스 중령과 그 가족들을 조금 먼 거리에서 비춘다. 온실도 가꾸고 물놀이도 하면서 평화롭게 전원생활을 하는 듯 하지만, 그들의 집은 수용소 담벼락 바로 옆에 있다. 회스 중령은 아우슈비츠 소장이고 아내는 이 생활을 정말 만족해하며 친정어머니를 초대해 자랑한다. 회스 중령 가족에게 수용소에서의 잔혹한 폭력은 일상이기에 이 가족의 평온함은 역겹다. 수용소에 끌려온 유대인들에서 보석과 옷가지를 빼앗은 일은 부인들 모임에서 시시껄렁한.. Movies 2024. 6. 27. <더 랍스터>: 기능주의적 극단의 통치가 선사하는 대안 없는 로맨스 올 초에 영화광 친구로부터 추천을 받고, 또 다른 친구에게 요르고스 란티모스 감독의 다른 영화를 추천 받아서 봤다. 메시지를 강조하기 위해, 기괴한 설정으로 일상적인 소재임에도 쉽사리 주인공들의 감정에 공감하지 못하게 만든 상상력과 그에 따른 전개만큼은 올해 본 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다. 그렇지만 서사 속에서 주인공과 동일시하는 것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세계관 설정이 주는 기괴함에 묻혀 서사가 주는 재미가 잘 드러나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 이조차 감독의 의도는 아니더라도 예상범위 내에 있으리라 생각하지만, 디스토피아에 대한 상상력이 주는 역겨움과 아일랜드의 아름다운 도시적 정경과 자연의 풍광들만으로도 시간을 내서 보기에 충분했다. 영화의 배경은 관계에 있어 극단적인 기능주의가 지배하는 사회다. 심지.. Movies 2024. 6. 23. <헤어질 결심>: 윤리 없는 사랑 영화관에서 두 번, OTT 서비스로 한 번 더 봤다. 처음 두 번은 산과 바다를 중심으로 한 화면구성이나 스마트 기기 문화가 완전히 녹아든 모습을 재현해내는 영화만의 특징에 관심을 갖고 봤다. 나는 영화 볼 때 감정선이 화면구성에 녹아든 장면들을 정말 좋아하는데, 해준이 서래를 잠복수사하며 감시하는 장면을 비롯해서 아직 서로 호기심에 사찰에서 데이트를 하며 북을 사이에 둔 장면 등 구도를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만족스러운 장면이 많았다.둘째로 08년도 아이폰 출시 이래로 극 전개 자체에 스마트 기기가 이렇게 스며들어 사용되는 것도 너무 신기했다. 극 전체를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것은 스마트폰 문화다. 다소 옛날 사람인 나로서는 이런 장면이 불쾌하긴 했지만 스마트 기기가 자연스레 영화에 녹아들 수 있다는 .. Movies 2023. 7. 21. <가타카>: 디스토피아에서의 연대 오랜만에 를 한 번 더 봤다. 인간의지를 다룬 영화라는 생각 때문에 내 인생영화 중 한 편이지만 주인공을 에단 호크가 분한 빈센트가 아닌 주드로가 분한 빈센트라는 시각에서 보니 디스토피아에서의 연대에 관한 영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에 내가 봤던 는 인간 의지에 관한 영화였다. 주인공 빈센트는 죽을 ‘운명’을 갖고 태어나 우주비행사의 꿈 꾸는 것은 사치였지만, 노력 끝에 결국 해낸다. 자신의 운명을 버림으로써 역경을 이겨내는, 디스토피아 속에서 어떻게든 우주탐사를 보내는 가타카에 들어가 자신의 꿈을 이뤄가는 서사로만 봤다. 가장 대표적인 장면은 동생 안톤과의 수영시합이다. 그는 어렸을 때 그의 동생과의 수영시합에서 이기면서 자신의 꿈을 꿔도 괜찮다고 믿고 가타카에 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그리고.. Movies 2021. 8. 10. <염력> Short Review: 판타지 없는 히어로물 오래전 본 영화에 관한 생각이 이제야 정리가 된다. 은 히어로물 특유의 스펙터클이 잘 살려지지 않아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남는 건 음울한 동시대사에 관한 기록이란 생각뿐이라 생각했는데, 그럼에도 위안이 되어준 영화다. 이 지시하는 사건이 무엇인지 기억한다면, 이 영화가 갖는 의미는 달라진다. 그것은 비단 주인공의 초능력 발휘가 긍정적인 결말을 낳았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류승룡이 쓰는 염력은 볼 때마다 그 비현실성 때문에 스크린이 더 멀리 느껴진다. 희망조차 주지 않는다. 감동도 박진감도, 쾌감도 없다. 다른 영화에서 찾을 수 없는 통찰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지만 자신의 가장 소중한 가족들을 지키기 위해 철거용역과 싸우는데 사용했던 자신의 염력을, 주인공이 가족들의 행복을 위해 소박하게 쓰는 모습.. Movies 2021. 8. 10. <500일의 썸머>, 사랑이란 이름의 감정은 없다. 고등학교 때 개봉했을 때부터 이 영화를 얼마나 많이 봤는지 모르겠다. 신기하게도 매번 볼 때마다 이 영화가 주는 느낌은 달랐다. 그 때 그 때 내가 느끼는 감정들 때문에 받는 메세지가 달랐다. 한 번은 썸머를 욕하기도, 또 한 번은 톰을 욕하고 자책하기도 했다. 전엔 자아의 성장이란 면에서 톰과 썸머를 둘 다 긍정하면서 이 영화를 한 동안 보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톰이 뭘 잘못했는지에 맞추어 영화를 다시 보게 됐다. 회의 때 표정이 이런 직원도 생산성만 좋다면 천조국에선 잘리지 않나보다... 톰은 스스로를 배반하는 삶을 산다. 대학 시절 건축을 전공했지만, 생계를 위해 카드 만드는 회사에 다닌다. 그는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대신 표현해주는 카드를 만든다. 본인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니 열정도 없고 흥미도 .. Movies 2018. 1. 25.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