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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w/회사법

상법 제399조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관련 법리: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4다276295 판결, 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1다256696, 256702 판결

by 양자역학이 좋아 2026. 4. 7.

I. 상법 제399조 제1항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상법 제399조 제1항이사고의 또는 과실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하거나 그 임무를 게을리한 경우 회사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조문은 단순하지만 오랫동안 다투어진 해석 쟁점들이 있다. ’법령위반행위’의 범위, 법령 위반 사안에서의 경영판단원칙 적용 가능성, 위반 행위로 회사에 이득이 발생한 경우 손익상계 가부가 그 쟁점들이다. 아래 두 판결은 이 세 물음에 각각 답하면서, 이사가 법령을 위반한 이상 책임의 성립과 범위 양면에서 감경이 제한되어있다는 기존 판시를 재확인한다.

 

II. 대법원 2026. 1. 29. 선고 2024다276295 판결

1. 사실관계

  원고(주식회사 ○○○)는 수학 교육 관련 사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2014년 7월 소외 회사(주식회사 △△△)와 학원사업부 교재공급 및 사업권 양도·양수계약(이하 ‘이 사건 계약’)을 체결하였다. 계약의 내용은 소외 회사가 저작권을 보유하는 수학 학원사업부 교재를 원고에게 공급하고 학원사업부 사업권 전체를 원고에게 양도하는 것이었다.

  피고는 소외 회사의 대표이사였다. 피고는 이 사건 계약 체결 이후에도 소외 회사에 더 이상 교재 판매 사업권이 없음을 알면서, 2014년 9월부터 2016년 1월까지 사업권이 여전히 자신에게 있는 것처럼 거짓 행세하며 17개 학원과 가맹계약을 체결하고 합계 약 8,067만 원 상당의 교재를 판매하였다. 이 행위는 형법상 업무방해죄(위계에 의한 업무방해)로 기소되어 2022년 10월 유죄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형사판결’).

  한편 소외 회사는 원고에 대한 위약금 청구 소송에서 패소하여 1,164,177,139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이 확정되었다(이하 ‘관련 민사판결’). 원고는 이 확정판결에 기한 채권으로 소외 회사가 피고에 대하여 가지는 상법 제399조 제1항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에 관하여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받은 뒤, 주위적으로 채권자대위권, 예비적으로 추심금 청구로 이 사건 소를 제기하였다.

  1심은 원고 일부 승소였으나, 원심(대전고등법원)은 “관련 형사판결의 피해자는 소외 회사가 아닌 원고이고, 피고의 업무방해 행위만으로는 상법 제399조 제1항의 법령 위반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청구를 전부 기각하였다.

2.쟁점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 이사가 회사의 업무를 집행하면서 형법상 업무방해를 범한 행위가 상법 제399조의 ’법령 위반 행위’에 해당하는가. 둘째, 형사판결의 피해자가 회사가 아닌 제3자인 경우에도 같은 결론이 유지되는가. 셋째,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하여 경영판단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있는가.

3.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을 파기환송하였다. 대법원은 먼저 상법 제399조의 ’법령 위반 행위’에 관하여 확립된 법리를 재확인하였다.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책임을 지는 ’법령 위반 행위’는 두 유형을 포괄한다. (i) 이사로서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 준수하여야 할 의무를 개별적으로 규정하는 상법 등의 제 규정 위반, (ii) 회사가 기업활동을 함에 있어 준수하여야 할 제반 법률 규정 위반이 그것이다(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4다34929 판결 등[1]).

  이 사건에서 피고는 대표이사로서 업무를 집행하면서 위계로써 원고의 교재 판매 사업을 방해하였다. 대법원은 이 행위가 “회사가 기업활동을 함에 있어 준수하여야 할 제반 법률 규정”, 즉 형법 제314조의 업무방해 금지 규정을 위반한 것에 해당할 여지가 크다고 판단하였다. 형사판결의 피해자가 소외 회사가 아닌 원고라는 사정은 결론을 달리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법 제399조의 요건은 이사의 행위가 회사에 대하여 채무불이행을 구성하느냐의 문제로 형사법령 위반 행위는 당연 경영판단의 원칙 적용이 대상이 되고, 그 행위가 회사가 피해를 주었냐는 고려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영판단 원칙에 관하여 대법원은 “법령에 위반한 행위에 대하여는 이사가 임무를 수행함에 있어서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하여 임무해태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이 문제되는 경우에 고려될 수 있는 경영판단의 원칙은 적용될 여지가 없다”고 판시하였다.

4. 법리 분석

(1) 상법 제399조의 법적 성격

  상법 제399조 책임의 법적 성격에 관하여는 크게 세 가지 견해가 대립한다.[2]

  법정책임설은 상법 제399조가 민법상 채무불이행책임과는 구별되는 상법 고유의 특수한 책임이라고 본다. 상법이 이사의 책임 요건(고의·과실, 법령·정관 위반 또는 임무 해태)과 효과(연대배상책임)를 독자적으로 규정하고 있고, 면책을 위해서는 총주주 동의(상법 제400조)라는 특별한 절차를 요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이 견해에 따르면 상법 제399조는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부담하는 특수한 지위에서 비롯되는 법정 책임으로서, 일반 민법의 채무불이행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지 않는 영역이 생긴다.

  채무불이행책임설(판례)은 상법 제382조 제2항이 회사와 이사 사이의 관계에 민법의 위임 규정을 준용하도록 정하고 있으므로, 상법 제399조에 의한 책임은 본질적으로 위임 계약상 채무불이행 책임이라고 본다. 2011년 개정 상법이 상법 제399 제1항에 ’고의 또는 과실’을 명시한 것도 채무불이행책임으로서의 성격을 입법적으로 확인한 것이라는 해석과 맥락을 같이한다. 판례는 이 견해에 따라 상법 제399조에 기한 손해배상채권에는 불법행위의 단기소멸시효(민법 제766조 제1항)가 아니라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10년)가 적용된다고 본다.

  불법행위책임설(소수설)은 이사의 의무 위반이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불법행위 요건을 충족한다면 상법 제399조와 민법 제750조의 각 책임이 경합적으로 적용된다고 본다. 그러나 이 견해는 단기소멸시효 적용 등의 문제에서 판례와 충돌한다.

  법적 성격 논쟁이 실무에서 가장 직접적으로 나타나는 국면은 소멸시효다. 채무불이행책임설에 따르면 상법 제399조의 손해배상 채권의 소멸시효는 10년(민법 제162조 제1항)이 적용되고, 불법행위책임설에 따르면 피해자가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민법 제766조 제1항)이 적용된다. 판례가 채무불이행책임설을 취하는 이상, 상법 제399조에 의한 손해배상채권 청구에 3년의 단기시효를 주장하는 피고 이사의 항변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2) ’법령’의 범위 — 광의설과 한정설

  상법 제399조의 ’법령’이 어디까지인지에 관해 오래된 학설 대립이 있다.[3] 광의설(다수설·판례)은 이사로서의 의무를 규정한 상법 조항뿐 아니라 기업활동 전반에서 준수해야 할 외부 법령(형법, 공정거래법, 환경법 등)을 모두 포함한다고 본다. 이사가 회사를 대표하여 또는 회사를 위하여 업무를 집행하는 이상, 그 과정에서의 모든 법령위반은 이사의 회사에 대한 채무불이행 요소가 된다는 것이다.

  반면 한정설은 상법 제399조가 이사의 ‘회사에 대한 의무’ 위반을 규율하는 조항인데, 형사법처럼 본래 이사와 회사 사이의 내부 관계를 규율하지 않는 외부 법령까지 포섭하는 것은 조항의 목적을 벗어난다고 비판한다. 특히 형사 피해자가 제3자인 경우에는 회사에 대한 의무 위반과의 연결 고리가 약해진다는 점이 한정설의 주요 논거다.

  판례는 일관되게 광의설을 취한다. 대법원 2003다69638은 대표이사가 회사 자금으로 뇌물을 공여한 행위(형법)가 상법 제399조의 법령 위반에 해당한다고 판시함으로써, 형사법 전반이 (ii) 유형에 포함된다는 법리를 확립하였다[4]. 이번 2024다276295는 그 법리를 업무방해죄 사안에 명시적으로 적용하였다는 점에서, 특히 형사판결의 피해자가 제3자인 경우까지 상법 제399조의 법령 위반으로 판단이 가능함을 확인한 의의가 있다.

(3) 경영판단 원칙의 연혁과 국내 수용

  경영판단 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은 미국 회사법, 특히 델라웨어 주 판례를 통해 발전한 원칙이다. 그 핵심은 이사가 경영 판단을 내릴 때 ① 이해관계 없이, ② 충분한 정보를 바탕으로, ③ 회사의 최선의 이익을 위한다는 합리적 믿음 아래 행동하였다면, 법원은 그 판단의 결과가 불량하더라도 이사의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원칙의 기능적 근거는 두 가지다. 하나는 사법소극주의로서, 법원이 전문성 없는 사후적 시각에서 복잡한 경영 판단을 심사하는 것을 자제하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위험 감수의 장려로서, 과도한 사법 개입이 이사의 적극적 경영 의지를 위축시키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다.

  국내에는 상법에 명문 규정이 없고 판례를 통해 점진적으로 수용되었다.[5] 초기 판례는 금융기관 이사에 한정하여 이 원칙을 적용하였다. 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0다9086 판결은 “금융기관의 이사는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지므로 … 통상의 합리적인 금융기관 임원으로서 합당한 정보를 가지고 적합한 절차에 따라 회사의 최대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신뢰하고 신의성실에 따라 경영상의 판단을 한 것이라면 … 그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취지를 제시하며 금융기관 이사에 대한 경영판단 원칙의 적용 틀을 정립하였다.[6]

  이 법리는 이후 금융기관에 국한되지 않고 주식회사 이사 일반으로 확장되었다. 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4다34929 판결(S전자 비상장주식 저가 매각 사건)은 금융기관이 아닌 일반 주식회사의 이사에 대하여 “이사들이 … 합당한 정보를 가지고 회사의 최대이익을 위하여 거래가액을 결정하였고, 그러한 거래가액이 … 객관적으로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을 정도로 상당성이 있다면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판시하여, 경영판단 원칙을 주식회사 이사 일반에 적용하는 판례 법리를 확립하였다. 다만 이 원칙은 이사의 ‘선관주의의무 위반(임무 해태)’ 판단에 국한되며, 법령 또는 정관 위반 행위에는 처음부터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 판례의 일관된 입장이다.

(4) 경영판단 원칙의 법령 위반 행위에 대한 적용 배제

  법령 위반 행위에 이 원칙이 적용될 수 없는 이유는 경영판단 원칙이 심사하는 것은 ’재량 행사의 합리성’인데 반하여, 법령 준수는 재량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사는 법령을 준수할 것인지 여부를 경영 판단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 법령이 금지하는 행위를 한 이상, 그 판단 과정이 합리적이었는지를 따지는 경영판단 원칙이 개입할 논리적 공간 자체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법령 위반에 대한 경영판단 원칙의 배제는 별도의 정책적 판단이 아니라, 원칙 자체의 적용 범위를 논리적으로 확인한 결과다.

  이러한 적용 배제에 대하여 일부에서는 ’법령’의 외연이 광의설에 따라 확장될수록 경영판단 원칙의 적용 여지가 과도하게 좁아진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예컨대 환경 규제나 노동 법령의 경계선상에 있는 결정처럼 법령 위반 여부 자체가 불명확한 사안에서도 경영판단 원칙의 보호막이 사전에 차단되어 버린다면, 이사의 위험 감수 의지를 억제하는 역효과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의 견해는 위와 같은 우려는 ’법령 위반 행위’의 해당 여부 자체를 엄격하게 판단하는 방식으로 조정하면 해소될 수 있고, 일단 법령 위반이 확정된 이후에 경영판단 원칙으로 면책을 구하는 것과는 이사의 위험 감수 의지는 다른 차원의 문제로 보는 시각에서 비롯된 게 아닐까 싶다.

 

III. 대법원 2025. 6. 12. 선고 2021다256696, 256702 판결

1. 사실관계

  소외 1 회사(휴대용 부탄가스 및 에어졸 제조·판매업)의 대표이사인 피고는 재직 중 동종 업계 경쟁사들과 가격담합을 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소외 1 회사에 대규모 과징금을 부과하였고, 소외 1 회사는 아울러 벌금형도 선고받았다.

  소외 1 회사의 주주들(원고들 및 공동소송참가인들)은 소외 1 회사를 대위하여 피고를 상대로 주주대표소송을 제기하였다. 청구된 손해는 소외 1 회사가 납부한 과징금 및 벌금 상당액이다.

  피고는 아래와 같이 두 가지 방어 논거를 내세웠다. 첫째, 피고는 소외 2 회사(휴대용 부탄가스 및 에어졸 제조·판매업)의 대표이사도 겸하고 있었는데, 양사 간에 경업관계가 없으므로 경업금지의무 위반이 아니다. 둘째, 가격담합으로 소외 1 회사에 이득(경쟁사 대비 높은 가격 유지로 인한 매출 증가)이 발생하였으므로, 그 이득을 과징금·벌금 손해에서 공제(손익상계)하여야 한다.

2. 쟁점

  이 판결의 핵심 쟁점은 세 가지다. 첫째, 영업지역이 다른 두 회사 사이에도 경업관계가 성립할 수 있는가. 둘째, 법령 위반 행위로 인하여 발생한 이득을 손익상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가. 셋째, 법령 위반 이사에 대하여 손해배상액을 제한(감경)할 수 있는가.

3. 경업금지의무 위반 여부

(1) 경업금지의무의 의의와 요건

  상법 제397조 제1항은 이사가 이사회의 승인 없이 자기 또는 제3자의 계산으로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무한책임사원이나 이사가 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이사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지위를 이용하여 개인 또는 제3자를 위해 회사의 이익을 침해할 구조적 유인을 가진다. 경업금지의무는 이러한 회사와 이사 간 이해충돌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는 기능을 한다.

  의무 위반의 핵심 요건은 ’회사의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를 하거나 ’동종 영업을 목적으로 하는 다른 회사의 이사’가 되는 것이다. ’영업부류에 속한 거래’란 회사가 현재 영위하고 있거나 장차 영위할 것이 합리적으로 예상되는 사업 범위 내의 거래를 의미하고, ’동종 영업’의 동일성 판단은 업종의 실질적 동일성을 기준으로 한다. 이사가 경업을 하려면 이사회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상법 제397조 제1항), 승인 없이 경업하면 회사는 이를 회사의 계산[7]으로 한 것으로 볼 수 있다(개입권, 상법 제397조 제2항).

  의무 위반에 따른 효과로는 ① 상법 제397조 제2항에 따른 회사의 개입권 행사, ② 상법 제399조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 ③ 상법 제385조 제1항에 따른 해임 사유 해당이 있다.

(2) 이 사건에서의 경업관계 판단

  대법원은 두 가지 법리를 제시하였다. 첫째, 두 회사가 영업지역을 달리한다는 사정만으로 경업관계가 없다고 볼 수 없다. 경업관계 판단에서 지역적 분리는 결정적 기준이 되지 않으며, 업종의 동일성이 우선적 기준이 된다. 둘째, 경업 대상 회사가 실질적으로 이사가 속한 회사의 지점 내지 영업부문으로 운영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에 있다면, 두 회사 사이에는 이익충돌의 여지가 없다고 할 것이어서 경업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 이 사건에서 원심은 두 회사가 실질적으로 하나의 사업자로 영업부문을 달리하여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관계에 있을 뿐 상호 경쟁자로 인식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하였고, 대법원은 그 판단이 위 법리에 반하지 않는다고 보아 이 쟁점에 관한 원고들의 상고를 배척하였다.

4. 위법 이득의 손익상계 불허

(1) 손익상계의 일반 법리

  손익상계는 채무불이행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을 산정할 때, 동일한 원인으로 피해자에게 이득도 발생하였다면 그 이득을 손해액에서 공제하는 법리다. 민법에는 이를 명시적으로 규정한 조문이 없으나, 민법 제393조(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의 범위) 및 제763조(불법행위에 준용)의 손해배상 범위 산정 원칙과 공평의 관념에 기한 조리로부터 도출된다. 대법원은 손익상계를 공평의 관념에 기한 당연한 결론으로서 당사자의 주장을 기다리지 않고 직권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 왔다(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19다224238 판결[8]). 손익상계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① 손해배상책임의 원인 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새로운 이득을 얻었을 것, ② 이득과 원인 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을 것, ③ 이득이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대응하는 것일 것이라는 세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2) 법령 위반 행위에서의 배제

  대법원은 가격담합으로 인한 이득에 대해 손익상계를 허용하지 않았다. 판시의 핵심 논거는 다음과 같다 “회사는 기업활동을 하면서 범죄를 수단으로 하여서는 아니 되므로, 이사가 법령을 위반하여 회사에 이득이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이러한 이득을 손익상계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사의 법령 위반 행위와 회사의 범죄를 조장하고 손해배상 제도의 근본적인 취지에도 반하는 결과가 되므로 허용될 수 없다.”

위 논거는 대법원 2003다69638[9]에서 처음 제시된 것으로, 이번 판결은 그것을 가격담합이라는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에 확장·재확인한 것이다.

(3) 학설의 대립 규범적 배제설과 요건 불충족설

  손익상계를 불허하는 이론적 근거에 대해서는 학설이 대립한다.[10] 규범적 배제설은 판례와 같이, 설령 손익상계의 일반 요건을 형식적으로 충족하더라도 위법 이득을 공제에 포함하는 것은 규범적으로 허용될 수 없다고 본다. 법질서 전체의 관점에서 불법한 이득이 가해자(이사)의 책임 경감 수단으로 사용되는 결과를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요건 불충족설은 위법 이득은 처음부터 손익상계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구성한다. 손익상계가 허용되는 이득은 손해와 동일한 원인·범위 내에서 피해자가 얻은 것이어야 하는데, 법령 위반으로 인한 이득은 그 성질상 배상의무자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 범위에 ’대응’하는 이득이 아니라는 논리다. 이 견해는 별도의 규범적 판단 없이도 기존 손익상계 법리의 내부 논리만으로 동일한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두 견해의 실질적 결론은 동일하나, 이론적 정합성에서 차이가 있다. 규범적 배제설은 요건 충족을 인정한 뒤 별도의 정책적 이유로 결론을 차단하므로, 일반 법리와의 정합성 측면에서 이론 구성이 복잡하다는 비판을 받는다. 판례는 일관되게 규범적 배제설에 가까운 서술 방식을 택하고 있다.

(4) 손익상계 불허와 별개로 배상액 제한의 가능성

  이 판결은 위법 이득의 손익상계를 불허하면서도, 동시에 제반 사정을 참작한 손해배상액 제한(감경)은 허용하였다(대법원 2008. 9. 18. 선고 2006다49789 전원합의체 판결[11]).

  두 제도는 모두 이사가 실제로 부담하는 배상액을 낮추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유사해 보이지만, 대법원은 양자를 개념적으로 구분한다. 손익상계는 손해 ‘산정’ 단계에서 원인 행위와 이득 사이의 인과적 대응 관계를 근거로 손해액 자체를 감축하는 것이다. 배상액 제한은 확정된 손해액에 대하여 이사의 ‘책임 귀속’ 비율을 공평의 원칙에 따라 사후적으로 조정하는 것이다. 전자는 손해의 크기를 줄이고, 후자는 그 손해를 누가 얼마나 부담할지를 조정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분에 따르면, 위법 이득은 손해 산정의 공제 요소로는 사용할 수 없어도, 배상액 제한의 참작 사유로는 간접적으로 고려될 여지가 남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IV. 정리

  두 판결은 상법 제399조 책임 체계의 양 끝을 각각 확인한다. 2024다276295는 ’법령 위반 행위’의 외연에 형사법 전반이 포함됨을 업무방해죄 사안에서 재확인하고, 경영판단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음을 확인하였다. 2021다256696은 위법 이득을 손익상계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법리를 가격담합 사안에서 재확인하였다. 두 판결을 관통하는 대법원의 법리는 이사가 법령을 위반한 이상, 그 행위의 유형(형사법 위반), 피해자의 동일성(제3자), 경영 판단의 합리성, 위반 행위로 인한 이득이라는 어떤 사정도 책임의 성립을 막거나 그 범위를 사전적으로 제한하는 사유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이사의 법령위반 시, 이사의 회사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은 경영판단 원칙이 고려되지 않으므로 성립될 것이고, 총주주 동의에 의한 면제(상법 제400조 제1항)는 이론적으로는 가능하겠지만 상장회사 등에는 적용이 어렵고, 상법 제400조 제2항의 정관에 의한 책임제한도 ‘고의’ 또는 적어도 ‘중과실’이 인정되기에 적용이 어려울 것이지만, 법원에 의한 배상액 제한이라는 조정은 가능할 것이다.

 


[1] 대법원 2005. 7. 15. 선고 2004다34929 판결(S전자 비상장주식 저가 매각 사건). 사실관계 S전자 이사들이 S전자 보유 S종합화학 주식 2,000만 주를 적정가액보다 현저히 낮은 가액(1주당 2,600원)으로 특수관계사에 매도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상법 제399조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가 제기된 사안. 법리 ① 상법 제399조의 ’법령 위반 행위’는 (i) 이사 의무를 규정한 상법 등 제 규정 위반과 (ii) 회사가 기업활동을 함에 있어 준수할 제반 법률 규정 위반을 포괄한다. ② 법령 위반 행위에는 경영판단의 원칙이 적용될 여지가 없다. ③ 이사가 비상장주식 매각 시 합당한 정보를 가지고 회사 최대이익을 위해 결정하고, 그 거래가액이 객관적으로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을 정도로 상당성이 있다면 선관주의의무를 다한 것이다. 포섭 및 결론 이사들이 적정 거래가액 도출을 위한 합리적 정보 수집 및 검토를 전혀 하지 않아 선관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되었다. 이 판결은 금융기관에 한정되지 않고 주식회사 이사 일반에 경영판단 원칙을 적용한 선도 판결이다.

[2] 상법 제399조의 법적 성격에 관한 학설 정리로는 송옥렬, 『상법강의』 제14판(홍문사, 2024), 1051면 이하 참조. 채무불이행책임설을 취하는 판결로는 대법원 1985. 6. 25. 선고 84다카1954 판결; 이후 대법원 2008. 12. 11. 선고 2005다51471 판결, 대법원 2023. 10. 26. 선고 2020다236848 판결 등에서 반복 확인된다. 이에 따라 상법 제399조에 의한 손해배상 청구권에는 민법 제766조 제1항의 단기소멸시효(3년)가 아닌 일반 채권의 소멸시효(민법 제162조 제1항 10년)가 적용된다.

[3] ’법령’의 범위에 관한 광의설·한정설의 논거 상세는 정동윤, 「이사의 책임」, 『상사판례연구』 제18집(2005), 45면 이하 참조.

[4]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3다69638 판결(S전자 뇌물공여 사건). 사실관계 S전자의 이사인 피고가 S전자 자금을 인출하여 당시 대통령이었던 노태우에게 뇌물을 공여하였고, 이로 인해 S전자가 뇌물액 상당의 손해를 입었다는 이유로 상법 제399조에 기한 손해배상을 구한 주주대표소송. 법리 ① 뇌물공여를 금지하는 형법 규정은 회사가 기업활동을 함에 있어 준수하여야 할 제반 법률에 해당하므로, 이사가 회사 자금으로 뇌물을 공여한 행위는 상법 제399조의 ’법령 위반 행위’에 해당한다. ② 법령 위반 행위로 회사에 이득이 발생하더라도 그 이득을 손익상계 대상으로 삼는 것은 이사의 법령 위반 행위와 회사의 범죄를 조장하므로 허용되지 않는다. 포섭 및 결론 피고의 뇌물 공여는 상법 제399조의 법령 위반 행위에 해당하고, 뇌물 공여로 S전자가 반사적으로 얻었을 수 있는 이익에 대한 손익상계 주장은 배척되어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었다.

[5] 경영판단 원칙의 국내 수용 과정 및 요건에 관한 상세는 권재열, 「경영판단원칙의 수용과 그 한계」, 『상사법연구』 제22권 제3호(2003), 279면 이하; 김택주, 「경영판단의 원칙의 적용요건(대법원 2005.7.15. 선고 2004다34929 판결)」, 『기업법연구』 제20권 제1호(2006) 참조.

[6] 대법원 2002. 3. 15. 선고 2000다9086 판결. 사실관계 금융기관 이사들이 부실 대출 등 임무 해태로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상법 제399조에 기한 손해배상 청구가 제기된 사안. 법리 금융기관의 이사는 그 금융기관에 대하여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지므로, 통상의 합리적인 금융기관 임원으로서 합당한 정보를 가지고 적합한 절차에 따라 회사의 최대이익에 부합한다고 합리적으로 신뢰하고 신의성실에 따라 경영상의 판단을 한 것이라면, 그 경영판단이 사후에 회사에 손해를 입히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하더라도 이사가 선관주의의무를 다한 것으로서 손해배상책임을 지지 않는다. 포섭 및 결론 금융기관 이사에 한정하여 경영판단 원칙 적용 틀을 처음 명시적으로 정립한 판결. 같은 취지의 대법원 2002. 6. 14. 선고 2001다52407 판결도 금융기관 이사를 대상으로 한다.

[7] 이 경우 ‘계산’이란 회사가 거래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아닌, 회사가 개입권 행사 시 그 거래의 경제적 효과를 회사에 귀속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8] 대법원 2023. 11. 30. 선고 2019다224238 판결. 사실관계 채무불이행으로 인한 손해배상 산정 시 피해자가 얻은 부수적 이득의 공제 여부가 쟁점이 된 사안. 법리 불법행위 등이 피해자에게 손해를 생기게 하는 동시에 이익을 가져다 준 경우에는 공평의 관념상 그 이익은 당사자의 주장을 기다리지 아니하고 손해를 산정할 때 공제하여야 한다. 손익상계가 허용되기 위해서는 원인행위로 인하여 피해자가 새로운 이득을 얻었고, 이득과 원인행위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어야 하며, 이득은 배상의무자가 배상하여야 할 손해의 범위에 대응하는 것이어야 한다. 포섭 및 결론 손익상계의 요건에 관한 일반 법리를 재확인한 판결로, 민법 제399조의 맥락에서 법령 위반 이득의 손익상계 불허 법리와 대비되는 일반 기준으로 기능한다.

[9] 대법원 2005. 10. 28. 선고 2003다69638 판결(S전자 뇌물공여 사건). 위 각주4 참고.

[10] 규범적 배제설과 요건 불충족설의 이론적 검토로는 이준현, 「이사의 법령위반행위로 인한 손익상계의 허용 여부」, 『상사판례연구』 제36권 제1호(2023) 참조. 비교법적으로는 독일법상 위법 이득 공제 불허 법리(Vorteilsausgleichung)와의 비교가 유용하다.

[11] 대법원 2008. 9. 18. 선고 2006다49789 전원합의체 판결. 사실관계 금융기관 이사들이 부실 여신 운용 등 임무 해태 행위를 하여 회사에 대규모 손해를 입혔다는 이유로 상법 제399조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가 제기된 사안. 법리 이사가 상법 제399 책임을 지는 경우, 당해 사업의 내용과 성격, 임무위반의 경위 및 그 행위의 태양, 손해 발생 및 확대에 관여된 사정, 이사의 회사에 대한 평소 공헌도, 임무위반으로 인한 이사의 이득 유무, 회사의 위험관리체제 구축 여부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손해배상액을 제한할 수 있다. 그 제한 비율의 결정은 형평 원칙에 비추어 현저히 불합리하지 않는 한 사실심의 전권 사항이다. 상법 제400조 제2항와의 관계 상법 제400조 제2항 단서는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정관에 의한 감경(최근 1년간 보수액의 6배 초과분 면제)을 허용하지 않는다. 법령 위반 행위는 통상 고의에 해당하므로 상법 제400조 제2항에 의한 감경은 이 유형의 사안에 적용되기 어렵다. 반면 이 판결이 확립한 판례상 배상액 제한은 상법 제400조 제2항와 별개로, 이사의 책임 비율을 사후적으로 조정하는 것으로서 법령 위반 이사에 대해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포섭 및 결론 상법 제399조의 맥락에서 손해배상액 제한 법리를 최초로 명시적으로 확립한 전원합의체 판결. 법령 위반 이사에 대한 배상액 제한 허용의 기준 판례로 기능한다.

민법의 유사 법리 상법 제399조의 책임이 채무불이행책임이므로 민법 제396조(과실상계)가 준용될 수 있으나, 이사-회사 관계에서 ‘채권자(회사)의 과실’ 요소가 인정되기 어렵고, 실제 판례상 배상액 제한은 민법 제396조가 아닌 신의성실 원칙·손해분담의 공평이라는 독자적 근거에서 도출된다. 배상액을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다는 원리는 민법 제398조 제2항(손해배상 예정액의 감액), 민법 제396조(과실상계) 등에서 나타나는 법원칙과 맥락을 같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