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분쟁의 배경
세계 최대 비철제련기업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둘러싼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최윤범 회장 측의 분쟁은, 2024년 하반기 공개매수 대결로 본격화된 이후 법정 공방의 국면으로 전환되었다. 그 과정에서 고려아연 측이 꺼내든 핵심 카드가 상법 제369조 제3항의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다.
고려아연 측의 전략은 두 단계로 전개되었다. 1단계에서는 호주 손자회사 SMC(Pty Ltd)를 통해 영풍 지분 10.33%를 취득한 뒤, 2025년 1월 임시주주총회에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였다. 그러나 서울중앙지법은 SMC가 상법상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에 가깝다는 이유로 의결권 제한을 위법으로 판단하였다(서울중앙지법 2025. 3. 7. 자 2025카합20144 결정). 이에 고려아연 측은 2단계로, SMC 보유 영풍 지분을 호주 자회사 SMH(Public company limited by shares)에 현물배당 방식으로 이전하여 새로운 상호주 구조를 형성하였고, 2025년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다시 영풍의 의결권을 제한하였다. 이번에는 1심(서울중앙지법 2025. 3. 27. 자 2025카합20431 결정), 항고심, 대법원(2026. 4. 2. 자 2025마6793 결정) 모두 고려아연 측의 손을 들어주었다.
대법원 2025마6793 결정은 상법 제369조 제3항의 적용 범위와 관련하여 세 가지 쟁점을 일거에 정리한 선례이다. 이하에서는 대법원 결정의 법리를 중심으로, 하급심의 판단과 대비하면서 각 쟁점을 분석한다.
II. 대법원 결정의 요지
대법원 결정 요지는 세 가지 법리를 설시하고 있다. 첫째, 상법 제369조 제3항 전단의 '10분의 1 초과 보유' 여부는 주주총회일을 기준으로 판단하되, 후단의 '대상회사 주식 보유' 여부는 기준일을 기준으로 판단한다. 둘째, 대상회사가 국내회사인 한 자회사가 외국회사이더라도 제369조 제3항이 적용된다. 셋째, 외국회사가 자회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리 상법의 주식회사와 동종 또는 가장 유사한 회사일 것을 요한다.
이러한 법리를 기초로, 대법원은 고려아연 경영진의 배임이나 공정거래법·자본시장법 위반을 인정하지 않은 원심 판단도 정당하다고 보아 재항고를 기각하였다.
III. 상법 제369조 제3항 전단·후단 기준시점의 분리 해석
1. 쟁점
상법 제369조 제3항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규정한다.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 같은 조문 안에서 "가지고 있는"이라는 문구가 두 번 사용된다. 영풍 측은 동일 문구의 통일적 해석 원칙에 따라 양자 모두 주총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주장에 따르면, 영풍이 기준일(2024. 12. 31.) 이후 고려아연 주식을 자회사 와이피씨(YPC, 유한회사)에 현물출자한 이상 주총일 기준으로는 영풍이 고려아연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으므로 제369조 제3항의 적용이 배제된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전단과 후단의 "가지고 있는"이 같은 문구이더라도 그 판단 기준시점은 달라야 한다고 반박하였다.
2. 학설의 대립
상호주 의결권 제한 기준시점에 관하여 두 가지 해석론이 대립한다.
통일적 해석설은 하나의 조문 안에서 같은 문구가 사용된 이상 동일하게 해석하는 것이 법해석의 기본 원칙이며, 주총일을 통일적 기준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행 판례가 전단에 관하여 주총일을 기준시점으로 설시한 점도 이 해석의 논거로 원용된다.[1] 의결권 제한은 주주의 기본적 권리에 대한 제한이므로 엄격하게 해석해야 하고, 조문의 문언을 넘어서는 분리 해석은 확장 해석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분리 해석설은 전단(출자회사가 피출자회사의 10% 초과 주주인지 여부)은 주총일을, 후단(피출자회사가 대상회사 주식을 가지고 있는지 여부)은 기준일을 각각 기준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입장의 핵심 논거는 상호주 의결권을 제한하는 상법 제369조 제3항의 잠탈 방지이다. 만약 후단도 주총일 기준으로 해석하면, 피출자회사는 기준일 이후 대상회사 주식을 일시적으로 제3자에게 양도했다가 주총 종료 후 다시 양수하는 방법으로 의결권 제한을 너무나 손쉽게 회피할 수 있게 된다.[2] 나아가 이 입장은, 전단이 출자회사의 피출자회사 주식 '취득'이라는 개인법적·거래법적 문제인 반면, 후단은 출자회사의 주총에서 '누가 의결권을 행사할 것인가'를 확정하는 단체법적 문제로서 양자는 논의의 평면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다.[3] 이러한 관점에서 2009년 대법원 판결(2006다31269)은 전단의 기준시점만을 다룬 것이므로 후단에까지 확장 적용할 수 없다는 분석이 제시된다.[4]
3. 대법원의 태도
대법원은 2006다31269 판결의 법리를 재확인하면서, 전단에 대해서는 기준일 제도가 "대상회사의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자를 확정하기 위한 것일 뿐, 다른 회사의 주주를 확정하는 기준으로 삼을 수는 없다"는 이유로 주주총회일을 기준시점으로 유지하였다. 후단에 대해서는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던 대상회사의 주식을 기준일이 지난 다음 제3자에게 처분하는 등의 사유로 주주총회일 당시에 더 이상 가지고 있지 않은 경우에도 대상회사의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할 자가 확정되는 시점은 기준일"이라고 설시하였다.
이 설시는 분리 해석설의 논거 구조인 입법목적(잠탈 방지)과 기준일 제도의 기능적 해석을 수용한 것으로 읽힌다. 하나의 조문 내에서 동일 문구의 판단 기준을 달리 설정하는 것은 이례적이나, 이는 제369조 제3항의 입법목적과 기준일 제도의 체계적 해석이 요구하는 결과라는 점에서 대법원이 목적론적 해석을 우선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IV. 외국자회사에 대한 제369조 제3항의 적용
1. 하급심의 엇갈린 판단
임시주총 단계(2025카합20144)에서 법원은, 상법 제369조 제3항의 관련 회사가 모두 상법상 '주식회사'에 해당해야 적용될 수 있다고 전제한 뒤, SMC(Pty Ltd)가 주식양도의 원칙적 제한, 주주 수 50명 제한, 조직변경 없이는 상장 불가 등의 특징을 갖추고 있어 주식회사보다 유한회사에 가깝다고 판단하였다. 반면, 정기주총 단계(2025카합20431)에서 법원은, SMH(Public company limited by shares)가 주주 유한책임, 원칙적 주식양도 자유, 주주 수 제한 없음, 조직변경 없는 상장 가능 등 주식회사의 본질적 특성을 갖추고 있으므로 상법상 주식회사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
외국회사인 자회사에 대해 제369조 제3항 적용 자체가 가능한지에 관해서는, 정기주총 1심이 이미 긍정적으로 판단하였다. 제369조 제3항의 자회사는 해당 조항에 따른 직접적인 법률관계 변동의 효과가 미치지 않는 요건사실 중 하나에 불과하고, 의결권 제한 여부는 국내회사인 대상회사(고려아연)의 내부문제이므로 대한민국 상법이 적용되어야 한다는 논리이다. 이와 동일한 취지에서, 독일 주식법상 상호참가기업 규정(독일 주식법 제16조, 제19조, 제328조)에서도 종속기업에 외국회사가 포함된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라는 점이 참고된다.[5]
2. 대법원의 태도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수긍하면서, "자회사가 외국회사이더라도 마찬가지"라는 점을 명확히 하였다. 다만 제342조의2 제1항이 모회사·자회사를 '발행주식'을 기준으로 정의하고 있는 점에 비추어, "외국회사가 자회사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우리 상법의 주식회사와 동종 또는 가장 유사한 회사일 것을 요한다"고 설시하였다.
3. '주식회사 등가성' 판단에 관한 논의
외국회사의 주식회사 등가성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다소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유력하다.[6] 그 근거로는, 우리나라 상법상 주식회사 중 형식은 물적 회사이지만 실질은 인적 회사에 가까운 소규모 폐쇄회사가 다수인 점, 주식회사에 상응하는 외국 회사법상의 회사 형태나 용어가 나라마다 다른 점, 주식회사에 대한 규제 내용 역시 국가별로 차이가 큰 점 등이 제시된다. 이 관점에서 보면 임시주총 단계의 결정이 Pty Ltd의 주식회사 등가성을 부정한 것은 상법상 허용되는 주식회사의 모습을 지나치게 좁게 설정한 측면이 있다는 비판도 가능하다.[7]
반면, 의결권 제한 규정의 엄격 해석이라는 관점에서는, 주식양도의 원칙적 자유와 주주 수 비제한 등이 주식회사의 본질적 징표이므로, 이를 결여한 Pty Ltd를 상법상 주식회사로 포섭할 수 없다는 임시주총 결정의 논리도 나름의 정합성을 갖추고 있다. 이 문제는 향후 다른 외국 법제의 회사 형태가 문제되는 사안에서 계속 다투어질 여지가 있다.
V. 객관적·획일적 적용 원칙과 권리남용 주장의 배척
1. 영풍 측의 주장 구조
영풍 측은 고려아연 경영진이 SMH·SMC를 이용하여 영풍 주식을 취득한 행위가 업무상 배임 또는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며, 이를 근거로 한 의결권 제한은 권리남용이라고 주장하였다. 특히 SMH가 정기주총 개회 직전(오전 8시 47분)에 영풍 주식 1,350주를 추가 취득하여 10.03%를 달성한 사정은, 순수한 사업 목적이 아닌 오로지 의결권 박탈을 위한 인위적 설계라는 것이었다.
2. 학설의 대립
목적심사 필요성 쟁점의 핵심은, 상법 제369조 제3항의 요건이 형식적으로 충족된 이상 경영권 방어라는 주관적 목적을 이유로 그 효력을 부정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이다.
객관적·획일적 적용설의 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제369조 제3항은 의결권 제한의 '목적'에 관하여 별도의 요건을 규정하지 않는다. 제3자 배정 신주발행에 관한 상법 제418조 제2항이 "경영상 목적"이라는 요건을 명시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8] 둘째, 자기주식 취득·처분을 경영권방어수단으로 활용하는 경우에도 법원은 그 '목적'에 대한 별도의 심사를 하지 않고 있으며, 상호주 규제에서만 목적 심사를 요구할 근거가 없다.[9] 셋째, 대법원은 이미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경영권방어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당성을 인정한 바 있다.
목적 심사 필요설은,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를 통해 모든 경영권방어수단에 통일적인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경영권방어 목적으로 활용할 때에도 그것이 기업가치·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필요한 것인지에 관한 별도의 사법심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10] 이 견해에 따르면, 제369조 제3항에 '목적'에 관한 명시적 규정이 없더라도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라는 일반 원칙에 의해 동일한 심사가 요구되며, "경영상 목적"이라는 문구의 유무는 주의적 선언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3. 대법원의 태도
대법원은 "배임행위나 법령 위반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의결권 제한이 권리남용이나 신의칙 위반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원심 판단을 수긍하였다. 이 설시의 구조를 보면, 대법원은 권리남용 주장을 원론적으로 배척한 것이 아니라 소명 부족이라는 구체적 판단을 통해 배척한 것이다. 그러나 그 전제로서 1심이 설시한 '객관적·획일적 적용' 원칙에 관해 법리 오해가 없다고 판단한 점에 비추어 보면, 대법원이 이 원칙 자체를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VI. 함의와 전망
1. 법리적 함의
이번 결정이 갖는 법리적 의의는 크게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전단·후단 기준시점의 분리 해석을 통해, 기준일과 주총일 사이의 시간차를 이용한 의결권 제한 회피 전략의 한계가 명확해졌다. 둘째, 외국자회사도 '동종 또는 가장 유사한 회사'라면 제369조 제3항의 자회사에 포함될 수 있음이 확인됨으로써, 글로벌 지배구조를 가진 기업의 경영권 분쟁에서도 상호주 규제가 작동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 셋째, 경영권방어 목적의 상호주 형성이라 하더라도 형식적 요건 충족 시 의결권 제한의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 재확인되었다.
2. 향후 전망
이번 대법원 결정이 가처분 사건에 대한 것이라는 점에서, 본안 소송의 전개에 관심이 쏠린다. 가처분 절차는 '소명' 수준의 증거로 잠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인 반면, 본안 소송은 '증명' 수준의 증거에 기초한 종국적 판단이라는 구조적 차이가 있다. 주주총회결의 취소소송 실무에서 가처분 단계의 판단과 본안 판결이 다른 결론에 이르는 것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것은 아니나, 이 사건에서는 대법원이 가처분 단계에서 법리 쟁점까지 상세히 설시하였다는 점에서 본안에서 법리적 판단이 달라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다만, 가처분에서 소명 부족을 이유로 배척된 권리남용·배임·자본시장법 위반 주장의 경우, 본안에서 보다 충실한 증거가 제출된다면 사실인정의 차원에서 다른 결론이 도출될 여지는 원칙적으로 열려 있다고 할 것이다.
실무적으로는 본안 소송에서 상법 제379조의 재량기각이 선고될 가능성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법원은 결의의 내용, 회사의 현황 및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취소가 부적당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취소 청구를 기각할 수 있는바, 이 사건 정기주총 결의가 이미 상당 기간 집행된 점, 지배구조 개선안이 시행 중인 점 등이 재량기각의 고려요소가 될 수 있다.
한편, 상법 개정 및 주주행동주의 확산에 따라 적대적 M&A 시도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상법 제369조 제3항은 인수대상회사 경영진이 실효적으로 의존할 수 있는 몇 안 남은 경영권방어수단이었다.[11] 이번 대법원 결정으로 그 활용 가능성이 한층 명확해졌으나, 동시에 외국자회사의 주식회사 등가성 판단 기준, 피출자회사의 주식배당 등을 통한 대응 가능성 등 후속 쟁점도 부각되고 있다.
[1] 대법원 2009. 1. 30. 선고 2006다31269 판결.
[2] 서울중앙지법 2025. 3. 27. 자 2025카합20431 결정.
[3] 안태준,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른 상호주 규제의 최근 쟁점", 사법 제75호, 사법발전재단, 2026, 55-58면.
[4] 안태준, 위의 논문, 55-58면. 동지: 김지평, "주권발행 전 주식양도와 상호주 보유 규제", 인권과 정의 통권 제400호, 대한변호사협회, 2009, 82-84면; 전현정, "상호주의 의결권에 관한 판단기준", 대법원판례해설 제79호, 309-315면.
[5] 역 이형규, 독일 주식법, 법무부, 2024; 황남석, "외국회사와 상법의 적용문제", 상사법연구 제44권 제2호, 한국상사법학회, 2025, 70-71면.
[6] 안태준, 앞의 논문, 62-63면.
[7] 안태준, 앞의 논문, 65면.
[8] 안태준, 앞의 논문, 50면.
[9] 안태준, 앞의 논문, 50면.
[10] 송옥렬, "경영권방어를 위한 제3자배정 신주발행 再論", 상사법연구 제44권 제1호, 한국상사법학회, 2025, 121면의 취지 참조.
[11] 안태준, 앞의 논문, 4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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