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 서론
이 글은 「상법 개정의 구조적 기원」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제1편은 1962년 상법 제정 이후 60여 년간의 개정 연혁을 추적하면서, 경제위기가 개정의 동력이 되어 온 점, 주주보호 장치가 도입된 뒤 사문화되어 온 점, 그리고 기업자율과 주주보호 사이의 진자운동이 반복되어 온 점이라는 세 가지 구조적 패턴을 도출하였다. 제2편은 2025~2026년 상법 개정이 왜 '지금' 이루어졌는지를 묻고, 지배주주의 지분 희석에 따른 소유·지배 괴리의 심화, 자본시장 참여자의 질적 변화, 소액주주 운동의 제도적 성숙, 대법원 판례가 드러내 온 보호 공백, 그리고 거시경제 불안이라는 다섯 가지 구조적 배경을 분석하였다.
제1편과 제2편이 '왜 이 개정이 필요하였는가'라는 질문에 답하였다면, 이번 제 3편은 '개정된 조문이 실제로 무엇을 바꾸는가'라는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첫째, 각 개정 조문이 기존 판례 법리를 어떻게 변경하거나 확장하는가. 둘째, 개정 조문에 남아 있는 해석론적 공백은 무엇이며, 이것이 기업 실무와 자본시장에 어떤 불확실성을 야기하는가.
2025년 7월부터 2026년 3월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이루어진 개정의 시행 시기는 조문에 따라 상이하다. 아래 표는 주요 개정 사항의 시행 일정을 정리한 것이다.
| 차수 | 주요 내용 | 공포일 | 시행일 |
|---|---|---|---|
| 1차 |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 확대 (회사→회사+전체주주) | 2025.7.22. | 공포 즉시 |
| 1차 | 독립이사 제도 전환, 의무선임 1/4→1/3 확대 | 2025.7.22. | 2026.7.23. |
| 1차 | 감사위원 선임 시 합산 3%룰 전면 적용 | 2025.7.22. | 2026.7.23. |
| 1차 | 전자주주총회 도입·일부 상장사 의무화 | 2025.7.22. | 2027.1.1. |
| 2차 | 집중투표제 의무화 (자산 2조 원 이상, 정관배제 금지) | 2025.9.9. | 2026.9.10. 이후 최초 주총 |
| 2차 | 감사위원 분리선출 1명→2명 이상 | 2025.9.9. | 2026.9.10. |
| 3차 | 자기주식 1년 내 소각 의무화 | 2026.3.6. | 공포 즉시 |
| 3차 | 자기주식 권리 포괄 제한 (의결권·배당·EB 금지 등) | 2026.3.6. | 공포 즉시 |
| 3차 | 합병·분할 시 자기주식 신주배정 금지 | 2026.3.6. | 공포 즉시 |
이 글은 위 개정 사항을 개별 조문의 시간순이 아니라 테마별로 재배열하여 분석한다. II장에서는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경영판단 원칙의 재해석을, III장에서는 독립이사·집중투표제를 통한 이사회 구성의 변화를, IV장에서는 감사위원회 분리선출 확대와 의결 정족수 리스크를, V장에서는 전자주주총회의 의무화를, VI장에서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를, VII장에서는 합병·분할·공개매수에 대한 파급 효과를 각각 다룬다. VIII장에서는 II~VII장의 분석 과정에서 도출된 입법 흠결과 해석론적 과제를 종합하고, IX장에서 시리즈 전체를 마무리하고자 한다.
II. 이사의 의무 — 충실의무 확대와 경영판단 원칙의 재해석
II-1. 개정 조문의 구조
1998년 상법 개정으로 신설된 제382조의3은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였다.[1] 영미법상 신인의무(fiduciary duty) 중 충성의무(duty of loyalty)를 도입하려는 취지였으나, 의무의 대상을 '회사'로 한정함으로써 주주 이익의 보호는 해석론에 맡겨졌다. 1998년 신설 이후 이 조항의 적용 범위를 둘러싸고 학설 대립이 지속되었다. 이질설은 충실의무가 영미법상 duty of loyalty를 도입한 것으로서 선관주의의무(duty of care)와는 본질적으로 다른 별개의 의무라고 본다. 이 견해에 따르면 선관주의의무는 이사의 임무수행 전반에 적용되는 주의의 기준인 반면, 충실의무는 이사와 회사 간 이해가 충돌하는 상황에서 이사가 자신의 이익을 우선할 수 없다는 금지규범으로서, 경업금지(제397조), 회사기회유용금지(제397조의2), 이사의 자기거래금지(제398조) 등 개별 규정의 포괄적 상위규범에 해당한다.[2] 동질설은 이사가 선관주의의무로써 위임사무를 충실히 처리하면 회사이익의 우선은 당연히 포함되므로, 충실의무는 선관주의의무를 확인·강조한 것에 불과하다는 견해이다. 일본 학계의 다수설과 판례가 이 입장을 취한다.[3] 한국 판례는 '이사의 직무상 충실 및 선관주의의무'라고 병렬적으로 적시하여 두 의무를 명확히 구별하지 않는 경향을 보여 왔으나, 2011년 회사기회유용금지 규정(제397조의2) 신설과 자기거래 규정(제398조)의 강화로 충실의무의 구체적 내용이 법률에 명시되면서, 이질설이 힘을 얻는 추세에 있었다.[4]
2025년 1차 개정은 이 조문을 다음과 같이 변경하였다.[5]
제382조의3(이사의 충실의무 등)
①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②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
개정 조문은 두 항으로 이뤄져 있다. 제1항은 충실의무의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는 선언적 규정이고, 제2항은 그 행위규범을 구체화하는 규정이다. '전체 주주'라는 문구는 입법 과정에서의 타협의 산물이다. 당초 발의된 개정안은 '주주'만을 명시하였으나, 재계에서는 특정 소수주주의 이익만을 위한 소송 남발 가능성을 우려하여 반발하였고, 최종적으로 '전체 주주'로 수정되어 통과되었다. 이 수정은 이사가 특정 주주가 아닌 주주 전체의 이익을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명시함으로써, 소수주주의 사적 이익 추구를 위한 의무 위반 주장에 대한 방어 논거를 기업 측에 제공하려는 취지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II-2. 기존 판례 법리와의 단절 가능성
개정 전 판례법리의 핵심은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을 분리하는 구조에 있었다. 이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 대법원 2009. 5. 29. 선고 2007도4949 전원합의체 판결(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이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에버랜드가 시가 대비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전환사채를 발행하여 기존 주주의 지분이 희석된 행위에 대하여, 주주배정방식으로 발행된 이상 이사회가 실권분을 동일 조건으로 제3자에게 배정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다음과 같이 판단하였다.[6]
*"신주발행으로 인하여 종전 주식의 가격이 하락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기존 주주가 입은 간접적인 손해에 불과할 뿐 회사에 손해가 있다고 볼 수는 없으며, 주주의 이익과 회사의 이익을 분리하여 평가하여야 한다."*
위 법리에 따르면 자본거래에서 주주가 입은 손해는 '회사의 손해'가 아니므로, 이사의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이나 배임죄의 구성요건 충족이 어렵게 된다. 반대의견(김영란·박시환·이홍훈·김능환·전수안 대법관)은 다수의견이 "지나친 형식논리"라고 비판하면서, 이사에게 실권주 발행을 중단하고 제3자배정방식으로 전환하여 공정한 가액으로 발행할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전원합의체에서 6:5로 내려진 이 판결에 대한 학계의 평가는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첫째, 다수의견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주주배정방식의 본질에 주목한다. 주식회사는 주주들에 의하여 자본적으로 결합된 사단이고, 주주는 인수가액을 한도로 책임을 질 뿐 추가출자의무를 지지 않는다 (상법 제331조). 따라서 주주배정방식에서 발행가액을 액면가 이상으로 정하면 자본충실의 원칙상 충분하며, 저가 발행에 따른 자금 유입 감소를 회사의 손해로 평가할 수 없다는 것이다.[7] 둘째, 반대의견과 궤를 같이하는 비판적 입장에서는 주주평등의 원칙과 출자구조에 의한 지배의 관점에서 다수의견을 정면으로 비판한다. 이사회가 실권주 배정에 관하여 갖는 권한은 기존 주주들의 지분적 지배구조와 경제적 이익을 본질적으로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로 제한된다는 것이며, 실권 규모가 97.06%에 달하여 지배구조의 근본적 변경이 명백한 상황에서 이사회가 제3자 배정을 결의한 것은 주식회사의 본질 내지 회사법의 기본원칙에 반한다고 지적되었다.[8] 또한 다수의견이 주주와 회사의 법인격 별개성을 관철하여 '주주 손해 ≠ 회사 손해'로 본 것에 대하여, 상법 제516조 제1항과 제424조의2 제1항 등에 비추어 주주와 회사는 자본적 동일체로 보아야 한다는 반론도 제기되었다.[9] 셋째, 형법의 독자성을 강조하는 입장에서는, 배임죄의 성립 여부가 상법 해석에 종속되어 결정되지 않으며, 형법은 사회적 통합에 중요한 행위규범을 독자적 원리에 의하여 형성한다고 본다. 이 관점에서 전환사채의 제3자 저가발행은 재벌 경영권의 변칙적 승계라는 중대한 도덕적 결함을 갖고 있으며, 배임죄의 전통적 해석론에 의하여 이를 규율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10]
학계의 위 세 갈래 평가는 결국 회사법의 근본 물음인 주식회사에서 회사의 이익과 주주의 이익은 어디까지 동일하고 어디서부터 분리되는가에 대한 답의 차이에서 비롯된다. 2025년 충실의무 개정은 입법자가 분리의 폭을 좁히는 방향의 답을 내린 것을 평가할 수 있다.
개정 상법 제382조의3은 위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의 법리를 정면으로 수정한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됨에 따라, 자본거래에서 주주 이익이 침해되는 경우 이사의 의무 위반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다. 에버랜드 사건과 동일한 사실관계가 개정법하에서 발생한다면, 이사가 전환사채의 저가 발행으로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를 희석시킨 행위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제2항)의 위반으로 평가될 여지가 있다. 이 '공평한 대우'의 구체적 의미와 심사 기준은 아래 II-3에서 해외 입법례와 함께 상세히 분석한다.
다만, 구체적인 사건에서 위와 같은 해석이 기존 판례의 변경에 반영되기까지는 신중하게 지켜봐야 한다. 먼저, 에버랜드 판결의 핵심 법리는 '회사 손해'와 '주주 손해'의 이분법을 전제로 한 것인데, 이 이분법은 개정 전 제382조의3의 문언 해석에서 도출된 것이 아니라, 주식회사의 본질(자본적 결합체)과 자본충실의 원칙에 관한 대법원의 법리 형성의 결과이다. 또한, 대법원은 법률 개정의 취지를 해석에 반영하되, 기존 판례를 변경할 때에는 전원합의체 심리를 통하여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여 왔다.[11] 이 법리에 따르면, 법원은 개정 취지를 고려하여야 하나, 기존 판례의 자동적 폐기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오직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해서만 명시적으로 기존의 판례를 변경할 수 있는 것이다.
에버랜드 판결의 법리는 구법 조문의 단순한 문언해석에서 도출된 것이 아닌, 주식회사의 본질과 자본충실의 원칙이라는 회사법의 일반 원리에 기초하고 있다. 이 일반 원리는 개정 전후를 불문하고 유지된다고 볼 수 있으므로, 대법원이 '충실의무 대상이 확대되었더라도 자본거래에서의 손해 산정 법리는 별개'라는 해석도 개정법과 병존할 수 있다. 또한, 대법원의 최종 결론과 무관하게, 개정법 시행과 대법원 전원합의체를 통한 판례 변경 사이에는 시간적 간극이 불가피하여 한동안 하급심의 판단이 갈릴 수도 있을 것이다. 입법취지에도 불구하고 개별 사안에서는 아래 해석론적 쟁점에 대해 어떤 결론이 나오느냐에 따라 개정 상법상 이사의 충실의무의 의미가 명확해질 것이다.
II-3. 해석론적 쟁점
개정법의 시행으로 적어도 네 가지 해석론적 쟁점이 새롭게 부상한다.
첫째, '회사의 이익'과 '전체 주주의 이익'이 충돌하는 경우 이사는 어느 쪽을 우선하여야 하는가. 양자가 일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겠으나, 장기적 회사 가치의 극대화(예컨대 대규모 R&D 투자)가 단기적 주주 이익(배당 극대화)과 상충하는 상황은 충분히 상정할 수 있다. 개정법 제1항은 '회사 및 주주'를 병렬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양자 사이의 우선순위를 명시하지 않는다. 영국 회사법(Companies Act 2006) 제172조가 이사의 의무를 "회사의 성공을 위하여(for the success of the company)" 행사하되 주주를 포함한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하도록 한 것과 비교하면, 한국 개정법은 양자의 관계 설정에서 의도적인 공백을 남긴 것으로 보인다.[12] 위 공백은 법원의 해석으로 채워질 수밖에 없으며, 초기 판례가 어떤 방향을 설정하는지를 지켜봐야할 것이다.
둘째, 배임죄의 구성요건에 대한 영향이다. 이 쟁점은 상법과 형법의 교차 영역에 위치하며, 개정의 파급력이 가장 논쟁적으로 드러나는 지점이다.
현행 형법상 업무상 배임죄(제356조)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여 '타인에게 재산상의 손해'를 가한 경우에 성립한다. 여기서 '타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재산상의 손해'의 범위를 어떻게 획정하는지가 핵심이다. 종래 대법원은 이 두 요건을 모두 '회사'에 한정하여 해석하여 왔다. 이사는 회사의 사무처리자이지 주주의 사무처리자가 아니므로, 주주에 대한 관계에서 배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13] 나아가 자본거래(신주·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의 발행)에서 발생하는 손해는 주주의 손해일 뿐 회사의 손해가 아니라고 보아,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요건도 충족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이러한 해석에서 에버랜드 전원합의체(2007도4949)의 다수의견은 '주주배정방식의 전환사채에서 실권분의 제3자 배정은 이사의 임무위배가 아니다'라고 결론지었고,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사건(2008도9436) 판결도 이와 같은 취지에서 '지배권 이전 목적의 저가 발행이라 하더라도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이 두 판결은 자본거래에서의 배임죄 적용을 사실상 차단하는 효과를 가져, 학계에서 지속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어 왔다.
개정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됨에 따라, 배임죄 구성요건의 해석에 있어 논리 체계상의 연쇄적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타인의 사무'의 범위이다. 이사가 주주에 대하여도 충실의무를 부담한다는 점이 상법에 명시됨에 따라, 이사가 처리하는 사무에 '주주의 사무'도 포함된다고 해석할 근거가 생긴다. 이는 배임죄의 주체 요건(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외연을 확장하는 것이다. 다만, 상법상 충실의무의 존재가 곧 형법상 '타인의 사무처리관계'를 의미하는지는 별개의 쟁점이다. 대법원은 '타인의 사무처리'로 인정되려면 두 당사자 관계의 본질적 내용이 단순한 채권관계상의 의무를 넘어서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 내지 관리하는 데 있어야 한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11. 1. 2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14] 민사상 의무가 존재하더라도 그것이 단순한 채무이행의 차원에 머무는 경우에는 형법상 사무처리관계가 부정된다. 예컨대 동업약정에 따른 가축보험 체결·유지의무는 상대방에 대한 민사상 채무이행이지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판단하였고(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3482 판결), 부동산 대물변제예약에서 소유권을 이전해 줄 의무 역시 자기의 사무로 타인의 사무가 아니라고 본 사례가 있다(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 [15]
나아가 충실의무의 법적 성질 자체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이사의 회사에 대한 충실의무는 위임관계(상법 제382조 제2항)에 기초한다. 수임인인 이사는 위임인인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이므로, 이사가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한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다. 그러나 개정법이 추가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이사와 주주 사이에 위임계약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법률이 직접 부과한 의무이다. 이사는 회사의 수임인이지 주주의 수임인이 아니다. 이 관점에서 보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 위반은 위임관계의 위반이 아니라 법정의무의 위반, 즉 민사상으로는 불법행위 또는 제401조에 기한 법정책임의 문제이지, 위임관계에 기초한 사무처리의 배신(배임)은 아닐 수 있다. 충실의무의 일종인 이사의 법령준수의무에 관하여 대법원은 상법상 의무뿐만 아니라 기업 경영 관련 법령 위반도 이사의 임무해태로 보아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여 왔으나(대법원 2021. 11. 11. 선고 2017다222368 판결),[16] 이는 민사 책임의 맥락이며 형사 책임인 배임죄에서 같은 논리를 적용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쟁점이다. 결국, 상법상 충실의무의 대상 확대가 형법상 배임죄의 '타인의 사무' 범위를 자동적으로 확장하는지에 대해서는, 상법과 형법의 규율 목적 차이를 고려한 신중한 해석이 필요하다.
두 번째는 '재산상의 손해'의 범위이다. 종래 대법원이 자본거래에서 '주주의 손해는 회사의 손해가 아니다'라고 보았던 것은 충실의무가 회사에 한정된다는 전제에 기초한 것이었다. 이 법리는 에버랜드 판결(2007도4949) 다수의견에서 가장 명확하게 확인된다. 다수의견은 "주주배정방식으로 신주를 저가 발행한 경우 이를 시가로 발행했을 때에 비하여 적은 자금이 회사에 유입되었더라도 이를 회사의 손해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시하면서, 그 근거로 자본충실의 원칙은 액면가 이상의 출자 확보만을 요구할 뿐 시가 발행을 강제하지 않는다는 점을 들었다. 반면, 반대의견은 실권 규모가 97.06%에 달하여 사실상 제3자배정과 동일한 상황에서 저가 발행을 계속한 것은 "공정한 발행가액과 실제 발행가액과의 차액에 발행주식수를 곱하여 산출된 액수만큼 회사가 손해를 입은 것"이라고 보았다.[17]
이 전제가 제거된 이상, 전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를 배임죄의 '재산상의 손해'로 구성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만, '주주 전체의 재산적 이익'이 배임죄에서 보호하는 '타인(본인)의 재산'에 포함되어야 하는데, 이는 회사법과 형법의 교차 영역에서 상당한 해석론적 작업을 요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독일에서는 배임죄(Untreue, 독일 형법 제266조)의 '재산상 손해'를 '전체 재산의 감소'로 파악하고, 회사 재산과 주주 재산을 구별하는 법리를 유지하고 있다.[18] 미국에서는 배임죄에 상응하는 일반 규정이 없고, 지배구조 위반에 대해서는 민사상 신인의무 위반의 구제가 주된 수단이다. 일본에서는 한국과 유사한 특별배임죄(일본 회사법 제960조)가 존재하나, 자본거래에서의 주주 손해를 배임죄의 손해로 인정한 판례는 확인되지 않는다. 결국, 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범위가 주주의 간접적 손해까지 포괄하는 방향으로 확장되는 것은 형법 해석의 독자적 판단 영역에 속하며, 비교법적으로도 선례가 많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임무위배'의 판단기준이다. 종래 경영판단원칙은 이사가 '회사의 최선의 이익'을 위하여 합리적으로 판단하였는지를 심사하였다. 개정법하에서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였는지가 추가적 심사기준이 된다. 이사가 회사의 이익을 위하여 합리적인 경영판단을 하였더라도, 그 과정에서 특정 주주(전형적으로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고려되고 나머지 주주의 이익을 간과한 경우에도, 임무위배가 인정될 수 있다.
이러한 해석의 확장은 배임 고소·고발의 급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상대방 진영이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을 배임죄로 형사 고소하는 전략적 소송이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 전망에 대해서는 두 가지 제어 요인을 고려하여야 한다. 대법원이 상법상 의무의 확대를 형법상 배임죄의 구성요건 해석에 곧바로 반영할지는 불확실하며, '충실의무 위반 = 임무위배'라는 등식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다른 하나는 입법적 해결의 가능성이다. 경영판단원칙의 명문화나 배임죄 구성요건의 조정에 관한 논의가 이번 개정 과정에서 이루어졌으나 최종적으로 포함되지 않았다는 점은, 이 문제가 해석의 과제로 남아 있음을 의미한다.
셋째, 이사의 제3자에 대한 책임(상법 제401조)과 주주의 직접손해·간접손해 법리에 대한 영향이다.
상법 제401조 제1항은 "이사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그 임무를 게을리한 때에는 그 이사는 제3자에 대하여 연대하여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19] 이 조항은 이사와 직접적인 법률관계가 없는 제3자를 보호하기 위하여 상법이 특별히 인정하는 법정책임으로서, 민법상 불법행위책임과는 별개로 성립한다.[20] 여기서 '임무'란 이사가 회사에 대하여 부담하는 선관주의의무 및 충실의무를 의미하며, 이사가 이 의무를 위반한 행위와 제3자의 손해 사이에 상당인과관계가 있으면 책임이 인정된다.
이 조항의 적용에서 핵심적 쟁점은 주주가 제401조의 '제3자'에 해당하는지, 그리고 주주의 손해를 직접손해와 간접손해로 구분하는 법리이다. 대법원은 1993년 이래 이 구별을 일관되게 유지하여 왔다. 주주가 이사의 임무해태로 '직접 손해를 입은 경우'에는 제401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가 가능하나, '이사가 회사의 재산을 횡령하여 회사의 재산이 감소함으로써 회사가 손해를 입고 결과적으로 주주의 경제적 이익이 침해되는 손해와 같은 간접적인 손해'는 제401조 제1항에서 말하는 손해의 개념에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1993. 1. 26. 선고 91다36093 판결, 대법원 2003. 10. 24. 선고 2003다29661 판결).[21]
위 법리와 같은 직접손해와 간접손해 간 구별의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간접손해를 허용하면 이사의 이중배상(double recovery)의 문제가 발생한다. 회사가 이사에 대하여 제399조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하거나 주주가 대표소송(제403조)을 통하여 회사의 손해를 전보받으면, 회사 재산의 회복에 따라 주가도 회복되므로 주주의 간접손해는 자동적으로 치유된다. 더불어, 개별 주주가 제401조에 의한 직접 청구까지 허용하면, 동일한 손해에 대한 이중 배상이 되어 채권자 평등원칙에 반할 수 있다.[22] 둘째, 회사 재산의 감소로 인한 손해 배상금은 회사에 귀속되어야 회사채권자를 포함한 이해관계인 전체의 보호에 기여하는데, 이를 개별 주주에게 직접 지급하면 채권자의 이익이 침해될 수 있다. 비교법적으로, 미국은 주주의 손해를 direct claim(직접소송)과 derivative claim(대표소송)으로 구분하며, 이 구별의 기준은 '침해된 의무의 대상'에 있다(Tooley v. Donaldson, Lufkin & Jenrette, Inc., 845 A.2d 1031 (Del. 2004)).[23] 독일은 주주의 간접손해(Reflexschaden)에 대한 이사의 직접 책임을 원칙적으로 부정하며, 일본 역시 한국과 유사하게 간접손해를 제외하는 것이 통설적 입장이다.
그런데 직접손해와 간접손해의 구별이 실제 사안에서는 매우 어렵다. 이 점을 가장 잘 보여주는 것이 횡령과 부실공시가 결합된 사안이다. 대법원 2012. 12. 13. 선고 2010다77743 판결(옵셔널캐피탈 사건)은 이사가 회사 재산을 횡령한 후 이를 은폐하기 위하여 부실공시를 한 사안에서, 횡령 자체로 인한 회사 자산 감소에 따른 주가 하락은 간접손해에 불과하나, 부실공시로 인하여 재무구조 악화 사실이 시장에 알려지지 않아 정상주가보다 높게 형성된 주가로 주식을 매수한 주주의 손해는 직접손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하였다.[24] 즉, 동일한 이사의 일련의 행위에서 횡령 부분은 간접손해를, 부실공시 부분은 직접손해를 각각 발생시킨 것이다. 다만 대법원은 직접손해의 인정을 위하여 주주가 '어느 부실공시로 인하여 주식 평가를 그르쳐 몇 주의 주식을 정상주가보다 얼마나 높은 가격에 취득하였는지'에 관한 구체적 입증을 요구하였다.[25] 이 판례는 직접손해의 핵심이 '이사의 행위가 주주에게 직접 향하였는지' 입증 가능성에 있음을 확인한다.
개정법은 위 구별 법리에 중대한 변화를 야기할 수 있다. 이사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제382조의3 제2항)를 부담하게 됨에 따라,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 행위가 주주에게 '직접' 향한 것인지의 판단 기준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종래에는 이사의 임무가 '회사에 대한' 것이었으므로, 이사의 임무해태가 주주에게 직접 향한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으나 이제 이사의 임무에 '전체 주주의 이익 보호'가 명시적으로 포함된 이상, 이사가 이 의무를 위반하여 특정 주주의 이익을 희생시킨 행위는 그 자체로 주주에 대한 직접적인 임무위반으로 구성될 수 있다.
구체적 사례를 상정하면 다음과 같다.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조건의 합병이 이루어져 소수주주의 지분가치가 희석된 경우, 종래 법리에서는 이를 '회사에 대한 임무해태의 반사적 결과'로서 간접손해로 분류하였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개정법하에서는 이사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소수주주의 지분가치 희석은 이사의 주주에 대한 의무 위반으로부터 직접 발생한 손해인 직접손해로 구성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소수주주는 대표소송을 거치지 않고 제401조에 기하여 이사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이사를 대상으로 한 분쟁 발생 리스크를 높일 수 있다. 대표소송은 소송 비용·시간의 부담과 원고적격 요건(발행주식총수의 1% 이상, 6개월 이상 보유)의 제약이 있으나, 제401조에 기한 직접 청구는 이러한 제약 없이 개별 주주가 제기할 수 있게 된다. 직접손해의 범위가 확대되면, 합병·분할·자사주 거래 등에서 이사 개인에 대한 소송 리스크가 비약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사의 방어 비용 부담이라는 실무적 문제가 여기서 부각된다. 한국에서는 이사 소송비용의 회사 직접 부담에 관한 일반적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다. 상법 제405조는 대표소송에서 승소한 주주가 회사에 소송비용의 상환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할 뿐, 피소된 이사의 방어비용을 회사가 부담하는 것에 관한 규정은 두고 있지 않다. 실무에서 이사의 소송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사실상 유일한 제도적 수단은 임원배상책임보험(D&O insurance)이다.[26] 비교법적으로, 미국 델라웨어주는 회사의 이사 보상(indemnification) 제도를 법률에 명시하고 있어(DGCL §145), 이사가 직무 관련 소송에서 승소한 경우 회사가 방어비용을 의무적으로 보상하도록 규정한다. 충실의무 확대에 따른 소송 리스크 증가에 대응하여 이사 보상 제도의 법제화 또는 D&O 보험의 실효적 정비가 후속 과제로 제기된다.[27]
다만, 제401조의 '임무해태'에는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라는 주관적 요건이 필요하다. 이사가 합리적인 절차에 따라 독립적 평가를 거쳐 합병비율을 결정하였으나 결과적으로 특정 주주에게 불리한 결과가 발생한 경우, 이를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에 의한 임무해태로 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경영판단원칙이 이 단계에서 방어 법리로 기능할 수 있으며, 법원이 직접손해의 범위 확대를 인정하더라도 주관적 요건의 심사로써 책임의 범위를 통제할 가능성이 있다.
넷째, 경영판단원칙(business judgment rule)의 명문화가 이번 개정에서 빠진 점이다. 충실의무의 대상이 확대되면 이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후적 책임 추궁의 범위도 넓어지는데, 이에 대한 방어 법리인 경영판단원칙이 법률에 명시되지 않은 것은 의도적 불균형이라는 비판이 재계에서 제기되었다. 현행법상 경영판단원칙은 대법원 판례에 의하여 인정되어 온 법리로서, 이사가 충분한 정보에 기초하여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회사의 최선의 이익을 위하여 판단한 경우에는 그 결과가 불리하더라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내용이다.[19] 이 법리는 '회사를 위한' 판단을 전제로 발전하여 왔는데, 이제 '전체 주주를 위한' 판단이라는 새로운 기준이 추가됨으로써 기존 경영판단원칙의 심사 기준이 어떻게 조정되어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경영판단원칙의 명문화는 비교법적으로 전혀 선례가 없는 것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이 원칙이 델라웨어 판례법에 의하여 발전하여 온 비성문 법리이나, 독일은 2005년 기업통합정비법(UMAG)을 통하여 주식법(Aktiengesetz) 제93조 제1항 제2문에 이를 명문화하였다. 독일법에 따르면, 이사가 경영판단을 함에 있어 '충분한 정보에 기초하여 회사의 최선의 이익을 위하여 행동하였다고 합리적으로 믿을 수 있는 경우' 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다.[28] 호주는 회사법(Corporations Act 2001) 제180조 제2항에, 남아프리카공화국은 회사법(Companies Act 2008) 제76조 제4항에 각각 경영판단원칙을 법률에 명시하였다. 이들 입법례에 공통적인 것은 (i) 경영판단에 해당하는 결정일 것, (ii) 이해관계의 부재, (iii) 충분한 정보에 기초한 판단, (iv) 회사의 이익을 위한 선의라는 네 가지 요건이며, 이 요건이 충족되면 법원은 그 결정의 실체적 내용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종래 경영판단원칙은 (i) 경영판단, (ii) 이해관계의 부재, (iii) 충분한 정보에 기초한 판단, (iv) 합리적인 판단이라는 네 가지 요건을 심사하여 왔다. 개정법하에서는 (ii)의 요건이 '이해관계의 부재'에서 '전체 주주의 이익에 대한 공평한 고려'로 확장되어야 하는지, 아니면 (ii)와 별개의 독립적 심사기준으로 추가되어야 하는지가 문제된다. 전자의 해석을 취하면 경영판단원칙의 기존 법리에 따라 판단이 이루어지고, 후자의 해석을 취하면 이사는 기존의 경영판단원칙과 별도로 '주주 공평 대우 의무'의 충족 여부에 대한 추가적 심사가 요구된다.
법무부가 2025년 7월 공포와 함께 발표한 「이사의 행위규범 가이드라인」은 이 공백을 행정 지침의 형태로 보충하려는 시도이나, 법적 구속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이 가이드라인이 법원의 판단에 어느 정도의 참조적 효력을 가질 것인지는 향후의 판례 축적에 의하여 결정될 문제이다.
II-4. 비교법적 대조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어떻게 설정하는가는 각국의 회사법 체계에서 핵심적인 쟁점이며, 각국은 상이한 접근을 취하고 있다.
미국 델라웨어주법은 이사의 신인의무를 회사와 주주에 대한 것으로 파악한다. 특히 회사의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Revlon 상황)에서 이사는 주주 가치의 극대화를 최우선 의무로 부담한다. 이 법리는 이사가 어떤 상황에서 주주 이익을 우선해야 하는지를 구체적 유형으로 발전시켜 왔다는 점에서, 일반 조항만을 둔 한국 개정법과 차이를 보인다.[20]
영국 회사법 제172조는 '계몽된 주주가치(enlightened shareholder value, ESV)' 모델을 채택하고 있다. 이 모델은 1998년 영국 무역산업부(DTI)가 설치한 회사법검토운영위원회(Company Law Review Steering Group, CLRSG)가 1990년대 말~2000년대 초 영국 회사법의 전면적 재검토 과정에서 주주가치론과 이해관계자론의 절충안으로 정립한 것이다.[29] CLRSG의 최종보고서(2001)의 권고를 토대로 2005년 회사법개혁법안이 의회에 제출되었고, 2006년 회사법 제172조로 법제화되었다. 이사가 '회사의 성공을 위하여' 직무를 수행하되, 그 과정에서 종업원·거래처·지역사회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과 환경적 영향을 고려하도록 한 것이 그 핵심이다. 이 모델은 주주 이익을 궁극적 목표로 설정하면서도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고려 요소로 병렬 배치한다는 점에서, 주주와 회사를 동일한 충실의무의 대상으로 병렬적으로 규정한 한국 개정법과 구조적으로 유사한 면이 있다.
일본은 이사의 충실의무를 회사에 대한 것으로 한정하되(일본 회사법 제355조), 주주 이익의 보호는 소프트 로(soft law)인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코드를 통해 규율하는 방식을 취한다. 일본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코드(2015년 제정, 2021년 최종 개정)는 도쿄증권거래소가 제정·운영하는 행동규범으로서, 법적 구속력은 없으나 'comply or explain(준수 또는 설명)' 원칙에 따라 상장회사가 각 원칙을 준수하지 않는 경우 그 이유를 공시하여야 한다.[30] 한국으로 치면 한국거래소의 기업지배구조 모범규준이나 법무부의 가이드라인에 해당하는 것으로, 위반 시 직접적인 법적 제재는 없으나 시장에서의 평판 압력과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를 통한 간접적 강제력이 작동한다. 한국이 이번 개정으로 주주 충실의무를 하드 로(hard law)에 직접 편입한 것은 일본과 비교하여 강도 높은 규율 방식이며, 그만큼 이사의 법적 리스크도 증가한다.
독일 주식법(Aktiengesetz)은 이사회(Vorstand)가 독자적으로 회사를 경영할 권한과 의무를 가지며, 주주를 포함한 어느 특정 이해관계자에 대한 충실의무를 명시하지 않는다. 이는 회사 자체를 독립적 이익의 주체로 보는 독일법의 전통에 기인한다. 한국 상법은 본래 이 독일법 전통을 계수한 일본 상법을 기초로 하여 제정되었으며, 이사회-감사 이원 구조, 자본충실의 원칙, 주주총회 중심주의 등 회사법의 기본 체계는 이번 개정 이후에도 대륙법적 골격을 유지하고 있다. 이번 개정이 영미법적 요소를 접목한 것은 충실의무 조항에 관한 부분이며, 전체 체계가 영미법으로 전환된 것은 아니다.
이상의 비교에서 한국 개정법의 위상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충실의무의 대상에 주주를 포함시킨다는 점에서 미국법의 신인의무 법리를 부분적으로 수용하였고, 주주 이익과 회사 이익을 병렬적으로 배치한다는 점에서 영국의 계몽된 주주가치 모델과 유사하되, 이를 소프트 로가 아닌 하드 로로 규율한다는 점에서 일본보다 강도 높은 규율 방식이다. 전체적으로 보면, 이번 개정은 대륙법적 강행규정 확대(집중투표제 의무화,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와 영미법적 신인의무 법리의 수용(충실의무 대상 확대)을 동시에 수행하는, 양쪽 전통을 병행 차용하는 한국 회사법 특유의 혼종적 진화를 보여준다.
II-5. 함의
충실의무 확대는 기업의 의사결정 전반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첫째, M&A·합병·분할 등 지배구조 변동을 수반하는 거래에서 이사회의 의사결정 절차가 강화될 것이다. 종래에는 이사회가 '회사의 이익'을 위한 판단을 하였음을 입증하면 충분하였으나, 개정법하에서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였는지까지 심사 대상이 된다. 이는 합병비율의 산정, 물적분할 시 소수주주에 대한 보상, 자기주식을 활용한 거래에서 특정 주주에 대한 유·불리 등에 대한 검증 부담을 증가시킨다(다만, 3차 개정에 의한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로 자기주식을 활용한 거래 자체가 구조적으로 제한됨에 따라, 이 쟁점은 VI장에서 별도로 분석한다). 독립적 제3자로부터의 공정성 의견서(fairness opinion) 취득이 법률상 의무는 아니나, 사실상 방어 수단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사회 결의만으로 주주총회 승인을 갈음할 수 있는 소규모합병(제527조의3), 간이합병(제527조의2), 간이분할합병(제530조의11 제2항) 등에서 충실의무 확대의 영향이 두드러진다. 이들 거래에서는 주주총회라는 견제 장치가 작동하지 않으므로, 이사회가 지배주주의 이익만을 고려하여 거래 조건을 결정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크다. 개정법하에서 이사가 이러한 약식 절차에 의한 조직재편에서도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를 부담하게 됨에 따라, 소규모합병 등에서의 합병비율 적정성, 소수주주에 대한 정보 제공 수준,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 보장 등이 사후적으로 다투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31]
둘째, 주주대표소송과 이사에 대한 직접 손해배상 청구의 증가가 예상된다. 개정법 시행 이전에도 주주행동주의의 확산으로 소송 리스크가 높아지는 추세였으나, 개정법은 이사의 의무 위반을 주장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명시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소송의 문턱을 낮춘다. 특히 상법 제401조(제3자에 대한 이사의 책임)에 기한 주주의 직접 손해배상청구가 활성화될 가능성이 있다. 이사가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전체 주주의 이익을 침해한 경우, 주주는 대표소송(제403조)뿐 아니라 직접 자신이 입은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21]
셋째, 이 개정이 시행 전부터 현실에서 시험대에 올랐다는 점이 주목된다. 2025년 6월 태광산업은 보유 자사주 전량(24.41%)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3,186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결의하였다. 이에 대해 2대주주인 트러스톤자산운용은 "교환권 행사 시 사실상 제3자 배정 유상증자와 동일한 효과가 있어 기존 주주 이익을 침해한다"며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발행금지 및 이사위법행위유지 가처분을 신청하였다. 법원은 2025년 9월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하면서 "교환사채 발행이 회사나 주주 일반의 이익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24] 그러나 가처분 기각에도 불구하고 주가 급락(110만원대 → 77만원대), 발행조건 재조정 협의 지연, 정부의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정책 추진 등이 겹치면서, 태광산업은 2025년 11월 EB 발행을 전면 철회하였다. 이후 2026년 3월 3차 상법 개정(자사주 소각 의무화)이 공포·즉시 시행됨에 따라, 태광산업의 보유 자사주는 소각 의무의 대상이 되었다. 이 사건은 충실의무 개정의 실효성을 가늠하는 중요한 시사점을 남겼다. 법원은 가처분 단계에서 EB 발행의 위법성을 인정하지 않았으나, 시장의 반발과 정책 환경의 변화가 결합하여 사실상 발행을 철회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개정법이 가져온 변화가 법원의 판단보다 시장과 정책의 압력으로 먼저 현실화된 것이다. (다만, 3차 개정으로 자기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교환사채 발행 자체가 금지됨에 따라, 유사한 사안의 반복 가능성은 차단되었다. 이에 대해서는 VI장에서 별도로 분석한다.)
III. 독립이사·집중투표 — 이사회 구성의 구조적 변화
III-1. 독립이사 제도의 신설
1차 개정은 종래의 '사외이사' 제도를 '독립이사' 제도로 전환하였다.[32] 형식적 명칭 변화이나, 두 가지 실질적인 변화가 생겼다.
첫째, 의무선임 비율이 이사 총수의 4분의 1 이상에서 3분의 1 이상으로 확대되었다(제542조의8 제1항).[33] 이사회가 7명으로 구성된 경우 종래에는 사외이사 2명이면 족하였으나, 개정법하에서는 독립이사 3명이 필요하다. 이사회 규모가 작은 상장회사일수록 이사회 구성 및 의사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둘째, '독립이사'라는 명칭은 단순한 외부 출신 여부가 아니라 경영진으로부터의 실질적 독립성을 강조하는 개념이다. 종래 사외이사 제도는 형식적 자격 요건(회사·계열사 임직원 미해당 등)에 치중하여 실질적 독립성의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물론, 명칭 전환의 실체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다. 대법원은 종전의 '사외이사'에 대해서도 이미 해석론을 통하여 상당한 수준의 감시의무를 부과하여 왔다.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68636 판결(대우 사건)은 이사회를 구성하는 개개의 이사 — 사외이사를 포함하여 — 에게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의무를 인정하였고,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79347 판결(대우건설 사건)은 사외이사가 내부통제시스템의 구축을 촉구하고 그 운영을 감시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면서, 다만 그 의무의 정도가 대표이사보다는 완화된다는 차등적 기준을 제시하였다.[34] 이처럼 사외이사의 독립적 감시 기능은 판례에 의하여 이미 해석론적으로 확립되어 있었고, '독립이사'로의 명칭 변경은 이러한 판례의 태도를 법문에 반영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 의미는 제도의 지향점이 '외부성'에서 '독립성'으로 이동하였음을 선언한 데 있으며, 향후 독립이사 자격 요건의 해석이나 결격사유 판단에서 실질적 독립성을 보다 엄격하게 심사하는 문언적 근거로 기능할 가능성이 생겼다.
III-2. 집중투표제 의무화
집중투표제는 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할 때 각 주주가 보유 주식 수에 선임할 이사의 수를 곱한 만큼의 의결권을 부여받아, 이를 특정 후보에게 집중하여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제382조의2).[35] 소수주주가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대주주 지배의 견제 장치로 기능한다.
그러나 이 제도는 1998년 도입 이후 사실상 사문화되어 있었다. 상법 제382조의2 제1항은 집중투표를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청구할 수 있도록 하였으므로, 대부분의 상장회사가 정관에 집중투표 배제 조항을 두어 제도의 적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였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지배구조 현황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조사 대상 상장회사 344개사 중 집중투표제를 도입한 회사(정관에서 집중투표를 채택하거나 정관에 집중투표 배제 규정을 두지 않은 회사 )는 13개사(3.8%)에 불과하였고,[36] 이 중 실제로 집중투표를 실시한 회사는 KT 1개사뿐이었다.
이번 2차 개정은 대규모 상장회사에 대하여 집중투표제 배제를 원천 차단하였다. 자산총액 2조 원 이상의 대규모 상장회사는 정관으로 집중투표제를 배제할 수 없게 되었으며(제542조의7 제3항), 발행주식총수의 100분의 1 이상을 보유한 주주가 청구하면 회사는 집중투표를 실시하여야 한다.[32] 이 조항은 2026년 9월 10일 시행 이후 최초로 이사의 선임을 위한 주주총회 소집이 있는 경우부터 적용되므로, 대부분의 대규모 상장회사에서는 2027년 정기주주총회가 사실상의 첫 적용 시점이 된다.
III-3. 독립이사 의무화와 집중투표제의 결합 효과
독립이사 1/3 의무화, 집중투표제 의무화, 그리고 IV장에서 다룰 감사위원 분리선출 2명 확대가 결합되면, 이사회 구성에 대한 대주주의 지배력은 구조적으로 약화된다. 독립이사와 집중투표제의 결합 효과를 잠시 살펴보자.
이사회가 9명(독립이사 3명 + 비독립이사 6명)으로 구성된 자산 2조 원 이상 상장회사를 상정하자. 이 회사가 주주총회에서 이사 3명을 동시에 선임하는 경우, 집중투표제하에서 소수주주가 적어도 이사 1명의 선임을 보장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발행주식총수(의결권 없는 주식 제외)의 1/(n+1)을 초과하는 의결권이다(n=선임할 이사 수).[37] n=3이면 발행주식총수의 25%를 초과하는 의결권이 필요하다. 이 공식은 선임할 이사의 수에 관계없이 동일한 구조로 적용되므로, 1명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의결권은 항상 발행주식총수의 1/(n+1) 초과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2023년말 기준 국내 상장기업 2,407개사의 소유구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소액주주의 평균 지분율은 48.36%(코스피·코스닥 합산)이다.[38] 대한상공회의소가 2025년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20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에서도 소액주주의 평균 지분율은 47.8%로 최대주주 측(37.8%)보다 10%p 높았다.[39] 이러한 소액주주 지분 비중을 고려하면, 소수주주 진영이 집중투표를 통해 최소 1명의 이사를 선임할 수 있는 산술적 조건은 대부분의 대규모 상장회사에서 충족된다.
다만, 산술적 가능성과 현실적 가능성 사이에는 간극이 존재한다. 소액주주의 주총 참석률이 낮고 의결권 행사가 분산되는 현실에서, 소수주주 진영이 집중투표를 유효하게 활용하려면 의결권의 결집이 필수적이다. 이 점에서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전자주주총회 의무화(V장에서 상세 분석)가 소액주주의 참여율을 제고하는 보완 장치로 기능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 된다. 또한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방향이 결과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III-4. 해석론적 쟁점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동시에 시행됨에 따라, 두 제도의 적용에 관한 실무적 쟁점이 제기된다.
가장 핵심적인 문제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 집중투표제가 적용되는지 여부이다. 2차 개정에 의하여 대규모 상장회사는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2명 이상을 다른 이사와 분리하여 선출하여야 한다(제542조의12 제2항). 이 분리선출 대상 감사위원 2명을 동시에 선임할 때 집중투표가 적용되면, 소수주주는 2명의 감사위원 후보 중 1명에게 의결권을 집중하여 자신의 후보를 감사위원으로 선임시킬 수 있다. 반면, 집중투표가 적용되지 않으면 각 감사위원 후보에 대해 개별적으로 과반수 찬성을 득해야 하므로, 소수주주의 영향력은 상대적으로 약해진다.
이 쟁점에 관하여 학설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부정설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에는 3%룰이라는 별도의 특수한 의결권 제한이 적용되므로, 여기에 집중투표제를 중첩 적용하는 것은 체계적으로 타당하지 않다고 본다. 분리선출 대상 감사위원은 일반 이사와 별도의 의결 절차를 거치므로, 집중투표의 전제인 '2인 이상의 이사를 동시에 선임하는 경우'(제382조의2 제1항)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무부의 유권해석도 분리선출 감사위원은 '선임할 이사의 수'에서 제외한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40] 긍정설은 집중투표제 의무화의 입법 취지가 소수주주의 이사회 진입 기회의 확대에 있는 이상, 감사위원 선임에서도 이 취지가 관철되어야 한다고 본다. 감사위원도 이사의 지위를 겸하므로(제415조의2 제2항), 분리선출 대상이라 하여 집중투표의 적용을 배제할 법문상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분리선출 대상 감사위원이 2명 이상으로 확대된 이상, 이 2명을 동시에 선임할 때 집중투표를 적용하면 소수주주가 최소 1명의 감사위원을 선임할 수 있는 산술적 가능성이 열린다.[41] 이 쟁점은 2027년 정기주총 이전에 법무부의 가이드라인 또는 시행령을 통하여 정리되어야 한다. 어느 쪽으로 결론이 내려지든, 감사위원 선임의 표결 절차를 둘러싼 결의 하자 분쟁의 가능성은 상당하다.
두 번째 쟁점은 이사의 종류별 분리선출 가능성이다. 예컨대 이사 5명을 선임하면서 '사내이사 3명'과 '독립이사 2명'을 분리하여 별도의 표결 절차로 선임할 수 있는지가 문제된다. 종류별 분리선출이 허용되면, 회사(대주주)는 집중투표의 효과를 희석시킬 수 있다. 원혜수는 법문상 근거가 없음에도 회사가 임의로 이사의 종류별로 분리하여 선임할 수 있다고 해석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33] 이 쟁점도 2027년 정기주총 이전에 법무부의 가이드라인 또는 유권해석을 통하여 정리될 필요가 있다.
III-5. 함의
첫째, 대규모 상장회사는 집중투표제 의무화에 대비하여 정관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2차 개정법 시행 후에는 집중투표를 배제하는 정관 규정의 효력이 상실되므로, 이를 삭제하고 집중투표 실시에 관한 구체적 절차(투표 방식, 개표 방법 등)를 정관에 정비하여야 한다. 여기서 정관과 법률의 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상법상 정관은 법률의 범위 내에서 효력을 가지며, 정관의 규정이 강행법규에 반하는 경우 법률이 우선한다. 대법원은 *"정관의 규정이 상법의 강행규정에 위반되는 때에는 그 정관의 규정은 효력이 없다"*고 판시하여 왔다(대법원 2006. 6. 2. 선고 2004다10289 판결 등).[42] 따라서 2차 개정법 시행 이후에는 정관에 집중투표 배제 조항이 남아 있더라도 그 조항은 강행법규에 반하여 효력이 없게 되므로, 법률의 관점에서는 정관 정비가 지연되더라도 법률에 따른 집중투표 실시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실무적 위험은 다른 곳에서 발생한다. 정관에 집중투표 배제 조항이 존재하는 상태에서 법률에 의하여 집중투표를 실시하는 경우, '정관에서 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는 주장이 결의방법의 하자(제376조)로 다투어질 수 있다. 물론, 법령우위의 원칙에 따라 이러한 주장은 배척될 가능성이 높으나, 개정 상법에 의한 이사회 구성 조기 정착 및 경영 안정화를 위해 분쟁 예방을 위하여 '실무적으로 권고'된다.
둘째, 경영권 방어 전략의 근본적 재설계가 필요하다. 종래 대주주는 정관에 의한 집중투표 배제와 이사 후보 독점을 통하여 이사회 구성을 사실상 지배하여 왔으나, 개정법하에서는 소수주주 측 후보의 이사회 진입이 수월해진다. 이에 대응하여 이사 후보군의 사전 확보(파이프라인), 기관투자자와의 사전 소통, 주주제안에 대한 대응 체계 구축 등이 필요할 것이다.
셋째, 2027년 정기주총이 사실상의 시험대가 된다. 집중투표제 의무화(2026.9.10. 시행)와 전자주주총회 의무화(2027.1.1. 시행)가 결합되는 첫 번째 주총이므로, 이사회 구성을 둘러싼 주주 간 경합이 본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업은 2026년 내에 선제적으로 이사 임기를 전략적으로 조정하거나, 이사회 정원을 조정하는 등 이사회에 관한 정관을 개정하는 등 대응을 검토하여야 할 것이다.
IV. 감사위원회 — 분리선출 확대와 의결 정족수 리스크
IV-1. 개정의 두 축
감사위원회에 관한 개정은 두 차례에 걸쳐 이루어졌으며, 시행 시기가 다르다.
첫 번째 개정은 합산 3%룰의 전면 적용이다(1차 개정, 2026.7.23. 시행). 종래 상법은 독립이사(구 사외이사)인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에는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각자 3%로 제한하되, 독립이사가 아닌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에는 이 제한을 적용하지 않았다. 개정법은 이 구별을 폐지하여, 모든 감사위원의 선임 및 해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하여 3%로 제한한다(제542조의12 제4항).[35] '합산' 3%룰이라는 점이 핵심이다. 종래에는 최대주주 본인의 의결권만 3%로 제한되고 특수관계인은 별도로 제한되지 않아, 우호지분을 특수관계인에게 분산 배치하는 방식으로 3%룰을 우회할 수 있었으나 상법 개정으로 차단된 것이다.
두 번째 개정 사항은 분리선출 감사위원의 2명 이상 확대이다(2차 개정, 2026.9.10. 시행). 종래 대규모 상장회사는 감사위원이 되는 이사 중 1명만을 다른 이사와 분리하여 선출하면 되었다. 감사위원회가 최소 3명으로 구성되므로, 분리선출된 1명만으로는 감사위원회의 의사결정에서 과반수를 구성할 수 없었다. 다만, 분리선출 감사위원 1명이 보유하는 개별적 권한은 경시할 수 없다. 감사위원은 이사의 직무 집행을 감사하고 이사에 대하여 영업에 관한 보고를 요구하거나 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할 수 있으며(제415조의2 제7항, 제412조), 이사의 위법행위에 대한 유지청구권(제402조), 주주총회결의 취소의 소 등 각종 소제기권(제376조 제1항, 제429조, 제529조)도 행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권한은 '견제 의견의 표출'과 '정보 접근'에 주로 기능하는 것이지, 감사위원회 결의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다. 감사위원회의 핵심 권한인 외부감사인 선임(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제10조),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 평가, 이사회에 대한 시정 권고 등은 모두 위원회 결의를 통해 행사되므로,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하는 1명의 분리선출 감사위원은 이사회 다수파에 의해 구성된 나머지 2명에 의해 의사결정에서 상시적으로 열세에 놓인다. 개정법은 분리선출 대상을 2명 이상으로 확대하여(제542조의12 제2항), 감사위원회의 과반을 분리선출 대상으로 만들었다.[43]
IV-2. 2020년 개정의 사문화 교훈
이 개정을 이해하려면 2020년 분리선출 제도의 사문화 경험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2020년 개정으로 대규모 상장회사에 감사위원 1인 분리선출이 의무화되었으나, 기업들은 이를 우회하는 방법을 빠르게 발전시켰다.
첫째, 후보 독점이다. 지배주주 측이 자신의 측근 A, B, C를 이사 후보로 올린 뒤 A를 감사위원 분리선출 후보로 지정하면, 형식적으로는 분리선출 요건을 충족하되 실질적으로는 지배주주가 감사위원의 인적 구성을 지배할 수 있었다. 둘째, 3%룰의 우회이다. 최대주주 본인의 의결권만 제한되므로, 우호지분을 특수관계인에게 3%씩 분산 배치하여 사실상 제한 없이 의결권을 행사하였다. 이번 개정의 합산 3%룰은 이 두 번째 우회를 차단하고, 분리선출 2명 확대는 첫 번째 우회의 효과를 구조적으로 약화시킨다.
아울러 1차 개정은 소수주주에게 감사위원 후보 추천권을 부여하였다(발행주식총수의 0.5% 이상, 6개월 이상 보유). 이는 후보 독점의 문제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다만 후보 추천권은 있으나 선임 여부는 주총 의결에 달려 있으므로, 이 제도의 실효성은 궁극적으로 의결 정족수의 충족과 소수주주의 참여율에 의존한다.
IV-3. 의결 정족수 리스크 — 제도 설계의 구조적 모순
합산 3%룰 전면 적용, 분리선출 2명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라는 세 가지 제도가 동시에 작동하면, 이론적으로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획기적으로 강화된다. 그러나 이 제도적 결합은 의결 정족수 충족이라는 현실적 난관과 충돌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의 의결 정족수는 출석한 주주의 의결권 과반수와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이상이다(상법 제368조 제1항). 합산 3%룰이 적용되면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대폭 감소하므로, 정족수 충족은 소액주주의 참석에 전면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위 제도적 모순에 의한 리스크를 세 가지 시나리오를 통하여 살펴보자.
시나리오 A: 5대 그룹 지주사 (총수일가 지분 20~40%)
5대 그룹 지주사의 경우, 합산 3%룰 적용에 따른 의결권 감소 폭이 가장 극적이다. LG를 예로 들면,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합계가 41.7%인 경우 합산 3%룰 적용 시 38.7%p의 의결권이 제한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에서 사실상 3%만 행사할 수 있으므로, 소수주주 진영이 감사위원 2명을 선임하면 감사위원회 과반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이 시나리오에서 정족수 충족은 상대적으로 문제가 적다. 5대 그룹 상장사는 기관투자자 및 외국인 투자자의 지분율이 높고, 이들의 의결권 행사율도 비교적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핵심적 리스크는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이 급격히 강화됨에 따라 경영진과의 긴장관계가 증가하고, 이사회 운영의 예측 가능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시나리오 B: 중소형 상장사 (대주주 지분 15~30%, 소액주주 참석률 10~20%)
정족수 리스크가 가장 심각하게 발현되는 유형이다. 대주주의 지분이 15~30%인 경우에도 합산 3%룰로 의결권이 3%로 제한되면, 주주총회에서의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소액주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중소형 상장사의 소액주주 주총 참석률을 통상 10~20%로 가정하는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요건을 충족하려면 대주주 3% + 소액주주 22% 이상의 출석이 필요한데, 소액주주 분산 보유 구조에서 참석률을 확보하기 어려워 정족수가 충족되지 않아, 상시적으로 감사위원 선임 결의의 취소사유가 발생하여 이사회 운영은 물론 주주총회 운영에도 상당한 리스크가 발생한다.
전자투표의 도입이 이 문제를 부분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상법 제409조 제3항 및 제542조의12 제8항은 전자투표를 실시하는 경우 감사 및 감사위원 선임의 의결 정족수에서 발행주식총수의 4분의 1 요건을 면제한다.[32] 그러나 전자투표 도입이 정족수 문제의 완전한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 2025년 주총 시즌에서 테라젠이텍스, 현대바이오 등 전자투표를 도입한 기업에서도 정족수 미달로 감사 선임이 부결된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33] 출석 주주 의결권의 과반수 요건은 여전히 유지되므로, 소액주주의 참여 자체가 저조한 경우에는 전자투표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감사위원 선임이 반복적으로 부결되면, 감사위원 결원 상태가 장기화된다. 이 경우 상법 제386조 제1항의 유추 적용에 따라 기존 감사위원이 후임자 취임 시까지 직무를 수행하게 되나, 그 직무 수행의 정당성은 시간이 경과할수록 약화된다. 관리종목 지정 사유에 해당할 가능성도 있어,[44] 중소형 상장사에게는 기업 존속에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시나리오 C: 경영권 분쟁 상황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는 정족수 리스크에 결의 하자 리스크가 중첩된다. 행동주의 펀드가 감사위원 후보를 주주제안하고 회사 측 후보와 경합하는 경우, 표결 방식(순차표결과 일괄표결)의 선택에 따라 선임 결과가 달라질 수 있으며, 패소 측이 결의방법의 하자를 이유로 주총결의 취소의 소(상법 제376조)를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주주총회결의 취소의 소는 결의일로부터 2개월 내에 제기하여야 하며(제376조 제1항), 이 기간이 경과하면 결의는 유효하게 확정된다. 2개월이라는 제소기간은 결의의 안정성을 위한 장치이다. 그러나 그 2개월 내에 취소의 소가 제기되면, 감사위원의 지위가 불안정해지고 그 감사위원의 구성을 전제로 이루어진 이사회 결의, 재무제표 감사, 내부통제 보고 등에 연쇄적 하자가 주장될 수 있다. 이는 결의 하자의 효력이 감사위원회 활동 전반으로 확산되는 구조적 리스크이다.
이와 관련하여 결의 하자의 유형을 구별할 필요가 있다. 결의방법이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한 경우는 결의 취소의 사유(제376조)에 해당하고, 결의 내용이 법령에 위반한 경우는 결의 무효의 사유(제380조)에 해당한다. 감사위원 선임 과정의 절차적 하자(집중투표와 3%룰의 중첩 적용 여부에 관한 판단 착오, 표결방식의 위법성 등)는 통상 결의 취소 사유에 해당하며, 무효 사유로 다투어지는 경우는 예외적이다. 취소의 소의 2개월 제소기간은 절차적 하자에 의한 불안정을 일정 시점에서 종결시키는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는 상대방이 이 2개월을 전략적으로 활용하여 감사위원 선임의 하자를 공격 수단으로 삼을 가능성이 높고, 이 기간 동안의 의사결정 안정성 확보가 실무적 핵심 과제가 된다.[35]
IV-4. 함의
이상의 분석에서 도출되는 대응전략은 다음과 같다.
첫째, 감사위원회의 총원을 3명에서 4~5명으로 증원하는 방안이다. 분리선출 대상이 2명이므로, 감사위원 총수를 증가시키면 분리선출 비중을 상대적으로 희석시킬 수 있다. 다만 이 방안은 감사위원회 운영 비용의 증가와 적격 후보 수급의 어려움을 수반하며, 개정 취지에 대한 우회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43]
둘째, 이사 임기와 감사위원 선임 시기의 전략적 조정이다. 2026년 9월 10일 시행 전 마지막 정기주총(2026년 3월)에서 정관 변경과 감사위원 추가 선임을 선행하는 전략이 검토되고 있다. 법무부는 2025년 9월 보도자료에서 시행일까지 분리선출 요건을 갖출 것을 권고하고 있으며, 대상 회사는 2026년 정기주총 또는 시행일 이전 임시주총에서 관련 정관을 정비하고 감사위원을 추가 선임할 필요가 있다.[32]
셋째, 감사위원 후보 수급 인프라의 구축이다. 분리선출 확대와 합산 3%룰의 결합으로 소수주주 측 후보가 감사위원회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회계·법률 분야의 전문성과 경영진으로부터의 독립성을 갖춘 감사위원 후보군을 사전에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넷째, 소수주주의 의결권 결집 장치의 발전이 제도 실효성의 관건이 된다.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법적으로 보장되더라도, 소액주주의 의결권이 분산된 채로 행사되면 그 실효성은 제한적이다. 이 점에서 최근 성장하고 있는 소액주주 행동 플랫폼의 역할이 주목된다. 2022년 설립된 '액트(ACT)'는 마이데이터 기반의 주주 인증과 전자위임장 시스템을 통해 소액주주의 의결권 결집을 지원하고 있으며, 2025년 기준 이용자 수가 10만 명에 달한다.[45] 이외에도 비사이드코리아, 헤이홀더 등 의결권 위임 플랫폼이 주주총회 시즌마다 소액주주의 의결권을 모집하여 주주제안을 실현하는 사례가 축적되고 있다. 한편, 기관투자자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2016년 제정)는 기관투자자에게 투자대상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할 것을 권고하는 연성규범이나, 2016년 제정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아 현행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46] 집중투표제 의무화와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라는 제도적 변화가 실질적으로 작동하려면,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가 소수주주 보호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하며, 스튜어드십 코드의 이행 감시를 강화하거나 일부 내용을 법제화하는 것이 후속 과제이다.
V. 전자주주총회 — 의무화와 의결권 행사의 디지털 전환
V-1. 제도 설계
1차 개정은 전자주주총회 제도를 도입하고, 일부 상장회사에 현장 주총과 전자주총의 병행 개최를 의무화하였다(2027.1.1. 시행).[33] 종래에도 전자투표(의결권의 전자적 행사)는 허용되어 있었으나, 전자투표는 사전에 찬반 의사를 전달하는 데 그칠 뿐 주총 현장에서의 실시간 참여·질의·토론에는 참가할 수 없었다. 전자주주총회는 이와 달리 주주가 현장에 출석하지 않고도 실시간으로 주총에 참여하여 발언하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이다.
의무화 대상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 규모 이상의 상장회사이며, 현장 주총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과 전자를 병행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을 취한다.
V-2. 제도적 의의와 IV장과의 연결
전자주주총회의 의무화는 그 자체로 독립적인 의의를 가지지만, 이 글의 맥락에서 더 중요한 것은 III장 및 IV장에서 분석한 제도적 변화와의 결합 효과이다.
IV장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감사위원 분리선출의 의결 정족수 충족은 소액주주의 참석에 전면적으로 의존한다. 전자주주총회가 도입되면 물리적 출석의 장벽이 제거되어 소액주주 및 해외 주주의 참여율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자투표 실시 시 감사위원 선임의 정족수에서 발행주식총수 4분의 1 요건이 면제되는 기존 규정(제542조의12 제8항)은 전자주총 의무화와 결합하여 IV장에서 지적한 시나리오 B(중소형 상장사의 정족수 미달)의 리스크를 부분적으로 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앞서 검토한 바와 같이 전자투표를 도입한 기업에서도 정족수 미달이 발생한 사례가 있으므로, 전자주총 의무화가 정족수 문제의 완전한 해결책이 될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참여의 물리적 접근성이 제고되더라도, 주주의 참여 동기(motivation) 자체가 개선되지 않으면 참석률의 실질적 제고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점에서 전자주총은 구조적 해소가 아니라 간접적 완화에 가깝다고 평가하는 것이 적절하다.
V-3. 리스크와 미해결 쟁점
전자주주총회의 도입에는 기술적·법률적 리스크가 수반된다.
첫째, 사이버보안 리스크이다. 해킹, 시스템 장애, 데이터 유출 등이 발생한 경우 주총의 유효성이 다투어질 수 있다. 시스템 장애로 일부 주주의 의결권 행사가 차단된 경우 이를 결의방법의 하자(제376조)로 볼 수 있는지, 시스템 장애의 원인과 귀책사유에 따라 법적 판단이 달라지는지 등은 아직 판례가 형성되지 않은 영역이다.
둘째, 본인인증 및 의결권 대리행사의 전자적 처리에 관한 기술 표준이 확립되지 않았다. 시행령에의 위임 사항이 다수 존재하며, 구체적 기술 표준의 확정은 2027년 1월 시행 이전에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중소 상장사의 인프라 구축 비용이다. 전자주총 플랫폼의 구축 또는 외부 서비스의 이용에 상당한 비용이 소요될 수 있으며, 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 상장사에 대한 지원 방안이 검토되어야 한다.
V-4. 비교법적 검토
일본은 2021년 산업경쟁력강화법 개정을 통하여 버추얼 주총을 도입하였다. 일본의 제도는 출석형(현장 출석만 인정), 참가형(전자 참가 가능하나 의결권 행사는 현장에서만), 하이브리드형(전자 참가 및 의결권 행사 모두 가능)으로 구분된다. 한국의 개정법은 하이브리드형에 해당한다. 다만, 전자주총의 도입이 주주 참여율을 실질적으로 제고하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린다. 일본의 경우 2001년부터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였으나 이용률이 의미 있게 증가한 것은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과 2015년 기업지배구조 코드 시행 이후로서, 전자투표의 활성화는 기술적 인프라보다 기관투자자의 행동 변화에 의해 촉진된 측면이 크다.[47] 미국 델라웨어주는 2000년부터 가상 주총(virtual meeting)을 허용하여 왔으며, 코로나19 이후 완전 가상 주총(현장 없이 전자만으로 개최)도 보편화되었다. EU는 주주권 지침(Shareholder Rights Directive II)에서 전자적 수단에 의한 주주 참여를 보장할 것을 회원국에 요구하고 있다. 한국의 병행 개최 의무화는 완전 가상 주총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미국보다 보수적이나, 전자 참여를 의무화한다는 점에서 일본보다 적극적인 위치에 있다.
V-5. 함의
전자주주총회 의무화는 주총 운영의 복잡성을 증가시킨다. 집중투표제 의무화(III장),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IV장)와 결합되면, 2027년 정기주총에서는 현장과 전자를 병행하면서 집중투표와 분리선출을 동시에 처리하여야 한다. 표결 절차의 설계, 실시간 개표 시스템의 구축, 질의·토론의 전자적 관리 등에서 상당한 운영 부담이 예상된다.
아울러 전자주총의 보편화는 의결권 자문기관(ISS, Glass Lewis 등)의 역할을 확대할 수 있다. 소액주주의 전자 참여가 용이해질수록 의결권 자문기관의 추천에 따라 의결권을 행사하는 비율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으며, 이 경우 의결권 자문기관의 추천 기준이 이사회 구성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 기업의 IR 전략도 서면 공지 중심에서 주주총회 시 실시간 소통 역량 중심으로 전환이 필요할 것이다.
VI. 자기주식 — 소각 의무화와 기업 재무전략의 재편
VI-1. 자기주식의 법적 성격 재정립
3차 개정(2026.3.6. 공포 즉시 시행)은 자기주식의 법적 성격 자체를 재정립하였다. 종래 자기주식은 의결권이 정지될 뿐 회사가 보유하는 자산의 일종으로 취급되어, 경영권 방어, 지배구조 조정, 임직원 보상, M&A 대가 등 다양한 목적으로 활용되어 왔다. 개정법은 이러한 자산적 성격을 부정하고, 자기주식을 원칙적으로 소각하여야 하는 미발행주식에 준하는 것으로 전환하였다.
제341조의3은 자기주식에 대한 포괄적 권리 제한을 명시한다.[35] 회사는 자기주식에 대하여 의결권, 신주인수권, 배당을 받을 권리 등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할 수 없다. 나아가 자기주식을 교환 또는 상환 대상으로 하는 사채(교환사채·상환사채)의 발행이 금지되며, 자기주식을 질권의 목적으로 하는 것도 금지된다. 합병·분할 또는 분할합병 시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 배정도 불가능하다(제529조의2, 제530조의13).[43]
이 조항들의 결합 효과는 명확하다. 자기주식을 통한 자금조달(교환사채 발행), 담보 활용(질권 설정), 지배구조 재편(합병 시 신주배정)이 모두 차단됨으로써, 자기주식의 활용 가능성이 구조적으로 제한된다.
VI-2. 소각 의무의 구체적 설계
자기주식 소각 의무는 원칙과 예외의 두 항으로 이뤄져 있다.
원칙적으로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때에는 그 취득한 날로부터 1년 이내에 이사회 결의로 소각하여야 한다(제341조의4 제1항).[32]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기주식에 대해서는 경과 규정이 적용되어, 시행일(2026.3.6.)로부터 6개월의 준비 기간을 거친 후 1년 이내에 소각하여야 하므로, 총 1년 6개월의 유예기간이 부여된다.
예외적 면제 사유로는 다섯 가지 사유로 한정된다. ① 각 주주에게 보유 주식 수에 비례하여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하는 경우, ②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등 임직원 보상 목적의 활용, ③ 우리사주제도 실시 목적의 활용, ④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합병 등 법령에 따른 활용, ⑤ 신기술 도입·재무구조 개선 등 정관에 규정된 경영상 목적의 달성이 그것이다. 이 중 ①~④는 법률이 직접 열거하는 사유이므로 별도의 정관 규정 없이 보유처분계획의 수립과 주총 승인만으로 충분하나, ⑤는 해당 사유를 정관에 미리 규정하여야 한다.
예외 사유에 해당하는 경우에도 절차적 요건이 엄격하다. 회사는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하여 이사 전원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구비하고, 매 사업연도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아야 한다(제341조의4 제2항, 제3항). 승인이 갱신되지 않으면 소각 의무가 부활한다. 자기주식의 처분 시에는 신주발행에 관한 규정이 준용되므로(제341조의4 제4항), 제3자 처분 시 기존 주주의 신주인수권에 준하는 절차적 보호가 적용된다. 위반 시 이사 등에게 5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제635조 제3항 제9호, 제10호).
외국인 지분 제한 업종(전기통신사업법, 방송법 적용 기업 등)에 대해서는 자기주식 소각으로 외국인 지분율이 법정 상한을 초과하게 되는 경우, 소각 대신 시행일로부터 3년 이내에 처분할 수 있는 특례가 부칙에 규정되어 있다.
VI-3. 기존 판례·실무와의 단절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는 종래 기업 경영 안정화 전략의 관점에서 근본적 전환을 요구한다.
첫째, 경영권 방어 수단으로서의 자기주식 활용이 차단된다. 적대적 M&A 상황에서 회사가 자기주식을 우호적 제3자에게 처분하여 경영권 방어에 활용하는 전략은 더 이상 허용되지 않는다. 자기주식의 처분은 원칙적으로 각 주주에게 보유 비율에 따라 균등한 조건으로 이루어져야 하며(제342조 제1항), 예외적인 제3자 처분도 법정 사유에 한정된다.
둘째, 교환사채(EB) 발행이 금지된다. II장에서 언급한 태광산업 교환사채 사건이 시사하듯, 자기주식을 교환 대상으로 하는 사채는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한 우회적 자본거래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었다. 개정법은 그 가능성 또한 원천적으로 차단하였다. 금융위원회도 2026년 3월 입법예고를 통하여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하위규정에서 자기주식 대상 교환사채 관련 규정을 일괄 삭제할 것을 예고하였다.[33]
셋째, 합병·분할 시 자기주식을 활용한 거래구조 설계가 불가능해진다. 종래 합병 시 소멸회사의 자기주식에 대하여 존속회사가 신주를 배정하는 방식으로 합병비율을 조정하거나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관행이 있었다. 개정법은 합병·분할합병·분할 시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배정을 명시적으로 금지함으로써(제529조의2, 제530조의13), 이러한 우회적 활용도 차단하였다.
VI-4. 경제적 유인 분석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의 경제적 효과에 대해서는 기대와 우려 모두 존재한다.
자기주식의 소각은 유통 주식 수를 감소시켜 주당순이익(EPS)을 증가시키고, 이는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나아가 자기주식이 지배주주의 경영권 방어·지배력 확대의 수단으로 활용되어 온 관행이 차단됨으로써,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가 제거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3차 개정안 통과를 전후하여 삼성전자, SK 등 대기업이 선제적으로 대규모 자사주 소각에 나선 것은 시장의 긍정적 반응을 보여준다.
우려하는 측에서는 재무적 유연성의 축소와 경영권 방어 수단의 약화를 지적한다. 기업이 급격한 주가 하락 시 자기주식 취득을 통하여 주가를 안정시키거나, M&A 대가로 자기주식을 활용하는 등의 유연한 자본 운용이 구조적으로 제한된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적대적 인수자에 대항할 수 있는 최소한의 방어 수단이 박탈된다는 우려도 있다.
자기주식 활용의 부정적 외부효과(소수주주 이익 침해)와 긍정적 기능(재무적 유연성) 사이의 형량에 의존한다. 개정법은 전자의 위험이 후자의 편익보다 크다는 판단을 반영한 것이며, 그 적절성은 향후 자본시장의 반응을 통하여 사후적으로 검증될 전망이다.
VI-5. 자본시장법과의 정합성
3차 개정은 상법과 자본시장법 사이에 정합성의 문제를 남겼다. 자본시장법은 2025년 12월 시행된 개정을 통하여 상장회사에 자기주식보고서를 연 2회 공시하고, 기 공시된 계획과 실제 이행현황을 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하는 체계를 이미 구축하였다. 그런데 3차 개정 상법은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의 주주총회 승인을 연 1회(매 정기주총) 요구한다. 양 제도의 주기와 기준이 상이하여 공시 체계의 혼란이 우려된다.
금융위원회는 2026년 3월 31일 입법예고를 통하여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하위규정의 정비를 예고하였다.[33] 주요 내용은 자기주식 보유·처분 공시 의무의 모든 상장회사로의 확대, 자기주식 대상 교환사채 관련 규정의 일괄 삭제, 시장 매도 방식의 제한(시간외대량매매만 허용), 신탁계약을 통한 자기주식 취득에 대한 규율 강화 등이다. 3차 개정 상법 시행 전에 정비가 완료되면, 상법과 자본시장법 사이의 규범적 부정합은 해결될 것이다.
VI-6. 함의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에 대한 기업의 대응은 시급하다. 3차 개정은 특히 공포 즉시 시행되었으므로, 이미 진행 중이다.
첫째, 보유 자기주식의 현황 파악과 전략적 분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취득 경위(직접취득·간접취득), 보유 목적(임직원 보상·경영상 목적·미결정), 소각·처분·보유의 최적 조합을 설계하여야 한다.
둘째, 자기주식 보유와 처분을 위한 정관 정비가 필요하다. 경영상 목적의 자기주식 보유·처분을 위해서는 해당 사유를 정관에 미리 규정하여야 한다(제341조의4 제2항 제5호).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경영상 필요를 포괄할 수 있도록 정관 규정을 사전에 마련하되, 지나치게 포괄적인 규정은 개정 취지를 잠탈한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어 적정 수준의 구체성이 요구된다.
셋째, M&A 거래구조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자기주식을 합병·분할의 대가로 활용하거나, 교환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에 활용할 수 없게 되었으므로, 종래 자기주식에 의존하던 거래구조의 대안을 모색하여야 한다.
VII. 기업 조직재편 — 합병·분할·공개매수의 새로운 규율
VII-1. 충실의무 확대와 자기주식 규제의 조직재편에 대한 파급
이 장에서 다루는 내용은 개정 상법이 합병·분할·공개매수에 관한 조문을 직접 변경한 부분이라기보다, II장(충실의무 확대)과 VI장(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의 개정이 기업 조직재편 거래에 미치는 파급 효과이다.
첫째, 합병비율의 공정성에 대한 심사 기준이 강화된다. 종래 합병비율의 적정성은 주로 자본시장법상 주식의 평가 기준에 의하여 판단되었고, 이사회가 '회사의 이익'을 위한 합리적 판단을 하였는지가 주된 심사 기준이었다. 개정법하에서는 이사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였는지가 추가적 심사기준이 된다(제382조의3 제2항). 이는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합병비율의 설정, 물적분할 시 소수주주에 대한 보상의 부재, 계열회사 간 합병(모자회사 간 거래를 포함한다)에서의 지배주주 이익 편취 등에 대한 법적 도전이 활성화될 것임을 의미한다.
II장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직접손해/간접손해 법리의 변화 가능성이 여기서 구체화된다. 지배주주에게 유리한 합병비율로 인한 소수주주의 지분가치 희석이 제401조의 직접손해로 재구성될 수 있다면, 소수주주는 대표소송을 거치지 않고 이사에게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둘째, 합병·분할 시 자기주식 신주배정이 금지됨에 따라(제529조의2, 제530조의13), 종래 자기주식을 활용한 합병비율 조정이나 지배구조 재편 방식이 차단된다. 예컨대 존속회사가 소멸회사의 자기주식에 대하여 신주를 배정하고 이를 특정인에게 귀속시키는 방식의 거래구조는 더 이상 설계할 수 없다.
VII-2. 공개매수·주식매수청구권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으로 별도 추진되고 있어 이번 상법 개정의 직접적 대상은 아니다. 그러나 충실의무 확대와 결합하면, 공개매수 및 주식매수청구권의 실무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주식매수청구권(상법 제374조의2)의 핵심 쟁점은 '공정한 가액'의 산정 기준이다. 현행 법리는 시가를 기초로 하되 거래 전후의 가격 변동, 기업의 장래 수익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한다. 개정법하에서 이사가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를 부담하게 됨에 따라, 합병 등 조직재편 거래에서 반대주주에게 부당하게 낮은 매수가격이 제시되는 경우 이사의 충실의무 위반이 별도로 문제될 수 있다.
VII-3. 비교법적 대조
미국 델라웨어주의 합병 심사 법리는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합병(controlling shareholder squeeze-out)에 대하여 '전체적 공정성 심사(entire fairness review)'를 적용한다. 이 심사는 공정한 거래(fair dealing)와 공정한 가격(fair price)의 두 요소로 구성되며, 이사회에 입증 책임이 전환된다. 한국 개정법은 이와 같은 구체적 심사 기준을 명시하지 않으나, '전체 주주의 공평 대우' 의무는 향후 법원이 유사한 심사 틀을 발전시킬 근거가 될 수 있다.[35]
영국의 takeover code는 지배권 변동을 수반하는 거래에서 의무공개매수(mandatory bid)를 규정한다. 일본은 2019년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공정한 M&A 지침'을 통하여 특별위원회의 설치, 독립적 가치평가의 취득 등 절차적 공정성의 확보를 권고하고 있다. 한국에서도 합병·분할 등 구조적 이해충돌 거래에서 독립위원회(independent committee)의 설치와 공정성 의견서(fairness opinion)의 취득이 사실상 필수적 실무 관행으로 정착할 것으로 전망된다.
VII-4. 함의
첫째, 이해충돌이 존재하는 거래(지배주주 관련 합병·분할, 형제회사 간 거래)에서 독립위원회의 설치와 공정성 의견서의 취득이 이사의 충실의무 이행을 입증하기 위한 핵심적 방어 수단이 된다. 이 절차를 거치지 않은 거래에 대해서는 충실의무 위반의 추정이 강해질 수 있다.
둘째, 사모펀드 및 행동주의 펀드의 전략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합병비율의 공정성을 다투거나 주식매수청구권을 적극 행사하는 전략이 충실의무 위반의 법적 근거와 결합하여 더욱 강력한 도구가 된다. 반대로, 매수자 측에서도 합병 절차의 정당성을 사전에 확보하기 위한 비용과 시간이 증가할 것이다.
VIII. 개정 조문의 입법 흠결과 해석론적 과제
위 분석을 통하여 도출된 미해결 쟁점을 종합 정리한다.
VIII-1. 경영판단원칙의 명문화 부재
II장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충실의무 대상의 확대는 이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후적 책임 추궁의 범위를 넓힌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방어 법리인 경영판단원칙은 판례에 의하여 인정되어 온 것일 뿐 법률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 재계는 2차 개정 과정에서 경영판단원칙의 명문화를 강하게 요구하였으나 최종안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 불균형은 두 가지 실무적 문제를 야기한다. 첫째, 경영판단원칙의 구체적 요건(충분한 정보에 기초한 판단, 이해관계의 부재 등)이 판례에 의존하므로 예측 가능성이 낮다. 둘째, 법무부의 「이사의 행위규범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이 없어, 법원이 이를 채택하지 않을 경우 이사에게 실질적 방어 수단이 제공되지 않는다. 후속 입법을 통하여 경영판단원칙의 적용 요건, 입증 책임의 배분, 적용 제외 사유 등을 명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VIII-2. 집중투표제 운영 세칙의 미비
III장과 IV장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의 중첩 적용에 관하여 다수의 해석론적 쟁점이 존재한다. 분리선출 대상 감사위원 선임 시 집중투표의 적용 여부, 이사 종류별 분리선출의 허용 여부, 순차표결과 일괄표결의 선택 기준 등은 2027년 정기주총 이전에 법무부의 가이드라인 또는 시행령을 통하여 정리되어야 한다. 이 쟁점들이 미해결 상태로 남으면, 주총 결의 하자를 둘러싼 분쟁이 대법원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장기화할 것이 예측 가능하다.
VIII-3. 자기주식 관련 미해결 쟁점
VI장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의 실무 운영 기준이 아직 확립되지 않았다. 법무부가 2026년 3월 발표한 「길라잡이」는 16개 질의응답을 통하여 기본적인 실무 지침을 제공하였으나, 다음 사항은 여전히 불분명하다. ① '경영상 목적'을 정관에 규정하는 경우 그 범위의 적정 수준(포괄적 규정이 허용되는지, 개별적 열거가 필요한지), ② 보유처분계획의 구체성 수준(보유 기간·처분 시기의 특정 정도), ③ 주주총회 승인의 의결 정족수(일반 결의인지 특별 결의인지). 아울러 자본시장법 시행령과의 정합성 확보를 위한 금융위원회의 입법예고(2026.5.11. 의견 접수 마감)가 적시에 완료되지 않으면, 상법과 자본시장법 사이의 규범적 부정합이 상당 기간 지속될 우려가 있다.
VIII-4. 다중대표소송과 손자회사 문제
이번 개정에서 직접 다루어지지 않았으나 향후 쟁점이 될 사항이다. 2020년 개정으로 도입된 다중대표소송(제406조의2)은 모회사의 주주가 자회사의 이사에 대하여 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 지주회사 체제에서 자회사 단계의 경영 부실에 대한 주주의 구제 수단을 확충한 것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자회사'(모회사가 발행주식총수의 50% 초과를 보유한 회사)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으며, 손자회사나 증손회사에 대해서는 적용 여부가 불분명하다.
이 문제는 한국 기업집단 지배구조의 현실에서 중대한 의미를 가진다. 지주회사 체제에서 사업 가치의 상당 부분은 손자회사 이하 단계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지주회사 A가 자회사 B의 주식 60%를 보유하고, B가 손자회사 C의 주식 80%를 보유하는 구조에서, C의 이사가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하여 C에 손해를 가한 경우, A의 소수주주는 B의 이사에 대하여 다중대표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나 C의 이사에 대해서는 법문상 직접 제기할 수 없다. 학설은 손자회사로의 확대를 긍정하는 견해와 법문의 엄격해석상 부정하는 견해로 나뉘어 있으며, 아직 이 쟁점에 관한 판례는 형성되지 않았다.[48]
이번 충실의무 확대와 결합하면, 문제의 구조는 더욱 복잡해진다. 지주회사 A의 이사는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할 의무'를 부담하는데, 손자회사 C 단계에서 발생한 가치 훼손이 궁극적으로 A의 주주 이익을 침해하는 경우, A의 이사가 이를 방치한 것이 충실의무 위반에 해당하는지가 문제된다. 다중대표소송의 대상을 손자회사까지 확대하거나, 지주회사 이사의 감독 의무를 명확히 하는 후속 입법이 필요한 영역이다.
VIII-5. 후속 입법과제
첫째, 지배주주 충실의무의 입법론이 주장된다. 이번 개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하였을 뿐, 지배주주 자체에 대한 충실의무를 부과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국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에서 핵심적 문제는 이사의 독자적 판단이 아니라 지배주주의 지시에 따른 이사의 행위이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아무리 강화하더라도, 지배주주가 사실상의 업무집행지시자(제401조의2)로서 이사의 의사결정을 좌우하는 구조가 유지되는 한, 사법심사를 통한 구제가능성이 있을 뿐 실효성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비교법적으로, 미국 델라웨어주 판례법은 지배주주(controlling shareholder)가 존재하는 거래에서 지배주주에게도 소수주주에 대한 신인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특히 지배주주가 관여한 축출합병(freeze-out merger)에서는 전체적 공정성 심사(entire fairness review)가 적용되며, 지배주주가 이 심사를 회피하려면 독립위원회의 사전 승인과 비이해관계 주주 과반수의 찬성이라는 이중 조건을 충족하여야 한다(Kahn v. M&F Worldwide Corp., 88 A.3d 635 (Del. 2014)). 한국에서도 지배주주의 충실의무를 법률에 명시하거나, 사실상의 업무집행지시자에 대한 책임 규정(제401조의2)의 적용 범위를 확대하여 지배주주의 지시에 의한 이사의 의무 위반에 대해 지배주주가 연대하여 책임을 부담하도록 하는 입법론이 제기되고 있다.
둘째, 스튜어드십 코드와 상법의 역할 분담이다.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 기준은 현재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soft law)에 의하여 규율되고 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 등 이번 개정이 소수주주의 이사회 진입 가능성을 높이는 만큼,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가 이 제도적 변화를 실질적으로 작동시키는 핵심 변수가 된다. 스튜어드십 코드의 이행 감시를 강화하거나, 일부 내용을 법률에 편입시켜 강제화하는 것이 후속 과제이다.
셋째, 상속세 제도와 지배구조 모순의 근본적 해소이다. 높은 상속세율(최고 60%)은 지배주주로 하여금 경영권 승계를 위한 우회적 지배구조의 구축을 유인한다. 이번 상법 개정은 그 우회적 지배구조의 폐해를 규율하는 것이나, 근본 원인인 상속세 구조 자체를 변경하지는 않는다. 상법 개정과 세제 개편이 동시에 이루어지지 않으면, 기업은 새로운 우회 경로를 모색하게 되고, 이번 개정의 실효성도 퇴색될 수도 있다.
IX. 결론
2025~2026년의 세 차례 상법 개정은 한국 회사법의 역사에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가장 포괄적인 지배구조 개혁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에까지 확대하고,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강행규정으로 전환하며, 자기주식을 원칙적으로 소각하도록 의무화한 이번 개정은, 한국 상법이 '기업 자율 중심'에서 '주주 보호 중심'으로의 방향 전환을 명시적으로 선언한 것이다.
첫 글에서 도출한 세 가지 패턴에 비추어 이번 개정의 역사적 위치를 정리한다.
첫째, 경제위기가 개정의 동력이 되어 온 패턴은 이번에도 반복되었으나, 그 양상이 변화하였다. 1998년에는 외환위기라는 단일한 외부 충격이 촉매였다면, 이번에는 만성적 코리아 디스카운트, 자본유출 우려, 글로벌 지배구조 기준과의 괴리라는 복합적·구조적 위기 인식이 동력으로 작용하였다.
둘째, 주주보호 장치의 사문화에 대한 억제가 이번 개정에 반영되었다. 1998년 도입된 집중투표제가 정관 자치에 의하여 사문화된 경험, 2020년 도입된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우회적 관행에 의하여 무력화된 경험을 토대로, 이번 개정은 임의규정을 강행규정으로 전환하고 우회 경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제도를 채택하였다.
셋째, 영미법적 기업자율과 대륙법적 주주보호 사이의 긴장에서, 현재의 추는 주주보호 방향으로 강하게 움직였다. 2009년·2011년 개정이 영미법 쪽으로의 이동에 대한 반작용으로 최근의 개정들은 대륙법 쪽으로의 강한 복원이다.
다만, 법의 실효성은 조문의 존재가 아니라 법원의 해석과 기업의 실무에서 결정될 것이다. 충실의무 확대와 배임죄 구성요건의 관계, 직접손해/간접손해 법리의 재구성, 집중투표제와 감사위원 분리선출의 중첩 적용, 경영판단원칙의 구체적 심사 기준 등 핵심적 쟁점은 법원의 해석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2027년 정기주주총회가 집중투표제 의무화, 전자주주총회, 감사위원 분리선출 확대가 결합하는 첫 번째 시험대가 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분쟁과 이에 대한 법원의 판단이 이번 개정의 실질적 내용을 형성하게 될 것이다.
이번 상법 개정이 '주주 중심주의'로의 구조적 전환으로 한국 자본시장의 저평가 해소에 기여할 것인지, 아니면 기업의 의사결정 비용을 증가시키고 분쟁 리스크를 과도하게 높여 오히려 기업 가치를 훼손할 것인지는, 아직 결론을 내리기 이르다. 다만, 법의 방향은 설정되었고 그 방향이 되돌려지기는 어렵다. 기업과 투자자 모두 이 새로운 법적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불가피하며, 그 적응의 과정에서 한국 경제와 자본주의의 다음 장이 열릴 것이다.
[1] 구 상법 제382조의3 (1998.12.28. 법률 제5591호로 신설):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2] 이질설의 대표적 문헌으로 정경영. (2016). 주식회사 이사의 선관주의의무와 그 책임 - 최근 미국 회사법상 논의와의 비교법적 검토를 중심으로. 성균관법학, 28(4), 271-313. duty of loyalty의 도입 취지에 기초하여 이해충돌 금지규범으로서의 독자적 의미를 강조한다.
[3] 동질설의 입장으로 최준선. (2024). 이사는 주주에 대해 충실의무가 있는가?. 기업법연구, 38(1), 9-19. 일본의 다수설도 같은 취지이다(일본 회사법 제355조에 관한 해석론).
[4] 대법원 2011. 9. 29. 선고 2007두14978 판결은 이사의 "직무상 충실 및 선관주의의무"라고 병렬적으로 적시하였다. 2011년 회사기회유용금지 규정(제397조의2) 신설 이후 충실의무의 구체적 내용이 법률에 명시되면서 이질설이 힘을 얻는 추세에 있었다.
[5] 상법 제382조의3 (2025.7.22. 법률 제20991호로 개정, 공포 즉시 시행): "①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한다. ② 이사는 그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총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여야 하고,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
[6] 대법원 2009. 5. 29. 선고 2007도4949 전원합의체 판결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이 판결은 6:5의 다수의견으로 무죄 취지 파기환송되었다. 다수의견(양승태·김지형·박일환·차한성·양창수·신영철)은 주주배정방식의 전환사채 발행에서 이사회가 실권분을 제3자에게 동일 조건으로 배정할 수 있고, 이것이 배임죄의 임무위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았다. 반대의견(김영란·박시환·이홍훈·김능환·전수안)은 실권 규모가 97.06%에 달하여 사실상 제3자배정과 동일한 효과를 가지므로, 이사에게 발행 중단 및 재발행 의무가 있다고 보았다.
[7] 에버랜드 판결에 대한 판례평석으로, 다수의견 지지 입장에서는 자본충실 원칙 및 주주배정방식의 적법성을 강조하는 견해가 있다.
[8] 성민섭. (2011). 전환사채의 저가발행에 대한 이사의 형사책임. 법학논총, 23(2), 409-447.: 다수의견이 주주 간 지분 이전의 실질을 간과하였다고 비판한다.
[9] 최문희. (2009). 주식회사의 법인격의 별개성 再論-"에버랜드 판결"에 대한 비판적 고찰을 통하여. 한양법학, 28, 13-46.: 주주평등원칙 및 지분적 지배구조 침해의 관점에서 다수의견을 비판한다.
[10] 이상현. (2011). 삼성 에버랜드와 SDS 판결을 통해 본 기업지배구조에 관한 업무상 배임죄의 해석 및 법정책. 규제연구, 20(1), 3-32.: 배임죄와 회사법의 독자적 판단 기준을 강조하면서, 회사법상 적법한 행위가 형법상으로도 당연히 적법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취한다.
[11] 대법원 2021. 12. 23. 선고 2017다257746 전원합의체 판결:민사소송법상 보충송달 방식이 ‘적법한 송달’에 포함되는지 여부에 관한 전원합의체 판결로, 판례 변경 필요성에 대하여 김재형 대법관은 법원조직법 제7조 제1항에 의하여 결론을 내리는데 직접적인 근거가 되지 않는 기존 판단은 개념적으로 판례로 볼 수 없어 소부에서 판단하여도 충분하다는 소수의견을 냈고, 민유숙, 천대엽 대법관은 법령에 대한 해석을 한 법명제를 판례로 보아 판례의 의미 해석을 통해 판례 변경 필요성을 판단할 전례는 없다는 다수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을 밝혔다.
[12] 영국 Companies Act 2006, s.172(1): "A director of a company must act in the way he considers, in good faith, would be most likely to promote the success of the company for the benefit of its members as a whole, and in doing so have regard (amongst other matters) to— (a) the likely consequences of any decision in the long term, (b) the interests of the company's employees, (c) the need to foster the company's business relationships with suppliers, customers and others, (d) the impact of the company's operations on the community and the environment, (e) the desirability of the company maintaining a reputation for high standards of business conduct, and (f) the need to act fairly as between members of the company."
[13]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2. 25. 선고 2020고합718, 920(병합) 판결 등. 이 판결은 이사가 회사의 사무처리자이지 주주의 사무처리자가 아니므로,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같은 취지로, 대법원 2009. 5. 29. 선고 2008도9436 판결(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사건)은 "지배권 이전을 목적으로 신주 등을 발행하는 경우에 있어서는 회사에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여, 자본거래에서의 배임죄 적용을 사실상 차단하였다.
[14] 대법원 2012. 5. 10. 선고 2008도10479 전원합의체 판결: 배임죄의 사무처리관계 인정을 위하여는 타인의 재산관리에 관한 신임관계가 필요하다고 판시하였다.
[15] 대법원 2014. 2. 27. 선고 2011도3482 판결(한우 가축보험 사건) : 쟁점: 동업약정에 따라 가축보험계약을 체결·유지할 의무를 부담하는 자가 배임죄의 주체인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에 해당하는지 여부. 사실관계: 자산운용사가 설정한 투자신탁의 수탁자(채권자)가 한우사육법인(채무자)에 대출채권을 보유하고, 채무자는 공동사업약정에 따라 양도담보 목적물인 한우에 관하여 가축보험계약을 체결·유지하기로 약정하였으나 이를 임의로 해지함. 법리 및 결론: 가축보험계약의 체결·유지의무는 당사자 사이의 약정에 의하여 비로소 발생하는 민사상 채무에 불과하고, 신임관계에 기초하여 타인의 재산을 보호·관리하여야 하는 의무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이는 채무자 자신의 사무이지 채권자의 사무가 아니므로 배임죄의 주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다고 판시하여 무죄 확정. 대법원 2014. 8. 21. 선고 2014도3363 전원합의체 판결(대물변제예약 사건)도 같은 취지나, 담보계약 자체로부터 독자적인 신임관계가 발생하므로 배임죄 성립을 인정해야 한다는 반대의견(4인) 있었음.
[16] 이사는 회사의 수임인이지 주주의 수임인이 아니라는 점에서, 개정법이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였더라도 이것이 곧바로 형법상 주주에 대한 사무처리관계를 성립시키는 것으로 볼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다.
[17] 독일 형법 제266조(Untreue, 배임)는 의무위반(Pflichtverletzung)과 재산상 손해(Vermögensnachteil)를 별도 요건으로 규정하며, 재산상 손해의 판단은 형법 독자적 기준에 의한다. 미국은 별도의 일반 배임죄가 존재하지 않아, 이사의 의무 위반에 대한 책임 추궁은 민사소송(주주대표소송 등)을 통하여 이루어진다.
[18] 일본 회사법 제960조(특별배임죄)는 이사가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가할 목적으로 임무에 위배한 행위를 하여 회사에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경우를 처벌한다.
[19] 대법원 2019. 10. 31. 선고 2017다293582 판결: "이사가 법령이나 정관에 위반한 행위를 한 경우가 아닌 이상, 이사의 업무집행이 통상의 합리적인 경영자로서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범위 안에 있는지 여부는 사후적·결과론적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 아니라, 행위 당시의 상황에 비추어 판단하여야 한다."
[20] 미국 Revlon, Inc. v. MacAndrews & Forbes Holdings, Inc., 506 A.2d 173 (Del. 1986). 이 판결에서 델라웨어 대법원은 회사의 매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이사회는 주주를 위한 최고 가격의 달성을 위해 행동할 의무를 부담한다고 판시하였다.
[21] 정준혁, 「이사 충실의무의 실무상 쟁점과 공정성 강화 조치」, 선진상사법률연구 (2025). 개정 상법 시행 이후 이사의 업무수행이 주주에 대한 충실의무를 위반하여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였음을 이유로 주주가 이사에 대해 직접 손해배상책임을 구하는 소송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배상책임을 구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22] 정준혁·안태준, 「주주 충실의무와 공정성 심사」, 사법 75호 (2026): 영국 CA 2006 s.172(1)(f)의 "acting fairly as between members" 원칙과 독일 주식법(AktG) 제53a의 주주평등원칙(Gleichbehandlungsgrundsatz)을 비교법적으로 분석한다.
[23] Kahn v. M & F Worldwide Corp., 88 A.3d 635 (Del. 2014): 지배주주가 관여한 거래에서 전체적 공정성 심사(entire fairness review)가 적용되나, (i) 독립위원회의 사전 승인과 (ii) 비이해관계 주주 과반수의 찬성이라는 이중 조건을 충족하면 경영판단원칙으로 심사 기준이 전환된다고 판시하였다.
[24] 서울중앙지방법원 2025. 9. 10.자 2025카합21210 결정(교환사채발행금지가처분). 태광산업이 보유 자사주 전량(271,769주, 발행주식총수의 약 24.41%)을 교환대상으로 하여 318,581,482,019원 규모의 교환사채를 발행하려 한 사안에서, 2대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① 주주의 교환사채인수권(자본시장법 제165조의10, 제165조의6), ② 교환사채발행유지청구권(상법 제424조 유추), ③ 주주권에 기한 금지청구권(상법 제382조의3)을 피보전권리로 주장하여 가처분을 신청하였으나, 법원은 피보전권리를 인정하기 어렵고 교환사채 발행이 회사나 주주 일반의 이익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신청을 기각하였다. 태광산업은 이후 주가 급락, 발행조건 협의 지연, 자사주 소각 의무화 정책 등을 이유로 2025년 11월 EB 발행을 전면 철회하였다.
[25] 위 결정과 관련하여,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태광산업의 주력 사업 업황 악화, 신사업 진출 검토 사실, 무차입 경영 기조 등을 고려하면 EB 발행이 회사나 주주 일반의 이익에 반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26] 금융감독원은 태광산업의 교환사채 발행과 관련하여 자사주 처분 상대방 미공시 등을 이유로 정정명령을 부과하였다(2025.7.1.).
[27] 2026.3.6. 시행된 3차 상법 개정(자기주식 소각 의무화)에 의하여, 태광산업의 보유 자사주(24.41%)는 시행일로부터 소정 기간 이내에 소각하거나 주총 승인을 받아 보유·처분 계획을 수립하여야 한다.
[28] 독일 주식법(Aktiengesetz) 제93조 제1항 제2문(2005년 UMAG에 의하여 신설). 호주 Corporations Act 2001, s.180(2); 남아프리카공화국 Companies Act 2008, s.76(4); 폴란드 Kodeks spółek handlowych 개정(2022).
[29] Andrew Keay, The Enlightened Shareholder Value Principle and Corporate Governance, Routledge (2013). CLRSG는 1998년 설치 이후 약 3년간의 검토를 거쳐 2001년 최종보고서를 발표하였으며, 이것이 CA 2006의 근간이 되었다.
[30] 일본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코드는 2014년 아베 내각의 성장전략에 따라 도쿄증권거래소와 금융청이 공동으로 제정한 것으로, 2015년 6월 시행, 2018년·2021년 개정을 거쳤다. comply or explain 방식은 영국의 UK Corporate Governance Code를 모델로 한 것이다.
[31] 소규모합병(제527조의3)은 존속회사가 발행하는 신주가 발행주식총수의 10%를 초과하지 않는 경우 이사회 결의로 주총 승인을 갈음할 수 있으며,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도 인정되지 않는다(동조 제5항). 간이합병(제527조의2)은 소멸회사 발행주식총수의 90% 이상을 존속회사가 보유한 경우 소멸회사의 주총을 이사회 결의로 갈음할 수 있다. 이들 약식 절차는 1998년 경제위기 후 구조조정 촉진을 위해 도입된 것인데, 주총이 생략되는 만큼 이사의 재량이 확대되고 소수주주의 견제 수단이 제한된다.
[32] 개정 상법 제341조의4 (2026.3.6. 법률로 신설, 공포 즉시 시행): "① 회사가 자기주식을 취득한 때에는 그 취득한 날부터 1년 이내에 소각하여야 한다. ②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고 회사가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작성하여 주주총회의 승인을 얻은 때에는 그 승인된 계획에 따라 자기주식을 보유 또는 처분할 수 있다. 1. 각 주주에게 그가 가진 주식 수에 비례하여 균등한 조건으로 처분하는 경우 2. 주식매수선택권을 부여하는 등 임직원 보상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3. 우리사주제도 실시의 목적으로 활용하는 경우 4. 주식의 포괄적 교환·포괄적 이전·합병 등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활용하는 경우 5. 회사가 신기술의 도입, 재무구조의 개선 등 회사의 경영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정관에 그 사유를 규정한 경우에 한한다)." 동조 제3항: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은 이사 전원의 기명날인 또는 서명을 받아야 하며, 매 사업연도의 정기주주총회에서 승인을 갱신하여야 한다.
[33] 금융위원회, 「자기주식 보유·처분 공시 강화」 입법예고 (2026.3.31.~5.11.):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3차 상법 개정 취지에 맞추어 자본시장법 시행령 및 하위규정을 개정. 공시 의무를 모든 상장회사로 확대, 자기주식 대상 교환사채 관련 규정 일괄 삭제, 시장 매도 방식 제한(시간외대량매매만 허용) 등.
[34] 대법원 2022. 5. 12. 선고 2021다279347 판결(대우건설 사건): 사외이사 등은 내부통제시스템이 전혀 구축되어 있지 않는데도 구축을 촉구하는 노력을 하지 않는 경우 등에 감시의무 위반이 인정된다. 대법원 2008. 9. 11. 선고 2006다68636 판결(대우 사건)이 이사의 내부통제시스템 구축의무를 최초로 인정하였고, 위 대우건설 판결은 사외이사의 의무 정도가 대표이사보다 완화된다는 차등적 기준을 제시하였다.
[35] Weinberger v. UOP, Inc., 457 A.2d 701 (Del. 1983). 이 판결에서 델라웨어 대법원은 지배주주에 의한 소수주주 축출 합병(freeze-out merger)에 전체적 공정성 심사를 적용하고, 공정한 거래와 공정한 가격의 두 요소를 심사 기준으로 제시하였다.
[36] 공정거래위원회, 「2024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 (2024). 상법 제382조의2 제1항은 "정관에서 달리 정하는 경우를 제외하고" 집중투표를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므로, '집중투표제 도입'이란 정관에 집중투표를 적극적으로 채택한 경우와 정관에 배제 규정을 두지 않은 경우를 모두 포함한다.
[37] 집중투표에서 후보 1명의 선임을 보장하는 데 필요한 최소 의결권은 {발행주식총수/(선임할 이사 수+1)}+1주이다. 이를 비율로 환산하면 발행주식총수의 1/(n+1)을 초과하면 된다.
[38] 자본시장연구원, 「국내 상장기업의 소유구조 현황과 특징」 (2024.10.): 2023년말 기준 국내 상장기업 2,407개사 분석. 소액주주 평균 지분율 48.36%, 내부주주 지분 평균 43.08%.
[39] 대한상공회의소, 「최근 주주행동주의 변화와 시사점 연구」 (2025.3.): 코스피·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각 100개사 분석. 소액주주 평균 지분율 47.8%, 최대주주 측 37.8%.
[40] 원혜수, 「2025년 개정 상법상 집중투표제에 관한 실무상 쟁점」, 선진상사법률연구 통권 제112호 (2025.10.). 같은 취지로 법무부 유권해석은 분리선출 감사위원은 집중투표의 '선임할 이사의 수'에 산입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41] 긍정설의 논거에 관하여, 2인 이상의 감사위원을 동시에 선임하는 구조에서 집중투표의 적용은 제382조의2 제1항의 문언("2인 이상의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에 부합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42] 대법원 2006. 6. 2. 선고 2004다10289 판결: 정관의 규정이 상법의 강행규정에 반하는 경우 그 정관 규정은 효력이 없다. 정관 규정이 법률에 반하여 무효인 경우, 그 정관 규정에 따르지 않은 것은 결의방법의 하자(제376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43] 개정 상법 제529조의2, 제530조의13 (2026.3.6. 개정, 공포 즉시 시행): 합병, 분할합병 또는 분할 시 자기주식에 대하여 신주를 배정할 수 없다.
[44]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47조 제1항에 따르면, 감사의견이 감사범위제한으로 인한 한정, 부적정 또는 의견거절인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감사인 미선임도 금융감독원의 직권지정 사유이자 관리종목 지정 사유에 해당한다(외부감사법 제11조 제1항). 감사위원 결원이 장기화되면 감사위원회 기능 마비로 외부감사인 선임 절차(외부감사법 제10조)에 지장이 생길 수 있고, 감사의견 미달이 2회 연속 발생하면 이의신청 없이 즉시 상장폐지된다(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 제48조 제1항).
[45] 액트(ACT)는 2022년 DB하이텍 물적분할을 계기로 설립된 소액주주 행동 플랫폼으로, 전자위임장을 통한 의결권 결집과 주주제안을 지원한다. 2025년 주총 시즌에는 20개 이상의 상장회사에 집중투표 도입, 자사주 소각, 사내이사 해임 등 주주제안을 실시하였다.
[46] 경제개혁연대, 「한국 스튜어드십 코드 개정안 제안」 (2025.11.): 스튜어드십 코드가 2016년 제정 이후 한 차례도 개정되지 않아 책임투자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정보 공개 강화, 이행 평가 도입, 협력적 관여활동 활성화 등을 포함한 개정안을 제시하였다.
[47] 일본은 2001년 전자투표제도를 도입하였으나 초기에는 이용률이 저조하였다. 2014년 스튜어드십 코드, 2015년 코퍼레이트 거버넌스 코드 도입 이후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활성화되면서 전자투표 플랫폼(ICJ) 가입 회사 수가 급증하였다. 이는 전자적 인프라의 구축만으로는 참여율 제고가 보장되지 않으며, 투자자의 행동 유인 변화가 결합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같은 취지로 노미리, 「주주총회에서의 주주 참여율 제고 방안」, 상사판례연구 30(3) (2017), 83-114면; 권용수, 「버추얼 주주총회 개최·운영에 관한 쟁점 검토」, 상사법연구 (2020).
[48] 손자회사로의 다중대표소송 확대에 관한 학설은 크게 세 갈래로 나뉜다. 긍정설은 다중대표소송의 입법 취지가 기업집단 구조에서의 모회사 주주 보호에 있는 이상, '자회사'를 형식적으로 직접 자회사에 한정할 이유가 없으며, 모회사가 손자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경우에는 손자회사까지 확대하여야 한다고 본다. 특히 지주회사 체제가 보편화된 한국에서 사업 가치의 상당 부분이 손자회사 이하에 집중되어 있다는 현실을 고려하면, 손자회사를 제외하면 제도의 실효성이 크게 저하된다고 지적한다(천경훈, 「다중대표소송 再論」, 법학연구 28(1) (2018), 77-110면 참조). 부정설은 제406조의2가 '자회사'를 명시하고 있고, 상법상 '자회사'는 모회사가 발행주식총수의 50%를 초과하여 보유한 회사로 정의되므로(제342조의2), 이를 손자회사까지 확장하는 것은 문언의 범위를 넘는 유추해석에 해당하며 법적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고 본다. 나아가 다중대표소송의 남소 가능성을 고려하면 적용 범위의 확대는 입법에 의하여야 한다는 입장이다. 절충설은 법문의 해석상 직접 자회사로 한정되나, 모회사 이사의 감독의무 위반을 매개로 간접적으로 손자회사 단계의 손해에 대한 책임을 추궁할 수 있다고 본다. 즉, 손자회사에서 발생한 부정행위를 모회사 이사가 알면서 방치한 경우, 모회사 이사에 대한 일반 대표소송(제403조)을 통해 책임을 추궁하는 경로가 가능하다는 것이다(김태진, 「다중대표소송(상법 제406조의2)의 이해」, 기업법연구 35(3) (2021), 75-120면에서 교조적 해석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목적론적 해석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 쟁점에 관한 판례는 아직 형성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