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권 글로벌 주택시장 트렌드와 한국의 미래
2권 집에 갇힌 나라, 동아시아와 중국

20대가 끝나가니 슬슬 동갑내기 친구들과 만날 때면 부동산이나 자산 이야기가 나오기 십상이다. 올라버린 집값에 분노하고 정부 정책을 있는 힘껏 미워해보지만, 그래 봐야 집 살 수 있는 타이밍에 못 맞춰 난 게 잘못이다. 그러니 선진국의 복지정책을 이상향으로 소개하는 이야기들에 너무 쉽게 현혹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선진국’들의 주택정책 변천과정을 다뤄준 책은 정말 귀하다. 우리가 훌륭하다고 여기는 주거복지가 어떻게 등장할 수 있었는지, 또 찬란했던 주거복지가 왜 지금은 작동을 하지 않는지, 그 그림자에는 무엇이 있는지를 다뤘다. 책의 훌륭함과는 별개로 각종 언론이나 인터넷에서는 아무 맥락 없이 이 책이 조리돌림을 당하는 중인데, 이 책의 저자 중 한 명인 김수현 교수가 노무현 정권과 문재인 정권 시절 청와대에 들어갔다 온 경력의 소유자이기 때문이다. 특히 2권은 문재인 정권 때 들어갔다 와서 그런지 책에 관한 혹평이 많은데, 나는 그러한 평가가 온동치 못하다고 생각한다
1권과 2권을 나눠서 보면, 1권은 유럽과 영미의 주택정책, 2권은 동아시아의 주택정책을 다룬다. 국가마다 디테일은 다르지만 먼저 유럽은 2차대전 이후 기본권으로서 주거복지가 강조됐고, 임대주택 주거가 보편적으로 이뤄졌다. 이후 신자유주의로 세계경제가 재편되면서 수많은 임대주택들이 매각돼왔다. 물론, 주택공급이 민간주도로 변화된 과정이 전적으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당시에는 그것이 대안으로 지지 받아왔고 현재에 이르러서는 고착화되었다. 1권의 결론은 주거형태(민간임대주택/공공임대주택/자가소유)의 균형있는 공존과 이를 위한 균형있는 지원(공공주택도 더 짓고, 민간임대주택 운영 및 주거에 대해서도 지원)을 강조한다. 실제로 자가소유율이 낮은 국가일수록 00년대 초반에도 부동산 가격거품이 덜 했고, 코로나로 인한 저금리 시대에도 주택가격 상승이 덜했다.
김수현 교수는 1권을 쓰고 청와대에 다시 들어갔고, 나와서 2권을 냈다. 2권은 우리 나라의 이웃인 일본, 중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을 다뤘다. 1권이 유럽 선진국의 드림을 다뤘다면, 2권은 우리나라와 가장 주택체제가 유사한 국가들의 상황을 다뤘다. 동아시아의 시민들은(아마 북한을 제외하면…) 청춘은 집을 위해 바치고 집을 통해 노년을 지탱한다. 물론 이건 다 옛날 이야기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특히 홍콩은 청년 주거복지가 열악한 것이 사회안정에 큰 위협이 될 정도다. 대만은 주거권이라는 개념이 없는 나라처럼 공공임대주택 비율이 낮고, 중국 대도시의 열악한 주거환경은 한국에서 봐도 경악스럽다. 과거 동아시아의 자가기반 복지체제는 신기한 현상이었지만 전세계적으로 자가소유 촉진의 상당히 진척된 현재, 자기가반 복지체제는 동아시아만의 현상이 아니게 됐다. 즉, 가계부채는 보편적인 현상이 됐고 집값의 오르내림은 가계는 물론이고, 집값이 오르지 않는다면 2007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의 악몽이 언제든 재현될 수 있는 세계가 됐다는 것이다.
이제 부동산 가격 상승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최근에 집값이 급등한 이유는, 집값이 올랐고 앞으로도 더 오를 것이라고 사람들이 기대하기 때문에 올랐다는 말이 가장 맞는 말일 것이다. 그럼 집값이 오른 원인은, 또 trigger는 무엇일까? 저금리에 의한 전반적인 자산가격 상승과 더불어, 주택공급 부족과 부동산 투기억제 정책에 따른 막차이자 정상가족 로망을 이룰 수 있는 마지막 티켓이라는 생각에 집값이 크게 오를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한다.
저금리에 의한 전반적인 자산가격 상승은 주식시장이나 비트코인 시장으로 돈이 흘러 넘쳤던 것과 마찬가지다. 기존에 살 생각이 있었지만, 현금이 부족했던 이들은 당연히 더 큰 돈을 빌릴 수 있었을 것이다. 정부의 부동산 투기억제에 따른 막차는 다소 논쟁적으로 들릴 수 있으나, 나는 정책 중 실패한 것은 서울 수도권의 주택공급을 서둘러 정상화시키지 못한 것이지 지금의 각종 부동산 대출규제나 보유세 증가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에 이르러서 주택 공급 수가 많이 줄었다. 인구 감소 사회로 접어들면서 이제 그만큼 주택 공급이 필요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예측과 달리 주택 수요는 더 커졌고 주택 공급은 줄었으니 당연히 가격은 오른다.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장기전망도 나쁘지 않다. 다른 대도시들에 비하면 평균임금대비 서울의 집값은 저렴한 편이다. 그런데 앞으로는 주거안정을 위해 부동산 가격을 누를 각종 대출규제나 세제가 도입될 것이다. 아마 다음 정권에는 바뀌겠지만, 근 5년 동안은 부동산 거래를 하지 못한다. 5년은 꽤 긴 세월이고 돈 벌 기회가 왔으니 부동산을 웃돈 주고 사게 된다. 더욱이 최근에는 인구적인 요인도 있다.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이 결혼 적령기에 이르렀다. 이 상황에서 베이비붐 세대와 그 자녀들이 집을 산다는 것은 단순 경제적 투기가 아니라, 단란한 가정을 꾸려서 수도권에 거주하며 서울로 출퇴근 하는 미래를 구입하는 행위다. 앞으로 집값이 더 오르면, 아마 결혼 적령기에 집을 사는 것이 더 어려워질 테니 말이다. 이렇게 정상가족 막차는 떠났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부동산 집값 올리기는 사실 현재 상황에서 굉장히 쉽지만, 낮추기는 정말 어렵다. 개인 차원에서는 시간에 맡기고, 본인이 부담 가능한 선에서 적절한 시점에 주택을 구입하는 일일 테지만, 정책 차원에서 집값을 내리는 건 굉장히 부담스럽고 잘 떨어지지도 않는다. 인기 재테크 유튜버들은 하나같이 ‘집값이 떨어지면 들어가서 살면서 기다리라’고 조언한다. 다른 상품과 다르게 주택은 그 가격이 연간소득의 몇 배가 넘기 때문에 부채를 끼고 사는 게 보편적이다. 그렇기에 집값이 내린다고 그 가격에 시장에 집이 쉽게 나오는 것은 아닐뿐더러 정책적으로 집값을 낮추면 깡통주택이 속출할 것이다. ‘실거주’ 목적이라고 하는 1가구 1주택도 결국엔 투기적 성격을 갖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집은 ‘손절’ 하지 못한다. 또한, 집을 구입한 이들의 입장에서는 몇 해 세금을 내더라도 다음 정권을 주택시장을 활성화해서 집값 올려줄 정권으로 바꾸면 그만이다.
어쩌면 오른 집값이 현재 수준에서 장기간 안정화되는 가운데 임금상승을 통해 주택가격을 부담가능한 수준으로 맞추면서, 그 사이에 소외된 세대/계층은 별도로 보조해줄 수 있는 게 최선일 것이라 생각한다. 물론, 07년도와 다르게 이번엔 자산버블이 터지고 나면 한국경제도 이번엔 그 폭풍을 쉬이 비껴나갈 수 없겠지만(07년 금융위기 대처는 이명박 정권의 역량이라기보다는 노무현 정권의 규제가 오히려 그 빛을 발했다고 생각한다), 희망이야 한 번 품어볼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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