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회사법

상법개정의 구조적 기원과 입법적 해소 (2): 2025-2026 상법개정의 구조적 원인과 계기

양자역학이 좋아 2026. 4. 14. 07:00

  앞선 글에서 1962년 상법 제정부터 2020년 개정까지의 연혁을 추적하며, 경제위기가 회사법 개정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었고, 주주보호장치 도입이 점차 확대되어 왔으며, 한국 상법의 태생적 혼종성으로 기업 자율 확대와 주주보호 강화 사이의 긴장이 지속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번 글에서는 그 연혁적 맥락 위에서, 2025~2026년 상법 개정을 촉발한 구조적 조건들을 분석한다. 정치적 계기가 있었음은 부인할 수 없으나, 그 계기가 작동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 자본주의의 내부에서 기업 지배구조의 모순이 더 이상 봉합할 수 없는 수준에 도달하였기 때문이다. 지배주주의 지분 희석과 우회적 지배구조의 심화, 자본시장 참여자의 질적 변화, 소액주주 운동의 제도적 성숙, 그리고 대법원 판례가 드러내 온 보호 공백이라는 네 가지 구조적 조건이 임계점을 통과한 결과로 보아, 본 글에서는 이를 순서대로 살펴본 뒤, 거시경제 불안이라는 추가 요인과 함께, 이번 개정의 의미·남아 있는 과제·예상되는 리스크를 전망한다.


III. 이번 상법개정의 구조적 배경: 왜 지금이었는가?

III-1. 지배주주 지분 희석과 우회적 지배구조의 심화

  한국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를 관통하는 가장 근본적인 구조 변화는 세대 승계에 따른 총수일가 지분율의 지속적 하락이다. 창업 1세대가 직접 출자하여 설립·인수한 핵심 계열사들은 창업주 본인의 높은 지분율 아래 소유와 지배가 일체되어 있었다. 그러나 2세대로의 승계 과정에서 상속·증여에 따라 지분이 분산되기 시작하였고, 3세대에 이르러 이 희석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025년 9월 공개한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분석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81개 집단의 내부지분율은 62.4%이다.[1] 최근 5년간 추이를 보면, 총수일가 지분율은 3.5~3.7% 수준에서 정체되어 있는 반면, 계열회사 지분율은 2021년 51.7%에서 2025년 55.9%로 지속적으로 상승하였다. 공정위는 이에 대해 "대형 M&A나 지주집단으로의 전환이 영향을 준 것"이라고 분석하면서, 총수일가의 직접 지분 감소분이 계열사 간 출자 구조의 확대로 보전되고 있는 양상임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지분 희석은 한국 상속세 제도의 산물이다.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며, 상장법인 최대주주의 주식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3조 제3항에 따라 평가액에 20%를 할증하여 과세한다. 최대주주가 발행주식총수의 50%를 초과하여 보유하는 경우 할증률은 30%까지 상승한다.[2] 이 구조 아래에서 실효세율은 명목세율을 크게 상회할 수 있다.

  구체적 예시를 보고가자. 시가총액 5,000억 원인 상장회사에서 대주주가 20%의 지분(1,000억 원 상당)을 보유하고 있다고 가정하자. 상속세법상 상장주식은 평가기준일 전후 각 2개월간의 최종시세가액 평균으로 평가하므로, 평가액을 시가와 동일한 1,000억 원으로 놓는다. 여기에 최대주주 할증 20%를 적용하면 과세표준은 1,200억 원이 된다. 상속세율을 단순 적용하면(일괄공제 5억 원, 배우자공제 5억 원 가정), 30억 원 초과분에 대한 최고세율 50%가 적용되어 산출세액은 대략 590억 원에 달한다.[3] 이는 보유 지분 시가의 약 59%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상속세 납부를 위해 지분의 상당 부분을 처분하거나, 연부연납·물납 등의 제도를 활용하더라도, 세대 교체 한 차례에 보유 지분이 절반 가까이 줄어드는 셈이다.

  VIP자산운용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현행 상속세 체계가 만들어내는 역설이 있다. PBR이 0.4배인 기업의 경우, 최대주주 할증 20%를 적용하더라도 PBR 0.48배 수준에서 과세가 이루어져 청산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액에 대해서만 세금을 내는 결과가 된다.[4] 명목세율 60%(할증 포함)에도 불구하고 실효세율이 20~30%대에 머무는 것은, 주가가 순자산가치 대비 지속적으로 저평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 구조에서 지배주주에게는 주가를 낮게 유지할 유인이 존재한다. 주가가 낮을수록 상속세 평가액이 줄어들고, 동일한 자금으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가 저평가 → 상속세 절감 → 저배당 유인 강화 → 주가 추가 하락이라는 순환 구조가 형성된다.

  총수일가의 직접 지분이 하락에 따라, 그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한 우회적 수단은 규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형태를 바꾸며 계속 확대되어 왔다. 1987년 공정거래법은 직접 상호출자를 금지하였으나 간접 상호출자(순환출자)는 규제하지 않았고, 지주회사 설립도 금지하였다. 기업들은 법적 사각지대였던 순환출자를 통해 적은 지분으로 계열사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를 확장하였다. 1997년 외환위기에서 대우그룹 등의 연쇄 부도가 순환출자의 위험을 극적으로 드러내자, 1999년 공정거래법 개정으로 지주회사 설립이 허용되었고, 2014년에는 신규 순환출자가 전면 금지되었다. 이에 따라 LG(2003년), SK(2007년), CJ·GS(2007년) 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였고, 2024년 기준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은 43개에 달한다.[5]

  그러나 지주회사 전환이 지배구조의 투명성 제고라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였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적 평가가 존재한다. 인적분할을 통해 기존 회사를 투자부문과 사업부문으로 분리할 때, 분할 전 회사가 보유하던 자기주식에도 신설회사의 주식이 배정되어 지배주주가 추가 자금 투입 없이 지주회사에 대한 지분율을 높이는 이른바 '자사주 마법'이 광범위하게 활용되었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이 기법으로 지배주주의 지주회사 지분율은 평균 27%에서 41%로, 지주회사의 신설회사 지분율은 18%에서 32%로 상승한 것으로 확인되었다.[6] 순환출자라는 구 형태의 우회 지배가 지주회사 체제라는 신 형태의 우회 지배로 대체된 셈이다. 2024년 말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인적분할 시 자기주식에 대한 신주배정이 금지되면서 이 경로는 차단되었으나, 그 이전에 이미 전환을 완료한 기업집단의 지배구조에는 이 기법의 효과가 고착되어 있다.

  공정위 통계에 따르면 이 밖에도 공익법인·해외계열사·금융·보험사를 통한 계열 출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7] 특히 자기주식은 지주회사 전환 과정에서뿐 아니라 전환 이후에도 핵심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2011년 개정으로 자기주식 취득이 원칙적으로 허용되고 보유 기한 제한이 폐지된 이후, 자기주식은 경영권 방어와 우호지분 공급의 주된 도구로 활용되었다.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 상장사 중 자기주식 비율 5% 이상인 회사는 40개 집단 71개사에 달하며, 50대 그룹 핵심 계열사의 자기주식 보유 비중은 평균 4.7%로 전체 상장사 평균(3.3%)보다 높다. 롯데지주 32%대, 티와이홀딩스 약 30%, 미래에셋생명 26%대 등 일부 기업은 30% 안팎의 극단적 자기주식 비율을 유지하고 있었다.[8] 자기주식의 법적 성격에 관해서는 의결권 없는 미발행주식으로 볼 것인지, 잠재적 의결권을 내포한 자산으로 볼 것인지에 관한 자산설미발행주식설의 학설 대립이 오래 계속되어 왔다.[9] 그 사이 실무에서는 자기주식을 장기 보유하면서 적대적 인수 방어, 우호세력 배분,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의 영향력 확보 수단으로 전용하는 관행이 확산되었다. 소버린-SK 경영권 분쟁에서 SK가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매각하여 경영권을 방어한 사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자기주식 공개매수가 핵심 쟁점으로 부각된 사례 등이 이를 보여준다.[10] 이러한 활용은 형식적으로는 상법과 자본시장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지만, 소액주주의 의결권 비중을 약화시키고 총수일가의 지배력 유지에 기여하는 효과를 낳았다.

  자본시장연구원의 실증분석은 한국 상장기업의 주가-장부가 비율(PBR)이 2012부터 2021년 평균 기준으로 선진국의 약 절반, 신흥국 평균의 60% 수준에 그친다는 점을 확인하면서, 주요 원인을 낮은 주주환원, 저조한 수익성과 성장성, 취약한 기업지배구조, 회계 불투명성,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 등으로 요약한다.[11] 이 연구에 따르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고유의 특이 현상이 아니라, 투자자보호와 지배구조 수준이 낮은 국가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제도·거버넌스 디스카운트'의 한 형태이다. 다만 그 강도는 상당히 크다. 호주 기업을 기준으로 신흥국 기업에 대한 투자자들의 요구수익률과 밸류에이션을 비교한 연구에 따르면, 말레이시아 기업에는 약 12-14%, 사우디아라비아 약 18-20%, 남아프리카공화국 약 21-23%, 멕시코 약 28-30%, 이란 기업에는 약 50% 이상에 이르는 할인율이 적용된다.[12] 다만 이들 국가는 자원 의존도, 국제적 제재 여부, 정치체제 등에서 한국과 상이한 조건을 가지고 있어, 수치의 단순 서열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한국의 디스카운트 폭은 이들 국가와 비교할 때 중간 이상의 수준에 해당하며, 대기업집 중심 소유구조·낮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불투명한 내부거래 관행이 중첩되어 할인 폭이 확대된 특수 사례로 이해된다.

  2026년 3차 상법 개정은 자기주식을 '아무런 권리가 없는 미발행주식'으로 규정함으로써, 자산설·미발행주식설 논쟁에 입법적 종지부를 찍었다. 개정법은 자기주식에 의결권·신주인수권·배당권이 없음을 명문화하고(제341조의3), 취득일로부터 1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며(제341조의4), 예외적 보유·처분은 정관 근거와 주주총회 승인을 요하도록 하였다. 이로써 2011년 개정을 통해 확대되었던 자기주식 활용의 재량은 상당 부분 구조적으로 제약되며, 기업 재무전략의 영역에 머물던 자기주식이 지배구조 규율의 대상으로 재위치되었다.

 

III-2. 자본시장 참여자의 질적 변화

  지배주주 측의 소유 지분 감소가 상법 개정의 한 축이라면, 자본시장을 구성하는 투자자의 변화는 다른 한 축이다. 외국인·기관·개인이라는 세 유형의 투자자 모두에서 질적 전환이 이루어졌고, 이 변화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사회적·정치적 수요를 끌어올렸다.

  외국인 투자자의 비중은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 전면 개방에 따라 구조적으로 높아졌다. 2000년대 초 40% 수준까지 상승한 뒤 30% 안팎에서 등락하여 왔으며, 2026년 초에는 코스피 기준 37%까지 올라 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였다.[13]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외국인 투자를 억제하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잠재적 초과수익의 원천이기도 하다. IFC·세계은행이 신흥국 투자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지배구조가 심각하게 나쁜 기업에는 아예 투자하지 않되, 제도·지배구조 개선이 진행되는 시장에는 높은 요구수익률을 적용하면서 밸류에이션 재평가에서 추가 수익을 기대한다. 영국계 Janus Henderson은 2025년 한국·일본 지배구조 분석에서, 상법 개정·밸류업 프로그램·자기주식 소각 의무화가 G20/OECD 기업지배구조 원칙에 수렴하는 방향이라고 평가하며 한국 편입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Baillie Gifford도 한국의 밸류업 정책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의 전기로 평가하였다.[14] 한국처럼 메모리반도체·2차전지·조선·방산 등 글로벌 공급망에서 전략적 위치를 점하는 산업 기반 위에 거버넌스 개혁이 이뤄지면, 외국인 투자자는 산업 성장과 디스카운트 해소가 동시에 작동하여 잠재적 초과수익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개인투자자의 양적·질적 변화도 두드러진다. 한국예탁결제원 통계에 따르면, 2020년 동학개미 운동을 전후하여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는 약 300만 명 이상 증가해 2020년 말 기준 919만 명에 이르렀고, 2021년 말에는 1,384만 명으로 전년 대비 50.6% 증가하였다. 이후 2022년 말 1,441만 명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23년에는 1,416만 명으로 소폭 감소하였으나, 2024년 말 1,423만 명, 2025년 말에는 1,456만 명으로 다시 증가하여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였다. 개인투자자는 전체 소유자의 99.1%에 해당하며, 대한민국 성인 약 3명 중 1명이 주식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셈이다.[15] 행태 변화도 관찰된다. 6종목 이상에 분산투자한 개인투자자 비율은 2010년대 초 13% 수준에서 2021년 29.1%까지 상승하였고, 1~3종목 집중투자 비율은 같은 기간 75%에서 56.7%로 하락하였다. 다만 2022년 이후 약세장이 지속되면서 분산투자 비율은 다소 감소하고 소수 종목 집중투자 비율이 다시 높아지는 추세가 관찰되는데, 이는 국내 증시 저조에 실망한 2030세대 투자자가 국내 시장을 이탈하고 해외 주식(특히 미국 주식)으로 이동한 구조적 변화와도 관련된다. 2025년 12월 기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보관금액은 약 1,677억 달러(약 247조 원)로 전년 대비 49% 급증하였다.[16] 한편, 디지털 플랫폼과 커뮤니티를 통해 기업의 배당정책·지배구조에 대해 집단적 의사를 형성하고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새로운 유형의 행위자가 등장하였다. '주주권 강화'가 정치적 의제로 부상한 배경에는 이러한 개인투자자의 양적 팽창과 질적 변화가 있었다.

  기관투자자의 역할 변화도 중요하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현 한국ESG기준원)이 2016년 12월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한국형 스튜어드십 코드)을 공표하고, 2018년 7월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가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의결한 것은 전환점이었다.[17] 자본시장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정기주총 반대율은 스튜어드십 코드 참여 전 9.73%에서 참여 직후 16.7%로 뛰었고, 2018년 18.8%, 2019년에는 20%대에 도달하였다. 민간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행사 비율도 코드 도입 이후 2배 이상 상승하였다. 금융위원회가 2025년 발표한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도, 2014~2024년 사이 반대 의결권 안건 비율이 1.84%에서 4.59%로 상승하였음을 확인한다.[18] 2019년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이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안에 반대표를 행사하여 부결시킨 것은, 대기업집단 총수가 주주 의결에 의해 퇴출당하는 최초의 사례였다.

  다만 스튜어드십 코드의 실효성에는 한계도 드러났다.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행사한 안건 중 실제 부결로 이어진 비율은 매우 낮다. 정부의 정책적 판단에 좌우될 수 있다는 구조적 문제,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에는 단계적 접근을 취한다는 제한, 그리고 스튜어드십 코드 자체가 자율 규범(soft law)으로서 강제력이 없다는 본질적 한계가 지적되어 왔다.[19] 자율 규범만으로는 기업의 지배구조를 실질적으로 변경시키기 어렵다는 인식이 축적되면서, 강행규정으로서의 상법 개정이라는 경로가 열렸다.

 

III-3. 소액주주 운동과 행동주의의 전개

  한국에서 소액주주의 권리가 제도적·실천적으로 의미를 갖기 시작한 것은 1997년 외환위기 전후이다. 이후 약 30년간, 시민단체의 공익적 기업감시에서 출발하여 외국계 행동주의 펀드의 유입, 국내 행동주의 펀드의 등장, 디지털 플랫폼을 매개로 한 개인투자자의 조직화로 이어지는 전개 과정을 거쳤다.[20]

  행동주의의 물꼬를 튼 것은 외국계 펀드였다. 2003년 소버린자산운용의 SK주식회사 지분 매집과 경영진 교체 요구, 2006년 칼 아이칸의 KT&G 자사주 매입·소각 요구, 2015년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반대는 한국 자본시장에서 행동주의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사례들이다. 다만 이 시기에는 정당한 지배구조 개선 요구와 단기 차익 추구를 구분하지 않은 채, 외국계 펀드 전반에 대해 '먹튀' 프레임이 형성된 측면이 있다.[21]

  2010년대 후반부터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가 등장하였다. 얼라인파트너스는 2022~2023년 SM엔터테인먼트 사례에서 1.1%의 지분으로도 소액주주와의 위임 연대를 통해 감사 선임, 특수관계인 거래 차단, 지배구조 개편을 관철하고, 하이브 공개매수·카카오 경쟁입찰까지 촉발하였다.[22] 소수지분이라도 정보력·조직화 능력·법률전략을 결합하면 지배주주의 사익 추구를 견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이다. 트러스톤·안다자산운용 등도 태광산업 등에 대해 배당정책 개선, 자사주 활용 투명화를 요구하며 시장 규율을 강화하고 있다. 이들 펀드는 투자 수익을 주된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시민단체 주도의 공익적 감시와 질적으로 구별된다.[23]

  다만 행동주의 펀드와 소액주주 사이의 이해 상충도 확인되었다. DB하이텍 사례에서 KCGI는 2023년 약 7% 지분을 취득하고 소액주주와 연대하여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였으나, 9개월여 만에 보유 지분 대부분을 모회사 DB아이앤씨에 프리미엄을 받고 블록딜 방식으로 매각하며 상당한 차익을 실현하였다.[24] 이후 주가 하락으로 손실을 본 소액주주들이 그린메일 의혹 등으로 KCGI를 고소하였다. 장기 지배구조 개선과 단기 차익 실현이라는 목표 차이에서 비롯되는 긴장은, 행동주의의 성격을 둘러싼 논쟁을 자극하였다. 이 쟁점은 뒤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성과에 관한 실증연구(Brav et al. 2008, Bebchuk et al. 2015)와 함께 다시 검토한다.[25]

  최근에는 ACT(액트)와 같은 주주행동 플랫폼이 등장하여 개인투자자의 소액지분을 디지털 방식으로 결집하는 인프라가 형성되고 있다. ACT는 마이데이터 인증을 통해 실제 주주만 참여하도록 하고, 전자 위임장·주주서한·소송 위임 등 주주행동 전 과정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를 제공한다.[26] 과거에는 조직화되지 못하였던 개인투자자의 산발적 불만이 집단행동으로 전환되고, 행동주의 펀드와 연계한 '개인+기관' 연합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주주총회 의결권 행사를 위해 개별 우편·방문 투표를 요구하던 구조에서는 소액주주 행동이 무임승차 문제에 빠지기 쉬웠으나, 모바일 플랫폼은 조정 비용을 극적으로 낮추고 집단행동의 효용을 높인다.

  2024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이러한 흐름의 집약적 사례였다. MBK파트너스와 영풍 측의 지분 매집, 자기주식·특수관계인 지분을 둘러싼 공방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범위, 자기주식의 의결권, 경영판단의 원칙 등 2025~2026년 상법 개정의 핵심 쟁점이 모두 실무적으로 부각되었다. 지배구조 분쟁이 대기업 집단 내부의 폐쇄적 갈등이 아니라 자본시장 참여자의 공개적 논쟁과 주주총회 표 대결로 전환되는 방향으로 시장 규율의 변화 양상이 관측된다.

 

III-4. 대법원 판례가 드러내 온 보호 공백

  앞의 세 가지 조건이 상법 개정에 대한 수요를 축적하였다면, 대법원 판례는 기존 법률의 해석만으로는 이 수요에 응답할 수 없다는 한계를 반복적으로 드러내며 입법적 보완의 필요성을 확인하였다.

  가장 대표적인 판례는 대법원 2009. 5. 29. 선고 2007도4949 전원합의체 판결(에버랜드 CB 사건)이다.[27] 이 판결에서 대법원 다수의견은 다음과 같이 판시하였다.

"이사는 회사에 대하여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하여야 할 선관주의의무 내지 충실의무를 부담하는 것이므로, 신주 등을 발행함에 있어서 이사로서의 임무에 위배하고 그로 인하여 회사에 손해를 입힌 경우에는 업무상배임의 죄책을 지게 된다."

  이 판시에서 충실의무의 대상은 '회사'로 한정되어 있다. 다수의견은 주주배정 방식의 전환사채 발행에서는 이사가 반드시 시가에 의할 의무가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하였다(유죄 5 : 무죄 6). 전환사채 저가 발행이 기존 주주의 지분을 희석시키더라도, 그 손해가 '회사 자산의 감소'로 구조화되지 않는 한 배임죄 성립이 제한되는 문제가 드러난 것이다. 이에 따라 학계에서는 주주 손해를 회사 손해로 우회해야 하는 간접 보호 구조의 비효율, 형사법상 엄격해석 원칙과 회사법상 충실의무 해석 간 긴장 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28]

  삼성물산 합병 사건에서도 유사한 한계가 나타났다. 법원은 합병비율 산정에 경영판단의 원칙을 적용하면서, 이사의 판단 과정에 현저한 불합리가 없는 한 법원이 개입하지 않는다는 법리를 유지하였다. 한국에서는 총수일가의 영향력이 이사회 구성에 강하게 관철되는 현실에서, 이 원칙이 사실상 지배주주의 이익을 보호하는 방패로 기능한다는 비판이 제기되었다. LG화학 물적분할(2020년), 두산밥캣 합병(2023년),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2024년) 등에서도 기존 법리로는 소수주주 보호가 불충분하다는 사실이 반복 확인되었다.

  종합하면, 법원은 기존 법문의 한계 안에서 해석론적 노력을 기울이되, 그 해석론으로 메울 수 없는 구조적 공백을 판결을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내 왔다. 충실의무가 '회사'에 한정되는 문제, 경영판단 원칙이 지배주주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는 문제, 자기주식의 의결권·경제적 권리에 관한 명시적 규율의 부재 등은 입법론의 영역에 속하는 과제였다. 2025년 1차 개정이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한 것은, 에버랜드 CB 판결 이후 16년간 축적된 판례법적 한계에 대한 입법적 응답이다.

 

III-5. 거시경제 불안과 자본시장 신뢰 회복의 과제

  이상의 네 가지가 한국 자본주의 내부의 구조적 요인이라면, 2024~2026년의 거시경제 환경은 상법 개정의 시급성을 끌어올린 외부적 요인이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는 한국 자본시장에 대한 국제적 신뢰에 심각한 타격을 가하였다. 원-달러 환율은 계엄 직후 급등하여 1,400원대를 돌파하였고, 2025년 하반기에는 미-중 관세 전쟁까지 더해져 1,400원대 초중반에서 등락하였다.[29]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2025년 12월 "전통적인 금융위기는 아니지만, 위기라 할 수 있고 걱정이 심하다"고 발언하였다. 2026년에는 이란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 급등이 겹치며, 소비자심리지수가 계엄 이후 최대폭으로 급락하였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025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7%로 하향 조정하면서, "사상 네 번째의 성장 쇼크"라고 진단하였다.[30] 원화 약세의 구조적 원인 중 하나로 한국 자본시장의 매력도 저하가 지목된다. 김흥종 전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은 "중장기적으로 원화 강세 흐름을 만들려면, 증시를 활성화시켜 외국인이 투자하고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동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첫번째 글에서 확인한 바와 같이, 경제 위기는 한국 상법 개정의 가장 강력한 동력이었다. 1984년 개정은 석유위기 후 부실기업 문제가, 1998년 개정은 IMF 외환위기가, 2011년 개정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각각 촉매였다. 2025~2026년 개정은 단일한 경제위기가 아니라 복합적 대외 충격이 중첩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2024년 12월 비상계엄 사태 이후 촉발된 정치적 불안, 미-중 관세분쟁의 장기화, 2026년 이란전쟁에 따른 국제 유가급등이 겹쳤고, 이 충격들이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취약성(코리아 디스카운트, 지배구조 불신)과 결합하여 자본유출 우려와 원화 약세를 심화시킨 것으로 봐야할 것이다. 원-달러 환율은 2026년 이란전쟁 격화 국면에서는 한 때 1,525원을 넘어 2009년 이후 최약세를 기록했다.

  다만 이러한 거시·정치적 불안이 상법 개정의 '직접적 원인'이었다고 보기보다는, 시장 신뢰 회복이라는 정책 명분을 강화하는 시기적인 요인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 법안 제안 이유서나 국회 심의 기록에서 비상계엄과 상법 개정을 직접 연결하는 공식적 언급은 확인되지 않으며, 공식적 입법 논의는 주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밸류업 프로그램의 법적 기반 마련', '주주권 강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상법 개정은 주주 보호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글로벌 신뢰도를 회복하여 자본 유출을 방지하고 환율을 안정시키려는 거시경제적 목표와도 연결된다. 2026년 4월부터 시작되는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에 따라 약 500~600억 달러 규모의 채권 자금 유입이 추산되고, KDI는 2026년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하는 등 회복 가능성도 존재한다.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해소 → 외국인 투자 유입 → 원화 수요 확대 → 환율 안정이라는 선순환이 정책적으로 기대되고 있으나, 이란전쟁 장기화·미-중 관세 불확실성이라는 하방 리스크가 상존하는 만큼, 상법 개정만으로 거시적 선순환이 달성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유보적 평가가 필요하다. 이는 뒤에서 다시 검토한다.

 

IV. 이번 상법 개정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상법이 한국경제의 각 발전 단계에서 기업과 주주 사이의 이해충돌을 어떻게 규율하여 왔는지를 추적한 결과, 세 가지 반복적 패턴이 확인되었다. 경제 위기가 개정의 동력이 되어 온 점, 주주보호 장치가 도입된 뒤 사문화되어 온 점, 그리고 기업 자율과 주주보호 사이의 진자 운동이 계속되어 온 점이 그것이다. 2025~2026년 상법 개정은 이 세 가지 패턴의 귀결이다.

  첫째, 만성화된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거시경제 불안이라는 복합적 위기가 개정의 동력을 제공하였다. 단일한 경제 위기가 아니라 구조적 저평가의 고착과 자본유출 우려라는 복합적 위기 인식이 촉매로 작용하였다는 점에서 종전의 패턴과 구별된다. 둘째, 1998년 이래 임의규정으로 도입되어 사문화된 주주보호 장치들이 이번에는 강행규정으로 전환되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 2인 확대,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 등 기업의 정관 자치에 의한 우회를 차단하는 설계이다. 셋째, 기업 자율 쪽으로 크게 이동하였던 2009·2011년 개정의 유산이 지배주주의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전용됨에 따라, 주주보호 쪽으로의 강한 반작용이 발생하였다.

 

IV-1. 비교법적 수렴

  비교법적으로, 이번 개정은 해외에서 진행되어 온 지배구조 개혁 흐름과 발맞추어 우리 상법도 이러한 흐름에 수렴하여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춰가는 것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영국 Companies Act 2006 제172조는 이사의 의무를 '회사의 성공을 촉진할 의무'로 규정하면서, 이사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선의에 따라 행동하여야 하고, 의사결정 시 장기적 영향, 근로자·거래상대방·지역사회·환경, 그리고 주주 간 공정한 대우를 고려하여야 한다고 명문화하였다.[31] 이 조항은 2006년 회사법 전면 개편 과정에서, 1985년 Companies Act의 이사 의무 규정이 판례법에만 의존하여 불확실하다는 비판에 대응하여 제정된 것이다. 계몽된 주주가치(enlightened shareholder value)라 불리는 이 접근은, 주주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되 다른 이해관계자도 고려하는 균형을 입법적으로 정한 것이다.

  일본은 2015년 개정 회사법 시행과 함께 도쿄증권거래소·금융청 주도로 기업지배구조 코드를 도입하였다. 아베노믹스 '세 번째 화살'(성장전략)의 핵심 축으로 지배구조 개혁을 위치시킨 결과, 사외이사 비중 증가, 교차주식보유(cross-shareholding) 축소, ROE 및 배당성향 상승, 자사주 소각 확대 등이 관찰되었다.[32] 2023~2024년에는 도쿄증권거래소가 PBR 1배 미만 기업에 자본효율 개선 계획의 공시를 요구하는 '밸류업' 정책을 추진하였고, 일본 상장기업의 외국인 지분율은 1980년대 5% 수준에서 2006년 28%까지 상승하여 내부자 지배구조에서 외부자 지배구조로의 전환이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델라웨어주에서는 이사의 신인의무(fiduciary duty) 대상이 '회사의 주주'라는 점이 반복 확인되어 왔으며, 지배권 변동 상황에서는 Revlon 판례(1986)에 따라 이사가 주주에게 가능한 한 가장 높은 가격을 확보할 의무를 부담한다.[33] 평상시에는 경영판단 원칙에 따라 이사회 재량을 넓게 인정하되, 지배권 매각·변동기에는 강화된 합리성 심사를 적용하는 이중 구조이다. 헤지펀드 행동주의가 활성화된 환경에서, SEC가 2022년 도입한 유니버설 프록시 카드 제도는 소규모 행동주의자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추었다.

  독일 주식법(Aktiengesetz)은 합병·소수주주 축출 등에 관하여 사전적 보호(주주총회 특별결의, 외부 공정성 평가)와 사후적 구제수단(주식매수청구권, 주식평가청구권)을 병행하는 정교한 소수주주 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다.[34] 법경제학적 분석에 따르면, 다수 이해관계자가 연루된 합병·조직재편에서는 재산규칙(property rule)보다 책임규칙(liability rule)이 효율적이며, 소수주주가 법원을 통해 공정가격을 확보할 수 있는 구조가 적합하다.

  한국 상법 개정에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 및 주주'로 확대한 것은, 영국의 제172조와 미국 델라웨어주 신인의무 법리 양쪽에 가까운 접근이다. G20/OECD 기업지배구조 원칙이 요구하는 주주권 보호·공평 대우 기준에 한국법을 수렴시키는 조치로 읽을 수 있다.

 

IV-2. 대법원 판례의 입법적 수용과 향후 법리 발전

  이번 개정의 또 다른 중요한 성격은 대법원 판례가 드러내 온 한계를 입법이 보완했다는 점이다. 에버랜드 CB 판결(2007도4949)에서 확인된 이사 충실의무의 대상 한정 문제는, 2025년 1차 개정에서 상법 제382조의3을 '회사 및 주주를 위하여'로 확대하고, 제2항에 '총주주의 이익 보호'와 '전체 주주의 공평한 대우' 의무를 명시함으로써 입법적으로 해소되었다. 자기주식에 관해서도, 2011년 개정 이후 해석론이 분분하던 자기주식의 법적 성격·의결권·배당권 문제가 3차 개정에서 명문 규정으로 정리되었다.

  향후 주목할 점은 개정 상법 하에서 경영판단의 원칙이 어떻게 재해석될 것인가이다.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이 '회사 및 주주'로 확대된 이상, 이사가 합병비율 산정이나 자기주식 처분 등의 결정에서 지배주주의 이익을 우선하였을 경우 충실의무 위반 여부가 종전보다 넓은 범위에서 심사될 수 있다. 특히 제382조의3 제2항이 '전체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한다'고 명시한 것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 사이의 이해충돌 상황에서 이사의 판단 기준에 관한 새로운 법리 발전의 기초가 될 수 있다. 미국 델라웨어주의 Revlon 의무와 유사한 법리가 한국에서도 형성될 가능성이 열린 것이다.

 

V. 남아 있는 과제와 개정의 리스크

V-1. 지배주주 충실의무의 입법론

  이번 개정은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확대하였으나, 지배주주 자체에게 직접적인 충실의무·공정의무를 부과하지는 않았다. 한국 대기업집단에서 이사회는 총수일가의 의향을 반영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평가되므로,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만으로는 지배주주가 이사회를 매개로 하여 행사하는 사익편취를 충분히 제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미국 델라웨어주에서는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회사의 이해충돌 거래에 대해 완전한 공정성(entire fairness) 심사를 적용하여, 공정한 거래(fair dealing)와 공정한 가격(fair price)을 모두 요구하는 판례 법리가 확립되어 있다. 한국에서도 공정거래법상의 사익편취 규제와 결합하여, 지배주주 충실의무의 입법론이 본격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V-2. 소수주주 공정가격 확보 장치의 설계

  물적분할·합병·지배구조 재편 과정에서 소수주주가 공정한 가격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여전히 미흡하다. 현행 상법상 주식매수청구권은 존재하나, 매수가격 산정 방식의 경직성과 실무상 낮은 활용률이 문제로 지적된다. 독일 주식법이 합병·소수주주 축출 과정에서 주식평가청구권(Spruchverfahren)을 통해 법원이 공정가격을 결정하도록 하는 책임규칙 기반 구제수단을 운용하고 있는 것은, 한국에서도 주식매수청구권의 보완 또는 별도의 공정가격 결정 절차 도입을 검토할 근거를 제공한다.[35]

 

V-3. 스튜어드십 코드와 상법의 역할 분담

  영국 경험은 이사의 법적 의무(Companies Act)와 기관투자자의 자율 규범(Stewardship Code)이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이중 구조를 보여준다. 한국에서도 상법 개정이 기업의 지배구조를 변경한 것이라면, 변화된 구조 안에서 실질적인 감시와 견제가 작동하려면 기관투자자의 적극적 주주권 행사가 전제되어야 한다. 국민연금의 정부 독립성 확보, 경영참여 목적의 주주권 행사 확대, 위탁운용사에 대한 의결권 행사 감독, 스튜어드십 코드 이행 점검·공시체계의 강화 등이 과제로 남아 있다.

 

V-4. 상속세 제도와 지배구조 모순의 근본적 해소

  앞에서 분석한 바와 같이, 한국 대기업집단의 지배구조 모순은 상당 부분 세대 승계에 따른 지분 희석과 그에 대응하는 우회적 지배력 유지 전략에서 비롯된다. 다만 상속세 구조만으로 이 모순이 설명되는 것은 아니며,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지주회사 규제, 자본시장법상 공시·지분보고 체계, 대기업집단의 역사적 소유구조와 경영문화, 그리고 자본시장의 발전 단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임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상법 개정이 우회 수단(자기주식, 정관에 의한 집중투표제 배제 등)을 차단하였다 하더라도, 상속세율·주식 평가 방법 등 세제의 구조가 지배주주에게 저주가를 유인하는 한, 새로운 우회로가 모색될 가능성은 열려 있다. VIP자산운용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PBR 0.8배 하한 도입과 최대주주 할증 폐지를 결합할 경우 약 28조 원 규모의 순 세수 증가가 추산된다. 이 수치는 특정 시점의 주가·PBR 분포를 전제로 한 시나리오 분석이므로 그 자체를 확정적 전망으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우나, 현행 상속세 구조가 저주가 유인과 결합하여 세수 기반 자체를 잠식하고 있다는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는 사례로서 의미가 있다. 이는 상속세 제도의 재설계와 상법 개정이 분리된 영역이 아니라 동일한 문제의 양면임을 시사한다.[36]

 

V-5. 자본시장법·공정거래법과의 정합성

  자기주식에 관하여 상법과 자본시장법은 각기 다른 규율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3차 개정 상법의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가 자본시장법상의 자기주식 보고 의무 및 처분 규정과 어떻게 조화될 것인지는 시행령과 해석론의 정비가 필요하다. 공정거래법상의 순환출자 규제, 사익편취 규제 등과의 체계적 정합성도 점검되어야 한다. 특히 비상장법인에 대한 자기주식 소각 의무의 적용 범위가 가업승계에 미치는 영향은 실무적으로 중대한 쟁점이다.

  한편, 개정 상법 내부에서도 제도 간 충돌 가능성이 존재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2명으로 확대되고(제542조의12 제2항, 2026.9.10. 시행), 합산 3%룰이 모든 감사위원 선임에 전면 적용되며(동조 제4항, 2026.7.23. 시행), 집중투표제가 의무화되면, 세 제도가 동시에 작동할 때 의결 정족수 충족에 구조적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다. 이미 2020년 분리선출 1명 도입 이후 바이오·중소형 상장사를 중심으로 감사 선임 안건이 정족수 미달로 부결되는 사례가 반복적으로 보고되어 왔다.[37] 법무부의 유권해석에 의하면, 감사위원회 3명 중 2명이 분리선출 대상이 되면 감사위원회 전체의 구성이 소수주주 의결에 전면적으로 의존하는 구조가 되며, 정관 변경 없이 분리선출 인원을 추가 선임할 경우 주주총회결의 취소의 소(상법 제376조)의 대상이 될 수 있다.[38] 이 쟁점은 의결 정족수 산정 방식, 집중투표제와 3%룰의 중첩 적용 여부, 결의 하자의 유형(취소 사유 vs. 무효 사유) 등과 결부되어 실무적으로 복잡한 문제를 제기하는데, 개별 조문 단위의 상세한 분석은 다음 편에서 감사위원회 제도를 별도로 다룰 때 검토한다.

 

V-6. 개정에 따른 경제적 리스크와 그에 대한 반론

  상법 개정에 대해서는 경제계·학계의 일부에서 다양한 우려가 제기되어 왔다. 주요 논점과 이에 대한 반론을 살펴보자.

  첫째, 경영권 불안정과 기업 투자 위축의 우려이다. 한국경제인협회와 경제 8단체는 충실의무 확대와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외부 투기자본의 경영권 공격을 용이하게 만들고, 기업의 민첩한 의사결정과 대규모 투자를 저해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39] 한경협이 의뢰한 연구에 따르면, 일본은 1950년 상법 개정으로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였으나 이사회 내부 대립, 노동조합의 이사회 개입, 특정주주의 파벌 형성 등 부작용이 발생하여 1974년 의무화를 폐지한 바 있다.[40]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현재 한국 대규모 상장회사 이사회의 안건 찬성률이 99%를 상회하는 현실에서 이사회가 대주주의 '거수기'로 기능하고 있으며, 소수주주 추천 이사의 참여가 오히려 이사회의 실질적 감시 기능을 활성화할 수 있다는 반론이 제기된다. 1950년대 일본의 경험은 전후 미군정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이루어진 것으로, 2025년 한국의 자본시장 환경과는 거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둘째, 자기주식 소각 의무화가 기업의 재무유연성을 제약한다는 우려이다. 자기주식은 M&A 대가 지급, 임직원 보상, 전략적 제휴 등의 재무전략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는데, 1년 이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면 이러한 활용이 제한된다는 것이다. 다만 개정법은 자기주식보유처분계획을 주주총회에서 승인받아 보유·처분할 수 있는 예외를 두고 있으므로, 정당한 사업 목적이 있는 경우에는 보유가 가능하다. 또한 한국법제연구원의 투자자 설문(2023)에서 자기주식 매입 후 소각·처분 의무화에 찬성하는 투자자가 70.1%에 달하였다는 점은, 시장 참여자의 다수가 소각 의무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음을 시사한다.[41]

  셋째, 행동주의 펀드의 단기주의 리스크이다. 상법 개정이 소수주주의 권한을 강화하면, 단기 차익을 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가 경영권 분쟁을 남용하여 장기 투자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이다. Wachtell Lipton 등 미국 기업변호사들은 전통적으로 헤지펀드 행동주의가 연구개발·장기투자를 축소하게 만든다는 프레임을 오래 유지하여 왔다. 그러나 이에 대한 실증연구의 결론은 이 우려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Brav·Jiang·Partnoy·Thomas(2008)는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 1,059건을 분석하여, 행동주의 공시일 전후 약 7%의 누적 초과수익률이 발생하며 1년 이후에도 유의미한 수익률 반전이 관찰되지 않는다고 보고하였다. Bebchuk·Brav·Jiang(2015)은 행동주의 개입 이후 5년 이상 장기 성과를 추적한 연구에서, 단기 수익 이후 장기 가치 훼손의 증거는 발견되지 않으며 오히려 장기 수익률과 운영 성과가 개선된다고 반박하면서, '행동주의=단기주의'라는 도식이 경험적 증거와 부합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였다.[42] 미국 센서스의 공장 수준 데이터를 활용한 연구(Real Effects of Hedge Fund Activism, 2015)도 행동주의 대상 기업의 생산성·자본 배분 효율이 향상된다는 결과를 제시한다. 독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도 대주주 지배가 강한 환경에서 헤지펀드 행동주의가 상당한 주주가치 증대 효과를 가진다는 분석이 존재한다.

  넷째, 경영권 분쟁의 증가가 기업가치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이다. 배형석·양성국(2024)의 국내 실증연구는 2014~2023년 코스피 상장 경영권 분쟁 기업을 분석하여, 분쟁 발생 시 단기적으로는 주가가 상승하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하락하는 경향을 보고하였다.[43] 이는 분쟁 자체가 기업 내 불안정성을 높이고 경영 효율성을 저하시킬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위 연구는 상법 개정 이전의 분쟁 사례를 대상으로 한 것으로, 개정 이후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와 자기주식 규제 강화가 분쟁의 빈도·양상·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르다. 법원의 '경영판단의 원칙'이 개정법 하에서 어떻게 재해석되고 안정화 시키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다.

  종합하면, 상법 개정에 따른 경제적 리스크는 존재하나, 그것이 개정의 필요성 자체를 부정할 정도로 심각한지에 대해서는 실증 근거가 엇갈린다. 현실적으로 중요한 것은 리스크의 유무가 아니라 리스크의 관리이다. 집중투표제 하에서 이사 후보의 자질·독립성 검증 절차를 정비하고, 자기주식 보유·처분계획의 승인 기준을 합리적으로 운용하며, 법원이 충실의무 위반 심사에서 경영판단 원칙과의 균형을 적절히 잡아가는 것이 법 개정 이후의 과제이다.

 

  이 글에서 살펴본 지배주주의 지분 희석, 자본시장 참여자의 질적 변화, 소액주주 운동의 전개, 대법원 판례가 드러낸 보호 공백, 그리고 거시경제 불안은 물론 법률의 변경만으로는 해소되지 않는다. 법률이 개정된 후 그 법률 안에서 작동하는 유인구조, 감시 메커니즘, 그리고 법원의 해석론에 대한 불안이 추후 해결됨으로써 한국 자본주의에 새로운 경로를 열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이번 상법 개정의 구체적 조문 변경이 기존 판례 법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아직 해결되지 않은 실무적 쟁점들을 테마별로 분석한다.


[1] 공정거래위원회, 「2025년 공시대상기업집단 주식소유현황 분석·공개」 (2025.9.10.): 총수 있는 81개 집단(소속회사 3,090개사) 내부지분율 62.4%. 총수일가 지분율은 최근 5년간 3.5~3.7% 수준 유지, 계열회사 지분율 2021년 51.7% → 2025년 55.9%.

[2]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3조 제3항, 동법 시행령 제53조 제5항. 최대주주 할증평가: 지분 50% 이하 20%, 50% 초과 30%. 다만 중소기업의 경우 할증 면제. 한국의 명목 최고세율 50%는 일본(55%)에 이어 OECD 2위이나, 최대주주 할증 적용 시 실효 최고세율은 60%로 사실상 1위가 된다(상속세를 부과하는 OECD 18개국의 평균 최고세율은 약 26.5%이며, 상속세를 폐지한 국가를 포함한 OECD 전체 평균은 약 13~15% 수준이다). 한국경제신문·한국경제인협회, 「한·미 상속세법 비교」 (2025.2.24.) 참조.

[3] 시뮬레이션 전제: 시가총액 5,000억 원 상장회사, 대주주 지분율 20%(1,000억 원), 최대주주 할증 20% 적용 시 과세표준 1,200억 원. 상속세율(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6조): 1억 이하 10%, 1-5억 20%, 5-10억 30%, 10-30억 40%, 30억 초과 50%. 일괄공제 5억, 배우자공제 5억 가정 시 과세표준 약 1,190억 원, 산출세액 약 590억 원(보유 지분 시가의 약 59%). 이 시뮬레이션은 기타 공제·감면을 단순화한 것이므로 실제 세액은 달라질 수 있다.

[4] VIP자산운용, 상속세 세수 시뮬레이션 보고서 (연합인포맥스 2025.11.3. 입수 보도, KB Think 재인용): "PBR 0.4배 기업은 20%를 할증해도 PBR 0.48배 수준이어서 청산가치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세금을 낸다. 명목세율 60%에도 불구하고 실효세율은 20~30%대에 머문다." ㈜LG의 경우 현행 시가 기준(PBR 0.29배) 상속증여세 약 2.6조 원, PBR 0.8배 하한 적용 시 약 9조 원.

[5] 1987년 직접 상호출자 금지 및 지주회사 설립 금지: 공정거래법 제정 당시 대기업집단의 문어발 확장 억제 취지. 1999년 지주회사 허용: 외환위기 이후 효과적 구조조정을 위해 공정거래법 개정(제8조의2 신설). 2014년 신규 순환출자 전면 금지: 공정거래법 제9조의2. 지주회사 전환 대기업집단 수 변화(2015년 15개 → 2024년 43개): 대한금융신문, 「지주사 전환, '자사주 마법' 더 이상 통하지 않아」 (2025.2.3.) 참조.

[6] 자본시장연구원, 인적분할 시 자기주식 활용에 의한 지배력 강화 효과 분석 (2022): 지배주주의 지주회사 지분율 27% → 41%, 지주회사의 신설회사 지분율 18% → 32%. 인적분할 시 자기주식 신주배정 금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2024.12.31. 시행).

[7] 공정거래위원회, 앞의 2025년 분석: 34개 집단의 116개 국외계열사가 90개 국내계열사에 직·간접 출자. 국외계열사를 통한 국내 출자가 많은 집단은 롯데(21개), 한화(13개), 에스케이(11개) 순.

[8] 공정거래위원회, 앞의 2025년 분석: 자기주식 보유 회사 79개 집단 414개사. 자기주식 비율 5% 이상 상장사 40개 집단 71개사. 50대 그룹 핵심 계열사 자기주식 평균 보유 비중 4.7%(전체 상장사 평균 3.3%).

[9] 미발행주식설은 자기주식의 취득이 실질적으로 출자의 환급 내지 회사의 일부 청산에 해당하고, 청산 시 잔여재산 분배가 불가능하며, 상법이 자기주식의 의결권을 부정하고 있는 점(제369조 제2항) 등을 근거로 자기주식의 자산성을 부정한다. 상법학계의 다수설이 이 입장이다(김건식/노혁준/천경훈, 회사법, 박영사, 2023, 688면; 황남석, "자기주식의 본질", 경희법학 제52권 제4호, 2017, 27-52면; 송옥렬, "자기주식의 경제적 실질과 그에 따른 법률관계", 법경제학연구 제11권 제1호, 2014). 자산설은 상법이 자기주식 처분을 강제하지 않는 점, 합병·분할합병·주식교환 시 자기주식을 대가로 교부할 수 있는 점(제523조 제3호 등), 세법이 자기주식을 자산으로 취급하는 점(법인세법 시행령 제11조 제2호의2) 등을 논거로 한다(권기범, 현대회사법론, 삼영사, 2017, 612면). 대법원은 세법 영역에서 자기주식의 취득·처분을 손익거래(자산설적 관점)로 파악한 바 있으나(대법원 1992.9.8. 선고 91누13670 판결), 상법 해석론에서는 어느 입장을 취하는지 명시적으로 판시하지 않았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및 일반기업회계기준은 자기주식을 자본의 차감항목(미발행주식설적 관점)으로 처리한다. 2026년 3차 상법 개정은 자기주식에 의결권·배당권·신주인수권이 없음을 명문화하고 1년 내 소각을 원칙으로 하여, 미발행주식설에 입법적 기반을 부여하였다. 학설 대립의 상세한 정리는 김지평, "주식회사 자기주식의 실무상 쟁점", 선진상사법률연구 통권 제105호, 2024.1. 참조.

[10] 소버린-SK 경영권 분쟁(2003-2005)에서 SK가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매각하여 경영권을 방어한 것에 관해서는 이전  각주 12 참조.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2024)에서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와 고려아연의 자기주식 취득이 쟁점이 된 것에 관해서는, Reuters, "South Korea parliament approves commercial act revision aimed at boosting share valuations" (2026.2.25.) 참조.

[11] 자본시장연구원,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 보고서: 한국 상장기업 PBR 2012-2021년 평균 선진국 약 절반, 신흥국 평균 60% 수준. 단기투자 성향이나 지정학적 위험의 영향은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다고 분석.

[12] 호주 기업을 기준으로 한 신흥국 밸류에이션 할인율 연구(Lel & Miller, "Investor Protection and Governance in the Valuation of Emerging Market Investments"). 본문의 수치는 원 연구의 표에서 약 1-2%p 범위 내에서 반올림한 근사치이다. 지배구조 점수를 호주 수준으로 상향 가정하면 동일 국가에서도 할인율이 상당 부분 축소되어, 좋은 지배구조가 취약한 제도 환경에서도 디스카운트를 상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13] 외국인 투자자 비중: 한국거래소 시장 통계. 2026년 초 코스피 외국인 비중 37%는 5년 9개월 만의 최고치.

[14] Janus Henderson, 2025년 한국·일본 지배구조 개혁 분석; Baillie Gifford, 한국 밸류업 정책 평가; Franklin Templeton, 2025~2026년 한국 시장 분석: "한국 시장은 헤드라인 지수만 보면 비싸 보이지만, 디테일을 들여다보면 여전히 구조적으로 저평가되어 있으며, 개혁이 실질적 기업 행동으로 이어질 경우 지속적인 리레이팅 여지가 있다."

[15] 한국예탁결제원, 「12월 결산 상장법인 주식 소유자 현황」 각 연도: 2019년 약 615만 명 → 2020년 919만 명(전년 대비 약 300만 명 증가) → 2021년 1,384만 명(50.6% 증가) → 2022년 1,441만 명(정점) → 2023년 1,416만 명(소폭 감소) → 2024년 1,423만 명(0.5% 증가, 개인 1,410만 명, 99.1%). 2025년 12월 결산 기준 1,456만 명으로 역대 최고(시사저널 2026.3.18. 보도). 분산투자 비율 변화(6종목 이상 보유 비율: 2010년대 초 13% → 2021년 29.1%, 1-3종목 집중투자: 75% → 56.7%)는 한국예탁결제원 보도자료를 분석한 lovefund이성수(Investing.com, 2025.3.18.) 참조.

[16]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 2025.12.10. 기준 국내 투자자 미국 주식 보관금액 약 1,677억 달러(약 247조 원), 전년 대비 49% 증가(디지털투데이 2025.12.16. 보도). 2040세대 국내 투자 감소와 해외 이동 현상에 관해서는 한국예탁결제원 보도자료 연령대별 소유자 수 분석 참조.

[17] 한국기업지배구조원(현 한국ESG기준원), 2016.12.19. '기관투자자의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 공표;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2018.7.30. 「국민연금기금 수탁자 책임에 관한 원칙(스튜어드십 코드) 도입방안」 심의·의결.

[18] 자본시장연구원, 스튜어드십 코드 효과 분석: 국민연금 정기주총 반대율 참여 전 9.73% → 참여 직후 16.7%. 금융위원회, 「스튜어드십 코드 내실화 방안」 (2025): 전체 기관투자자의 반대 의결권 안건 비율 2014년 1.84% → 2024년 4.59%.

[19]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국민연금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2년, 기업지배구조 개혁을 위한 향후 과제 분석」 이슈리포트 (2020.8.6.): "2년이 지났음에도 국민연금은 2019년 한진칼 주주제안 외에는 사실상 수탁자책임을 방기하고 있다."

[20] 한국 소액주주 운동의 태동기에 관해서는, 박길성 and 김경필. (2008). Financial Crisis and Minority Shareholders’ Movement in Korea: The Unfolding and Social Consequences of the Movement. 한국사회학, 42(8), 59-76., "Shareholder activism in Korea: An analysis of PSPD's activities," Pacific-Basin Finance Journal, Elsevier, vol. 11(3), pages 349-363, July. 참조. 참여연대의 소액주주 운동은 1997년 제일은행 주주총회 참석으로 시작되어, 1998년 삼성전자·SK텔레콤 주주제안(전환사채 발행 무효화, 계열사 부당지원 중지, 정관 개정 등), 2000년 삼성 이건희 회장 증여세 탈루 과세 촉구 100일 1인 시위, 주주대표소송 승소(제일은행, 삼성전자) 등으로 확대되었다. 참여연대는 이 과정에서 주주대표소송, 주주제안권, 집중투표제 등 사문화된 상법상 제도를 실천적으로 활성화하는 선구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시민단체의 재벌개혁·소액주주 운동은 '시민적 기업감시론'에 기반하며, 총수일가의 사익 편취 견제와 기업 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목표로 하였다는 점에서 영미식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가치 극대화론과 구별된다. 이러한 운동은 장하준 교수 등이 제기한 주주자본주의 비판론(영미식 주주가치 극대화 모델이 장기적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침해할 수 있다는 비판)과 긴장 관계에 있으며, 이 긴장은 시민단체와 행동주의 펀드의 협력과 갈등이 교차하는 한국 소액주주 운동의 독특한 지형을 형성한다.

[21] 외국계 행동주의와 '벌처펀드' 프레임에 관해서는 이전 글 각주 12, 13 참조. '벌처펀드(vulture fund)'라는 용어는 주권채무 시장에서 부실채권을 헐값에 매입한 뒤 전액 상환을 요구하는 전략(NML Capital의 아르헨티나 국채 사례 등)을 비판적으로 지칭하는 것으로, 기업 지배구조 맥락의 행동주의 펀드와는 구별될 필요가 있다. 행동주의 펀드의 성과에 관한 실증연구는 각주 21 및 V장에서 상세히 논의한다.

[22] Harvard Business School, "Align Partners and SM Entertainment: Korean Shareholder Activism Meets K-Pop (A)(B)", Case Study, 2024; Korea JoongAng Daily, "Align Partners ending 'Korea discount' for fun and profit", 2023.2.13.

[23] Korea JoongAng Daily, "Korean shareholder activists push for interests of real owners", 2023.2.13.

[24] DB하이텍·KCGI 사례: KCGI는 2023년 DB하이텍 지분 약 7%를 취득하고 경영참여를 선언하였으나, 약 9개월 후 모회사 DB아이앤씨에 블록딜 매각. 관련 언론 보도 및 금융감독원 대량보유보고 자료 참조.

[25] Brav, A., Jiang, W., Partnoy, F. & Thomas, R., "Hedge Fund Activism, Corporate Governance, and Firm Performance", Journal of Finance, Vol.63, No.4, 2008, pp.1729-1775; Bebchuk, L., Brav, A. & Jiang, W., "The Long-Term Effects of Hedge Fund Activism", Columbia Law Review, Vol.115, No.5, 2015, pp.1085-1155.

[26] ACT(액트): 마이데이터 인증 기반 주주행동 플랫폼(운영사 컨두잇). 2024년 10월 기준 가입자 8만 명(파이낸셜뉴스 2024.10.14.), 2025년 2월 10만 명 돌파(뉴스핌 2025.2.19.). 2025년 4월 LS증권과 주주 참여 촉진 서비스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서울경제 2025.4.14.), 2025년 8월 독립 리서치 기업 그로쓰리서치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MOU 체결(벤처스퀘어 2025.8.20.). https://web.act.ag

[27] 대법원 2009. 5. 29. 선고 2007도4949 전원합의체 판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 무죄 6 : 유죄 5. 주심 김능환 대법관.

[28] 윤동호, "에버랜드 전환사채 헐가발행 사건 대법원 판결의 중대한 오류", 형사법연구 제22권 제1호, 2010; 성민섭, "전환사채의 저가발행에 대한 이사의 형사책임", 법학논총 제23권 제2호, 2011, pp.409-447.

[29] 원-달러 환율: 2024.12. 계엄 직후 1,400원대 돌파 → 2025 하반기 미-중 관세전쟁 영향 1,400원대 등락 → 이창용 한은 총재 2025.12.17. "위기라 할 수 있다" 발언.

[30] 현대경제연구원, 「2025년 한국 경제 전망(수정)」, 2025.4.30.: 성장률 1.7% → 0.7%로 하향.

[31] 영국 Companies Act 2006, Section 172 (Duty to promote the success of the company). 이 조항은 영국 회사법 현대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1985년 Companies Act 하에서 판례법에만 의존하던 이사의 의무를 성문화한 것이다. 제172조는 이사가 주주 전체의 이익을 위하여 회사의 성공을 촉진하는 방식으로 선의에 따라 행동하되, (a) 장기적 결정의 영향, (b) 회사의 근로자 이익, (c) 공급업체·고객 등과의 사업관계, (d) 지역사회와 환경에 미치는 영향, (e) 높은 수준의 기업 행동에 대한 평판 유지, (f) 주주 간 공정한 대우를 고려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32] 일본 기업지배구조 개혁에 관해서는, 도쿄증권거래소 「기업지배구조 코드」 (2015, 2018, 2021 개정); Man Group, "This Time Is Different: Japan Value and Corporate Governance" (2023); 일본 금융청·도쿄증권거래소, 「기관투자자와 기업의 대화를 위한 가이드라인(Guidelines for Investor and Company Engagement)」 (2018, 2021 개정) 참조. 일본 상장기업의 외국인 지분율 변화(1980년대 5% → 2006년 28%)는 자본시장 개방과 지배구조 개혁의 결합이 외국인 투자 유치와 자본비용 절감의 선순환을 형성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33] Revlon, Inc. v. MacAndrews & Forbes Holdings, Inc., 506 A.2d 173 (Del. 1986). 미국 델라웨어 대법원의 이사 신인의무 법리에 관해서는, Stanford Law School, "Brief Introduction to Fiduciary Duties of Directors under Delaware Law" 참조. 유니버설 프록시 카드 제도에 관해서는, Harvard Law School Forum on Corporate Governance, "Universal Proxy Cards and Shareholder Activism" 참조.

[34] 독일 Aktiengesetz의 소수주주 보호 장치에 관해서는, IBA Corporate and M&A Law Committee, "Germany: Minority Shareholder Rights" (2022); Szentkuti, "Minority Shareholder Protection Rules in Germany, France and the United Kingdom" (CEU, 2007) 참조. 책임규칙(liability rule)과 재산규칙(property rule)의 효율성 비교에 관해서는, Calabresi & Melamed, "Property Rules, Liability Rules, and Inalienability: One View of the Cathedral", Harvard Law Review (1972)가 기초 문헌이다.

[35] Spruchverfahren(주식평가청구절차)은 독일에서 합병·소수주주 축출 등 조직재편 시 불만을 가진 소수주주가 법원에 공정가격의 결정을 신청하는 절차이다. 한국에서도 물적분할·합병 시 소수주주의 공정가격 확보 장치가 미흡하다는 논의에 관해서는, 한국법제연구원, 「자본시장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제 연구」 (2023) 참조.

[36] VIP자산운용, 상속세 세수 시뮬레이션 보고서 (연합인포맥스 2025.11.3. 입수 보도, KB Think 재인용): PBR 0.8배 하한 도입 시 과세표준 정상화 효과가 최대주주 할증 폐지에 따른 세수 감소(약 6조 원)를 압도하여, 순 세수 증가액 약 28조 원. 다만 이 수치는 특정 시점의 주가·PBR 분포와 대상기업 선정 등 가정에 강하게 의존하는 시나리오 분석이므로, 정책·행태 변화에 따라 실제 세수 효과는 달라질 수 있다.

[37] 3%룰에 의한 감사 선임 정족수 미달 사례는 2021년 분리선출 시행 직후부터 반복되었다. 2021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앤컴퍼니) 정기주총에서 최대주주 측 후보가 아닌 2대 주주 측 주주제안 후보(이한상 고려대 교수)가 감사위원으로 선임된 것은 분리선출과 3%룰이 결합하여 실제로 작동한 최초의 대기업 사례로서 주목을 받았고(뉴스1, 「한국앤컴퍼니 '3%룰' 첫 사례」, 2021.3.30.; 시사저널e, 「첫 '3%룰 주총' 얼리어댑터로 부상한 한국앤컴퍼니」, 2021.3.4.), 역으로 소액주주 참석률이 낮은 기업에서는 정족수 미달이 속출하였다. 비즈워치(2023.4.6.)에 따르면 2023년 정기주총에서 테라젠이텍스·진바이오텍·제놀루션·라이프시맨틱스 등이 감사 선임에 실패하였고, 지나인제약·현대바이오·디엔에이링크·에스텍파마·메타바이오메드·덴티스 등도 의결정족수 미달로 주요 안건이 부결되었다. 2025년 정기주총에서도 이원다이애그노믹스(EDGC)·네오이뮨텍·덴티스·제놀루션·테라젠이텍스·현대바이오 등이 감사 선임에 실패하였다(데일리팜, 「'의결권 3%룰'...바이오기업, 감사선임 실패 속출」, 2025.4.15.). 덴티스는 3년 연속(2023-2025), 제놀루션·테라젠이텍스는 3년 이상 연속으로 감사 선임 안건이 부결되었다. 테라젠이텍스는 전자투표를 도입하였음에도 정족수를 충족하지 못하였으며, 전자투표 도입을 위한 정관 변경 자체가 특별결의 정족수(발행주식총수 1/3 이상, 출석 의결권 2/3 이상)를 충족하지 못해 부결된 사례(랩지노믹스·테라젠이텍스, 2022년)도 보고되었다.

[38] 법무부 2023.3.14. 유권해석(법무부 상사법무과): "정관상 분리선임될 감사위원의 수가 1명으로 정해져 있음에도 동일한 주주총회에서 2명 이상의 감사위원을 순차표결 방식으로 분리선임한 경우, 최초 1인의 분리선임 결의가 완료된 이후에 이루어진 추가 분리선임 결의는 그 결의방법이 법령 또는 정관에 위반된 것으로서 상법 제376조에 따른 주주총회결의 취소의 대상이 될 수 있다."

[39] 한국경제인협회·한국상장회사협의회·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경제 8단체, 「상법 추가 개정에 대한 공동 입장문」 (2025.7.23.); 국회의원회관 세미나, 「상법개정과 기업의 대응방안」 (2025.11.28.) 참조.

[40] 한국경제인협회, 권용수, 「일본 회사법상 집중투표제 도입 및 폐지에 관한 법리적 검토」 연구용역 보고서: 일본은 1950년 미국식 이사회 제도 도입과 함께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였으나, 이사회 내부 대립·특정주주 파벌 형성·경영 정보 유출 등 부작용으로 1974년 의무화를 폐지하였다. 다만 이 연구에 대해서는, 1950년대 일본의 전후 특수 상황(미군정, 재벌 해체)과 현재 한국의 자본시장 환경이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점, 일본이 이후 기업지배구조 코드·스튜어드십 코드를 통해 다른 방식의 지배구조 개혁을 추진하였다는 점에서 직접적 비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41] 한국법제연구원, 「자본시장 투자자 보호를 위한 법제 연구」 (2023): 국내 주식시장 투자 중인 20세 이상 1,000명 대상 설문조사(2023.8.2.-8.9.), 자기주식 매입 후 소각·처분 의무화 찬성 70.1%.

[42] Brav, Jiang, Partnoy & Thomas, "Hedge Fund Activism, Corporate Governance, and Firm Performance", Journal of Finance, Vol.63 No.4, 2008, pp.1729-1775; Bebchuk, Brav & Jiang, "The Long-Term Effects of Hedge Fund Activism", Columbia Law Review, Vol.115, 2015, pp.1085-1155. 행동주의가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서는, Brav, Jiang & Kim, "Real Effects of Hedge Fund Activism: Productivity, Asset Allocation, and Labor Outcomes", Review of Financial Studies, Vol.28 No.10, 2015, pp.2723-2769. 독일 사례에 관해서는, Engert, "Shareholder Activism in Germany", ECGI Working Paper (2019). 단기주의 비판에 관해서는, Lipton, "The Threat to the Economy and Society from Activism and Short-Termism", Harvard Law School Forum on Corporate Governance (2015) 참조.

[43] 배형석·양성국, 「경영권 분쟁이 기업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금융공학연구 제23권 제3호, 2024, 171-186면: 2014~2023년 코스피 상장 경영권 분쟁 기업 대상 사건연구, 분쟁 시 단기 초과수익률 발생 후 장기적으로 하락하는 패턴 관찰.